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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엔 IP로!'
제대로 날린 한 방
당초 '바람의 나라: 연'이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둘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원작인 온라인 MMORPG '리니지'나 '리니지2'의 경우 모바일게임 출시로 인해 유저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2개 게임을 합쳐 여전히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이 1%를 넘고 있는 전형적인 스테디셀러인 반면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라는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말 그대로 흘러간 게임인데다, PC방 점유율이 고작 0.1%에 불과할 정도로 충성 유저는 거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넥슨으로선 지난 3년간 클래식 IP를 활용한 모바일 MMORPG로 국내 게임업계를 완전히 장악한 엔씨소프트에 똑같은 방법으로 제대로 '한 방'을 먹인 셈이다. 특히 IP의 영향력 측면에선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체급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판도를 뒤흔들었다는 측면에선 지난해 말부터 개발조직의 체질 개선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시도하고 있는 넥슨의 전략이 비로소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넥슨 관계자도 "내부에서도 솔직히 이 정도의 반향을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다. '게임성'만 갖추고 있다면 얼마든 클래식 IP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듯, 기존 IP를 활용해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희망을 준 것은 긍정적 효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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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바람의 나라: 연'이 출시된지 고작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넥슨으로선 안심하거나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그동안 출시효과 덕분에 '리니지 형제'에게 '잽'을 날린 게임은 소수이지만 분명 있었다. 지난해 11월 넥슨의 자회사인 넷게임즈가 출시한 'V4'도 그 중 하나다. 물론 매출 10위권 내에 꾸준히 위치하면서 여전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판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생활이 일반화 되면서 대부분 게임들이 상당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고, '리니지 형제'가 '레트로' 유행을 불러일으킨데다, 개발 일정의 연기로 인해 신작 출시가 늦춰지고 있는 탓에 '바람의 나라: 연'이 더 관심을 받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리니지2M'이 최근 '리니지M'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에서 보듯 두 게임이 대형 업데이트와 이벤트 등을 통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내부에서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넥슨으로선 '바람의 나라: 연'의 장기 흥행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장벽이라 할 수 있다. 또 웹젠의 '뮤 아크엔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 히트를 친 클래식 IP를 활용한 신작이 매출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처럼 경쟁자는 얼마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어쨌든 'V4'로 시작된 넥슨의 모바일게임 연착륙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FIFA 모바일'로 올 상반기를 의미있게 보냈다면 '바람의 나라: 연'에 이어 다음달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하반기를 책임질 기대작이다. 여기에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해 콘솔과 PC의 크로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테일즈위버M', '마비노기 모바일' 등 줄줄이 대기중인 신작들도 '넥슨형 모바일게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넥슨이 그동안 모바일게임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다 실패를 맛보며 개발조직의 개편을 통해 실험적인 작품 대신 기존 IP를 활용한 안전 위주의 전략으로 확실히 선회한 느낌"이라며 "연달아 히트작을 배출해 모바일 업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다시 혁신적인 IP 개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개발력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그 때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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