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내 연기, 여전히 부끄러워"…'불량한가족' 박원상, 20년차 배우의 마음가짐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6-30 16:5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기 인생 20년, 아직도 내 부족함부터 보이죠."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유리(박초롱)가 우연히 다혜(김다예)의 특별 한 패밀리를 만나 진정한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코미디 영화 '불량한 가족'(장재일 감독, ㈜발자국공장·㈜피투스 제작). 30일 극중 유리의 아빠 현두 역을 맡은 박원상(50)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6년 '세 친구'로 데뷔해 '킬리만자로' '와이키키 브라더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범죄의 재구성' '싸움의 기술'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의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여온 박원상. '7번 방의 선물' '사도' '나쁜 녀석들' 더 무비' 등 영화와 '더킹: 영원한 군주' 등 드라마, 연극까지 종횡무진 활약해온 그가 영화 '불량한 가족'으로 돌아왔다.

극중 딸 유리를 위한 밤낮 없이 일하는 헌신적인 아빠. 택배기사인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음악을 하는 딸 유리에게 새 악기를 사주기 위해 힘든지도 모르고 초과 물량 배달까지도 기꺼이 한다. 어느 날 불량해 보이는 다혜와 어울리는 딸 유리를 다그치다가 딸이 가출해 버리자 직접 딸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가출팸 아이들의 도움을 얻으며 그동안 몰랐던 딸의 속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날 박원상은 코로나 시국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객석을 바라보는데 거리두기 차원으로 자리마다 X자 종이가 붙어있는 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대학로 연극하는 선후배들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관객분들에게 '많이 보러 와주세요'라고 말하기도 난감하다고 하더라. 그냥 '최선을 다해서 관심 가져주십쇼'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의 완성본을 본 소감에 대해 묻자 "내가 했던 연기를 다시 봐야하는 건 연기한지 20년이 넘어가도 고역이다. 실수했던 것만 보인다. 예전부터 그랬다. 예전에 '7번방 선물'을 찍을 때 모니터링을 하는데 막 내가 못한 것, 긍정적인 것만 보이더라. 그런데 옆에서 (오)달수 형은 많은 것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더라. 그때 달수 형을 보고 정말 반성을 많이 했다. 왜 나는 달수 형처럼 긍정적인 부분을 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부분만 보나 싶었다. 그런데 역시나 지금도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체와 달리 연극의 장점은 제가 한 연기를 제가 안 봐도 된다는 거다. 그런데 영화나 TV는 제 연기를 제가 봐야 된다는게 정말 미치겠다. 아직도 저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익숙하지 않는다"며 "영화를 처음 할 때 감독님이 와서 모니터 좀 보라고 하는데 정말 못보겠더라. 제가 첫 영화가 '세친구'라는 영화였는데, 도저히 시사회를 가서 영화보는 게 힘들어서 못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불량한 가족'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보통 작업을 하게 되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아는 지인을 통해서 연락을 받게 되는데, 이번 작품도 약간의 지인 찬스로 연락이 왔고 대본을 받아 보게 됐다"며 "나의 큰 아이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이 대본을 보고 아들 생각이 많이 겹쳐졌다. 내 아들 또래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상은 극중 자신이 연기한 현두를 '못난 아빠'라고 설명하며 실제 자신도 현두와 다르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현두는 못된 아빠는 아니지만 못난 아빠다. 이번 작품을 하며 내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하고 또 나의 아이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부모가 뭘까. 가족이 뭘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 가족이란 옆에서 잘 지켜봐주고 잘 들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두는 그걸 잘 못했던 캐릭터인 것 같다. 더욱 딸 유리를 지켜보고 들어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지금의 저도 현두와 비슷한 아빠인 것 같다. 저도 늘 부족한 아빠다. 아이들이 빨리 제 품을 벗어나 훨훨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극중 부녀 호흡을 맞춘 박초롱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아이돌 출신으로 박초롱에 대한 선입견은 없었냐고 묻자 박원상은 "아이돌이기에 다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요즘은 가수였던 친구들이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았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이고 즐거운 일이니까 선택을 했을 거 아닌가. 아마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하는 모습이 정말 좋더라. 옆에서 한마디라도 좋은 이야기를 더 해주려고 했다. 배우는 그냥 다 같은 배우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젊었을 때는 연극만 좋아했고, 연극만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TV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것이라는, 아주 유치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느낀 건, 배우는 그냥 배우라는 것이었다. 무대 위건, 카메라 앞이건 배우는 다 같은 배우라는 이야기다. 초롱이도 마찬가지다. 연기할 때만큼은 초롱이도 아이돌 그룹의 리더가 아니라 신인 배우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박원상은 박초롱 뿐만 아니라 여러 젊은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이번 현장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도지한 배우가 술도 좋아해서 편의점에서 짬짬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저도 시간이 흐르다 보니 적지 않은 나이가 됐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배우가 할 수 있는 롤이 떨어져 간다는 뜻이기도 한데, 젊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전했다.

