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예수정 "어른은 남에게 피해 안주는 사람, 제발 광화문 좀 나가지 말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8-18 13:4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배우 예수정이 영화 '69세'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노년의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69세 효정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햇빛으로 걸어나가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린 영화 '69세'(임선애 감독, ㈜기린제작사 제작). 극중 69세의 성폭행 피해자 심효정 역의 예수정이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극 무대를 거쳐 영화 '침입자', '신과 함께-죄와 벌', '허스토리', tvN 드라마 '비밀의 숲',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의 작품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연기 인생 42년차 명품 배우 예수정. 그가 한국 영화에서 단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노년 여성의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69세'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깊은 화두를 던진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효정은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옷을 차려 입고 늘 정갈한 자세를 유지하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노인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있는 69세 노인. 어느 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9세의 젊은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과 주변 사람들은 효정을 치매 환자로 매도하고 법원 역시 나이 차이를 근거로 사건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효정은 현실에 굴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향한 일갈은 준비한다.

이날 예수정은 노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 '69세'가 가진 의미에 대해 "앞으로 나올 이 같은 영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작점으로서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노년이라는게 우리가 갈길인데, 그동안 영화 속 노년의 모습은 일반적이지 않게 그려졌다. 그래서 그동안 작품은 노년의 삶에 대해 젊은 이들에게 두려움을 줬을 것 같다. 마치 노년이 되면 우리가 없어지는 느낌을 주고, 몇몇 인물들을 통해 50대가 넘으면서 성숙은 없어지고 딴 나라에서 이상한 인물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어른의 개념은 딱 두 가지다. 첫번째 가능한 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것. 두번째는 내 삶은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로 제발 머리 희끗한 사람들이 광화문에 좀 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목사 성직자라면 광화문에서 허튼 일을 하는게 아니라 성경 말씀을 어떻게 반듯하게 받아들일지 공부하고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예수정은 '69세'에서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일반적인 성폭형 피해 여성의 프로토콜 타입'을 벗어난 피해자를 연기한 것에 대해 "우리가 노인들은 성이 없을거라고 잊고 살지만 69세의 여성에게도 성이란 게 있다. 사랑이 없는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건, 그리고 당한 자는 해한 자에게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는 것, 예를 들어 돈을 받거나 지위를 얻기 위하는 것에 대한 의도가 전혀 없이 당한 것을 성폭행으로 볼 때, 69세 효정은 여성으로서는 가장 수치스러운 일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효정은 여성으로 당연히 자신이 당한 일을 입밖으로 꺼내기 망설여지고 69세의 사회 취약자로서 굳이 내가 나서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나 생각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효정은 용기를 나갔다. 패배가 확실한 전쟁에 나가는 군인의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69세'는 , '69세'는 '사바하', '남한산성', '화차' 등 수십 편의 장편 영화에 참여한 스토리보드 작가 출신의 임선애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예수정, 기주봉, 김준경, 김중기, 김태훈 등이 출연한다. 오는 20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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