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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권해효가 연기하는 해효는 사회 격변, 혁명, 사랑이 치열하게 뒤섞였던 80년대의 기억에 머물러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로 일본 후쿠오카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어느 날 첫사랑 때문에 28년째 앙금을 쌓고 있는 대한 후배 제문(윤제문)이 신비한 매력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소담(박소담)과 함께 일본으로 자신을 찾아오자 한껏 짜증을 내지만 함께 후쿠오카 도시를 여행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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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도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쓰는 '후쿠오카'. 권해효는 그 역시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며 "극중에서 본명을 쓴다는건 배우에게는 굉장히 불편한 일이다"며 쑥쓰럽게 웃었다. 이어 "예를 들면 제가 예능 같은 걸 잘 못하겠는 이유도 배우가 아닌 '자연인 권해효'로서 보여지는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저의 특별한 성향일지도 모르겠다. 배역은 수행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권해효가 권해효의 역할을 한다는 건 굉장히 생경한 느낌을 주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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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홍상수 감독과 장률 감독은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는건 아니지만 누군가의 대화를 깊이 있게 들어보게 만들어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하지만 장률 감독의 영화는 관객도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간다는 느낌을 주게 만드는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장률 감독은 현장에서 굉장이 개구쟁이 같다. 현장에서 벌어진 수많은 요소들을 보고 '바로 그걸로 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장률 감독님을 처음 보고 '스타워즈'에 요다를 닮았다고 했었다. 그런 분이 현장에서는 아이처럼 바뀌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률 감독 특유의 모호한 표현과 설정들에 대해서는 "장률 감독의 영화에서는 인물들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렵다. 자연스러운 일상성을 획득하려는 영화는 아니지 않나"라며 "그런 것에 대해 모두 이해하려고 하고 모든 것을 감독님께 묻는다면 지루할 것 같다. 굳이 감독님께 질문을 하려하지도 않는다. 그저 주어진 신에 대해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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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효는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서부터 오랜시간 함께 해온 윤제문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제문 씨와는 아주 오랜 시간 무대에 서왔고 늘 친한 친구였다"는 그는 "저는 윤제문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귀엽다"며 "등장과 동시에 영화의 공기를 바꾸는 배우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윤제문은 그걸 하는 배우다. 등장만 해도 '헉'하게 되는게 있다. 그리고 선함과 악함, 아이같음과 어른같음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올해 벌써 연기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권해효. 그는 "벌써 30년이 됐다. 그렇게 오래했는데도 아직도 이렇게나 못하나 싶다. 연기란건 하면 할수록 어렵다. 배우가 나이가 들어가면 굉장히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연기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만만치가 않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30년간 배우로서 살아온 그는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능력이나 서포트로 가능한게 아니다. 정말 운이 중요하다. 이런 쇼비지니스에서, 일년에서도 수백 수천명이 뜨고 지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빚지지 않고 내 몸뚱아리를 내세워 누군가의 것을 뺏지 않고 살아왔다는게 큰 행운인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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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후쿠오카'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 '춘몽'(2016), '필름시대사랑'(2015), '경주'(2013) '두만강'(2009), '이리'(2008), '망종'(2005) 등을 연출한 장률 감독의 신작이다.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이 출연하며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hschosun.com 사진 제공=(주)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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