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이동하 대표 "'부산행' 시퀄, 무모한 도전 아닌 확신..'반도' 프리퀄 기획中"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7-24 08:59


영화 '반도'의 제작사인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7.22/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산업이 고사 위기에 빠진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여름 텐트폴 첫 번째 기대작 좀비 액션 영화 '반도'(연상호 감독, 영화사레드피터 제작)가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흥행 순항 중이다.

'부산행'(16, 연상호 감독)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반도'는 ''부산행'의 후속편' '원조 K-좀비 맛집'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지난 15일 극장가에 안착했고 첫날 35만명을 기록,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며 흥행 서막을 올렸다. 코로나19 시국임에도 관객을 극장가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 '반도'는 개봉 4일 차였던 지난 18일 100만 돌파에 성공했고 곧이어 7일 차였던 지난 21일 200만 돌파까지 이어가며 남다른 흥행 파워를 과시했다. 코로나19 시국에 '반도'의 등판은 초반 '무모하다' '위험하다'라는 업계의 우려를 깨고 콘텐츠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의미를 남기게 됐다.


영화 '반도'의 제작사인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7.22/
한국 영화계 '흥행 백신'으로 떠오른 '반도'. 이러한 '반도'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일등공신 중 한 명은 다름 아닌 '반도'의 전반을 책임진 제작자 이동하(51) 레드피터 대표다.

이동하 대표는 '여행자'(09, 우니 르콩트 감독) '시'(10, 이창동 감독)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3, 장준환 감독) '남과 여'(165, 이윤기 감독) 등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실력을 쌓았고 이후 2014년 제작사 영화사레드피터를 설립, 첫 제작 영화로 '부산행'을 만들어 국내는 물론 월드와이드 흥행을 거뒀다. '부산행'의 메가 히트로 '스타 제작자'에 등극한 이동하 대표는 2017년 미국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10인의 프로듀서'에 아시아권 프로듀서로 유일하게 선정,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동하 대표는 '부산행'의 성공 이후 '염력'(18, 연상호 감독)을 제작했고 또 '생일'(19, 이종언 감독) '미성년'(19, 김윤석 감독) 등 공동 제작하며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고 마침내 4년 만에 '반도'를 꺼내 관객을 찾았다.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동하 대표는 코로나19 시국 속 '반도'를 개봉한 것에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넓게 생각하면 전 세계 영화 업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엄청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나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방역이 잘됐고 국민들의 안전 의식 덕분에 지금이라도 '반도'를 극장에 걸 수 있게 된 것 같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나라도 많은데 그 상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대비를 잘한 나라들도 '반도'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다. 원래 '반도'의 계획은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7월 말 전 세계 동시 개봉을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국내와 아시아 몇 개국만 동시 개봉을 하게 됐고 이후 다른 국가도 차근차근 개봉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우리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자체가 옛날만큼은 아니더라도 나아진 상황에서 관객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개봉을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저 감사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부산행' 당시 금기와도 같았던 좀비를 모두의 우려에도 메인 장르로 끌어와 신드롬을 일으킨 이 대표는 '반도' 역시 후속편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과감히 시도했고 그의 선택은 이번에도 정통했다.

이 대표는 "'부산행'을 만들 때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을 안 했다. 흥행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웹툰을 보고 자란 10대와 20대 관객에게 좀비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확신이 컸다. 그 확신을 바탕으로 '부산행'을 만들었을 때 최대 500~600만의 관객은 끌어모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했다. 좀비물 자체가 워낙 서양의 장르물이었고 아시아 관객에게 낯선 장르였는데 그런 시대에 장르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재미있는 도전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보다 더 폭발적이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부산행'에 보인 반응은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실제로 칸영화제를 비롯해 해외 영화제에서 '부산행' 후속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서로 '이건 어때?'라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반도'의 제작은 무모하다고 할 수 없었다. 제작사 입장에서 '부산행'의 시퀄이든 프리퀄이든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 물론 그 중심에는 연상호 감독의 의지가 제일 중요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으로 좀비라는 소재의 흥행성을 입증했고 연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 감독 자체로도 '부산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고 말 그대로 할 만큼 했다. 연 감독이 다른 장르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것이고 후속편에 대한 부담도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반도'를 결정하고 함께해줘서 제작자로서는 정말 너무 고마운 일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영화 '반도'의 제작사인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7.22/
한편으로는 '반도'가 '부산행2'로 직결된 이야기가 아닌 작품이라 아쉬움을 갖는 관객도 있다. 이에 대해 "'부산행'의 성경(정유미)과 수안(김수안)이 부산에 도착한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도 있더라. 후속편은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출발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우리는 좀 더 확장된 세계로 눈을 돌렸다. 아포칼립스가 된 4년 뒤의 이야기를 꺼냈고 '부산행'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철저하게 '부산행2'였다면 '반도'와 결이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반도'가 더 매력적이었고 집중하려고 했다. 다만 '부산행2'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기대를 더했다.

비단 '부산행' '반도'에서 끝나지 않을 'K-좀비' 시리즈는 이제부터라는 것. 이 대표는 '부산행'과 '반도'에서 파생된 다양한 시퀄, 프리퀄을 연 감독과 기획 중이라는 후문. 특히 '반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캐릭터 서 대위(구교환)의 프리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굳이 극장이 아니더라도 여러 콘텐츠의 방식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연 감독과 올해 초부터 '반도'의 2년 전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서 대위의 2년 전을 프리퀄로 만들려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반도'의 여러 캐릭터에서 나온 프리퀄이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줄 것 같아 나 역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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