젊은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는 그는 "지금 젊은 배우들과는 예전의 나와는 달리 익숙함, 능숙함이 있더라"고 말했다. "도지한, 박초롱, 제가 다 그 친구들 나이일 때는 굉장히 미숙했다. 그냥 직진이었다. 제가 나의 나이 또래를 모두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제가 느낀 지금 젊은 친구들의 느낌은 제가 어릴 때와 달리 굉장히 익숙하다는 거다"라며 "저는 그 친구들 나이에 정말 주변을 느낄 새도 없이 그냥 앞만 보고 경주마처럼 소처럼 달리기만 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굉장히 유연한 물고기 같더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함께 호흡 맞춘 박초롱, 도지한 뿐만 아니라 박정민 등 유난히 젊은 배우들이 '좋은 선배'로 꼽는 박원상.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선배라고 들었다고 이야기를 꺼내자 "제가 꼰대라서 그렇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후배들이라도 같은 일을 하고 있고 비슷한 걸 보고 있는 친구들이 아닌가. 물론 나와 아주 똑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은 아니겠지만 배우로서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꼰대 같아서 이제는 좀 안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배우는 좀 철이 없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경험이 쌓이는 거지만 경험을 옳다고 밀어붙이면 꼰대가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경험을 '너는 어때?'라고 나누면 대화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먼저 하는 건 꼰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박원상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남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연극 무대 출신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서 이야기 해 눈길을 끌었다. "살아보니 기회라는 게 모든 사람들에게 결코 공정하진 않더라. 이정은, 염혜란 등 안보였던 배우들이 지금 빛을 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저 친구들에게 기회만 주어졌다면 더 일찍 빛을 발할 수 있는 건데, 이제야 기회를 얻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무대와 매체 사이에 벽이 높았다. 예전에는 연극배우가 무슨 카메라 연기를 하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배우가 하는 일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정은 배우만 해도 정말 요새 천의무봉(天衣無縫)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박원상은 이날 인터뷰 내내 연극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다가 연극 배우들이 인터뷰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자주 고백하는 것에 대해 "정말 너무 싫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방송에서 울고 그런 거 너무 싫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누가 고생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왜 저런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저도 연극 출신으로 '연극할 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진짜 많이 받았었다"며 "사회적으로 연극은 배고프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극렬반대를 하셨다. 연극은 곤궁하다는 생각이 박혀 있는 것 같다. 물론 사실이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은 상업적이지 않고 돈을 벌기도 쉽지 않다. 그치만 누가 강요해서 하는게 아니지 않냐. 그렇기 때문에 즐겁게 감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걸 현명하게 사회적으로 서포트를 해주는 일을 찾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불량한 가족'은 장재일 감독의 입봉작이다. 박초롱, 박원상, 도지한, 김다예 등이 출연한다. 7월 9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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