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클로버게임즈 윤성국 대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곳에서 길을 찾겠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6-22 08:05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두드려보겠다."

인문학(부산대 고고학과)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최근 만난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에게 게임 개발과 회사 운영의 철학에 대해 묻자 대뜸 '사람에 대한 이해'라는 화두를 꺼냈다.

이어 회사의 로고인 클로버가 왜 행운의 상징인 4개의 잎이 아닌 3개의 잎으로 그려진지를 물었다. 그러자 "네 잎은 행운을 뜻하지만 흔히 찾기 힘들다. 다소의 요행과 행운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세 잎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게임 개발의 3대 요소인 아트, 기획, 디자인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표면적인 뜻도 있지만, 보편타당한 가치를 추구한다는 내면적인 이유도 담겼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동안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특별함'이 아닌 '보편성'을 더 중시한다는 게임사 대표는 처음 봤다. 하지만 클로버게임즈의 첫 출시작인 모바일 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세상의 영웅을 하나로 모아 세계를 혁명하는 얘기를 다룬 스토리형 모바일 RPG이다. 게임 속에서 유일한 군주인 '로드'가 돼 영웅들을 모집하고, 여러 강대국을 정복하는 일종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국내의 대세 장르인 MMORPG도 아닌데다, 게임 내에 이렇다 할 유료 결제 상품도 없고 사행성이나 폭력성, 선정성 등도 찾기 힘들다. 좋은 말로는 '착한 게임', 안 좋게 얘기하면 다소 밋밋한 게임이란 얘기. 하지만 지난 3월 출시 이후 3개월이 넘었는데도 국내 구글 및 애플 양대 스토어에서 평점 4.6점을 유지하고 있고, 지난달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구글플레이 인기 순위 7위에 최고 매출 25위까지 오르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

그 흔한 광고를 포함한 별다른 마케팅 활동조차 하지 않고 유저들의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비결은 뭘까. 윤 대표는 "신생업체라 광고를 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것보다는 시장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소비자의 트렌드를 읽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이 곧 소비자'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게임과 트렌드에 매몰되지 말고 사람부터 이해하자는 뜻"이라며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본질적 가치는 바로 즐거움이다.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로드 오브 히어로즈'는 남녀 유저 비율이 거의 동일하고, 연령층도 폭넓다.

이 가운데 윤 대표가 가장 신경쓰는 타깃 유저는 Z세대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는 기존 X나 Y세대와는 분명 다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숱한 디지털 콘텐츠를 접했기에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 따라서 굳이 주류일 필요가 없고 마니아 문화에도 열광적이다. 대세보다는 개성을 더 존중하기에 과시용 브랜드보다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드는 기업의 제품을 더 지지하는 경향이 크다. 윤 대표는 "Z세대는 내가 즐기는 문화가 사회적으로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서도 지난 4월 다른 게임에선 전혀 하지 않는 '장애인의 날 이벤트', 즉 사회기여 캠페인을 실시했는데 Z세대 유저층의 호응도가 가장 좋았다"며 "이처럼 변화하는 세대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 대형 게임사들이 가지 않는 곳에서 우리와 같은 중소게임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작인 '프로젝트 아누'를 Z세대의 특성에 더 맞게 게임이라기보다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처럼 소셜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그러면서도 세상에 없는 장르를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클로버게임즈는 신생게임사로선 이례적으로 창업 첫 해인 2018년 창투사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과 IPO(기업공개) 주관사 계약까지 맺었다. 윤 대표는 "주요 창업 멤버들이 이미 스마트스터디라는 개발사에서 '몬스터 슈퍼리그'를 성공시킨 레퍼런스가 있기도 했지만, 시장 트렌드와는 다른 '특이한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전략에 선뜻 투자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을 한 후에 IPO를 하면 초기 멤버들은 혜택을 못 받는다. 게임과 직원이 함께 성장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미 4월부터 흑자전환이 이뤄졌고, 향후 매출도 계획대로 나올 것이라 자신하기에 미리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보기 드문 사례라 할 수 있다.

윤 대표의 또 다른 특이점은 게임과는 큰 상관없어 보이는 고고학을 전공한 개발자란 점이다. 이에 대해 "사실 유적 발굴도 재밌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려다 결국 생업이 됐다"며 웃은 윤 대표는 "Z세대처럼 새로운 집단의 출현에 맞춰 의식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인문학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문과생들도 취업이 힘들다고 실망하지 말고, 적극 게임사를 두드려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을 하는데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윤 대표의 신념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당일 저녁 윤 대표가 인터뷰 소감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래저래 참 특이한 분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클로버게임즈의 첫 출시작 '로드 오브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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