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예정대로 개최, 위기와 기회의 공존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6-22 07:59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9'.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지스타 2019'에서 관람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전시회의 새로운 길 제시할까?'

코로나19에도 불구, 국제 게임전시회 지스타가 오는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오프라인 행사를 열기로 했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지난 16일 '지스타 2020'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온라인 프로그램도 병행하는 온오프라인 전시회를 표방하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글로벌 게임 전시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가운데, 지스타 개최 여부를 두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예정대로 행사를 열어 큰 무리없이 진행했을 경우 전시회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자칫 코로나19 확산을 방조한 오명을 쓸 경우 게임업계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개최까지 5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어 코로나19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는데다, 7월 말 중국에서 개최되는 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 2020'를 충분히 참조할 수 있는 등 위기와 기회 요소는 분명 공존하고 있다.


'지스타 2019'에서 관람객들이 부스에서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대거 온라인으로 전환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중심이 된 지스타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초부터 지스타 개최를 다방면에서 고려하고 있었다. 확산세가 여전하지만 11월까지는 치료제나 백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예년과 같이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방안,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안, 온라인 전면 전환, 그리고 행사 취소까지 4가지를 염두에 두고 준비했다. 결국 이 가운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혼합한 전시회로 낙점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조직위는 대면 접촉이 쉽지 않은 행사나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전환해 실시하고, 이를 미디어 채널로 다양하게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스타는 최근 몇년간 인플루언서들이나 일반인들이 개인방송 혹은 게임사들의 공식 채널들을 통해 현장을 찾지 않은 관람객들에게 온라인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조직위가 아예 지스타 현장에 미디어 스테이지와 스튜디오를 만들어 현장에 참가하지 못한 업체들의 신작 등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며 이를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스타 기간에만 단발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9월에 미디어 채널을 런칭, 신작 게임 발표와 소개뿐 아니라 예능 방식의 트렌디 콘텐츠, e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이 기회를 통해 상시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자출입명부(KI-Pass)를 도입하고 현장 방역을 철저히 실시하며, 참관객 밀집도 관리를 위한 행사장 공간의 구분 및 세분화, 사전 예약제 운영, 시간대별 최대 동시 수용인원 제한 등 BTC관에서 다양한 관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지스타에서는 BTC 못지 않게 해외 바이어나 퍼블리셔가 주로 찾는 BTB 부스, 그리고 G-CON(지스타 게임 컨퍼런스) 등도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감소세가 나오지 않을 경우 11월에도 바이어나 퍼블리셔의 현장 방문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조직위는 비즈니스 매칭을 지원한 후 온라인 화상회의로 대체할 계획이다. 컨퍼런스 역시 온라인으로 전환된다. 결국 전체적인 규모는 축소되는 가운데, 온라인으로 진행될 프로그램이 얼만큼 알차고도 무리없이 진행되는지의 여부가 성공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길 제시하겠다


조직위의 의도대로 온오프라인이 조화를 이룰 경우 이는 분명 게임 행사뿐 아니라 향후 국내외 전시회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시작돼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지스타는 그동안 게임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숱한 부침을 겪어왔다. 초반에는 전세계에서독보적인 온라인게임 중심 전시회로 성공을 누렸지만, 대세 플랫폼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관람객들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전시회와 '결'이 맞지 않는데다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중국과 북미, 유럽 등에 밀리면서 향후 존립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 특성에 맞게 변화를 계속 시도했고, 한국이 여전히 글로벌 5대 게임 시장의 지위를 지켜나가며 해외 게임사들이 연속으로 메인 스폰서를 맡은데다 e스포츠 대회 개최와 인플러언서 등을 활용한 콘텐츠 확대 재생산 등 지스타 자체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다시 살아난 상황이다.

이처럼 생존 경쟁을 뚫고 자생력을 갖춰왔기에 올해 개최는 위기인 동시에 존재감을 확인시키는 기회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E3,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 등 세계 3대 게임 전시회가 온라인 전시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취소된 상황이라, 지스타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또 차이나조이는 예정대로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되는데, 이 행사의 진행 상황을 벤치마킹 혹은 반면교사로 삼아 한층 향상된 콘텐츠를 선보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예년같으면 이미 온라인으로 마감됐을 BTC관 참가사는 아직 미정이다. 예년과 다른 부스 설계와 입장객 제한 등 여러가지 고려할 변수도 많다. 이처럼 주요 게임사들은 코로나19 상황과 신작 일정 등을 고려하며 참가 여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지만, 관람객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수요가 분명 있기에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오프라인 전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조직위는 부스 판매가격을 할인해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다. 어쨌든 코로나19의 진정세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강신철 지스타 조직위원장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세계적인 재난상황을 맞아 연기와 온라인 전환까지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지스타 참여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행사 진행과 안전성 확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병행 개최를 결정하게 됐다"며 "방역당국의 가이드에 따라 운영될 것이며, 이를 통해 K게임과 K방역의 우수함을 동시에 널리 알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전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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