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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채널A '아이콘택트'가 '어머니'를 둘러싼 두 가지 에피소드를 선보여 수요일 밤에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어머니 덕분에 바다를 알았지만, 어머니와는 다른 인생을 선택하고픈 서핑 국가대표 이나라와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자라 어머니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봅슬레이 국가대표 강한이 눈맞춤에 나섰다.
강한은 "여기 들어오기 전까진 '어머니가 아마 못 나오시겠지' 했는데. 이 의자에 앉고 보니 어머니께서 나오기를 기도하게 된다"며 임 씨를 바라봤다. 이에 임 씨는 "강한 씨 어머니...제가 만나고 왔어요"라고 놀라운 소식을 전했고, 휴대폰을 꺼내 어머니의 사진을 강한에게 내밀었다. 이에 강한은 북받치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저도 엄마를 닮았네요. 이게 가족이군요"라며 "어머니가 왜 못 나오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임 씨는 강한 어머니와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어머니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못 키워줘서 미안하다"며 "제가 지금 만날 상황이 아니지만 진짜 안정이 되고 나면 어떻게든 만나러 가겠다"고 말했다. 임 씨는 "먼 훗날 꼭 강한 씨를 만난다고 하셨다"고 말했고, 강한은 "어머니 얼굴조차 몰랐는데, 조금 해결된 느낌"이라며 고마워했다. 그러자 임 씨는 "저도 내용은 모른다"며 어머니의 편지를 꺼내 강한에게 건넸다. 편지에는 "못난 엄마를 용서해. 널 잊고 싶은 때보다 보고 싶을 때가 더 많았다. 이름처럼 강한 강한아, 나는 너처럼 강하지 못해 미안하다. 먼 훗날 그 때 친구 같은 존재로 만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적혀 있었다.
2017년 결성된 서핑 국가대표팀 소속 서퍼 이나라도 등장했다. 서핑 인구가 50만명에 달하는 시대, 이나라는 1세대 서퍼인 어머니 서미희의 영향으로 '모태 서퍼'로 자랐다. 발리에서 6년간 서핑 훈련을 하고 왔다는 이나라는 "저에게 바다는 항상 도전하는 장소이고, 파도를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이나라의 눈맞춤 상대는 바로 23년차 서퍼이자 한국 서핑의 레전드로 꼽히는 어머니 서미희였다. 이나라는 "엄마는 바다를 위해 사는 분. 부산 송정 바다를 너무 사랑하신다"고 말했고, 서미희 역시 "죽으면 송정의 수호신이 되고 싶다"고 '지독한' 바다사랑을 드러냈다. 서미희에게 바다는 누구나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여야 했고, 이 때문에 그는 서핑 보드로 하는 수상 구조 활동(서프레스큐)으로 100명 이상을 구조하며 '바다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었다.
서미희의 소망은 딸이 송정 바다를 함께 지키는 것이었지만, 이나라는 "지금은 송정 지키기보다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고, 나중에 지도자가 되어 유소년 선수도 많이 키워 한국을 서핑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며 "엄마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엄마 서미희는 딸에게 간곡한 눈빛을 보낸 뒤 "함께 바다를 소리없이 지켜주고 싶어"라고 말했지만, 딸 이나라는 "지금까지 엄마가 하라는 대로 살았잖아. 그리고 엄마 부탁은 거의 들어준 것 같은데, 이제는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선택의 문' 앞에서 돌아섰다. 서미희는 아쉬워하면서도 "딸의 꿈을 응원해야죠"라고 말했고, 이나라는 "엄마 인생 말고 제 인생을 살고 싶어서 나왔어요. 저도 엄마와 오랫동안 바다에서 서핑하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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