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재개하는 카카오게임즈 IPO, 기대와 과제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06-15 06:00



'언택트' 시대, 게임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게임즈가 시험대에 다시 오른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에 상장을 추진했지만 회계 감리 문제로 일정이 길어지고,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스스로 철회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이 IPO 재수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른 산업은 대부분 위축이 됐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 등을 비롯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게임업계의 수익성은 좋아지고 있다. 게다가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확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가도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장 이후 현재 이상의 수익성을 계속 이어나갈지의 여부다. 최근 몇년간 상장을 했던 게임사들이 시장에서 성장성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공모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반대의 사례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시가총액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년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프렌즈게임즈 등의 개발사를 만들어 캐주얼게임을 개발했지만 아무래도 기존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로서 더 무게감이 실려 있었기에 아무래도 기업공개에는 한계가 있었다. 자체 IP를 보유하거나 혹은 다른 IP를 빌려와도 이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등 종합 게임사로서의 위상을 갖추지 못할 경우 재계약 불발로 인해 언제든 매출이 급감하고 기업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2년 전에 회계 감리가 지연됐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기에, 모기업인 카카오는 물론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지난 2월 1181억원을 투자,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53%를 인수하면서 개발 자회사로 편입했고 3개의 유수 개발사를 230억원을 들여 품에 안으며 IP와 개발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인 것은 IPO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작업인 셈이다. 지난해 '패스 오브 엑자일'을 국내 시장에 안착시키고,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게임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가져가고 있고, '프렌즈타운',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등 각종 캐주얼게임에 '달빛조각사'라는 MMORPG까지 모바일게임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것은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라이프엠엠오와 카카오 VX 등 신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미래 성장 동력도 끊임없이 찾아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3910억원의 매출에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던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1분기에 매출 964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율이 개선된 것은 자신있게 IPO를 재개할 동력이 됐다. 대주주인 카카오가 언택트 시대의 최고 수혜주로 최근 역대 최고가를 찍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따라서 지난 2년 전에는 시가총액 1조원 정도가 기대됐지만, 이번에는 2조원까지 노려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신호도 나오고 있다. 올해 IPO 최고 기대주로 다음달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SK바이오팜이 공모가 밴드에서 최고액인 4만9000원을 적용했을 경우에도 시가총액이 3조8300억원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시장의 최대어라 할 수 있다.

관건은 성장세


상장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함과 동시에 투명하고 건전한 게임 기업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신뢰도를 더욱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보듯 스스로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것과 동시에 게임산업의 위상도 한번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기업가치가 최대 2조원에 이를 경우 시장의 관심도는 더욱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된 게임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회사는 12일 종가 기준으로 엔씨소프트(18조901억원), 넷마블(8조1935억원), 펄어비스(2조6944억원), NHN(1조6885억원), 컴투스(1조3600억원) 등 국내사업을 전개하지 않는 더블유게임즈를 제외하고 5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카카오게임즈는 시가총액으로는 단숨에 4대 게임사로 편입할 수 있다. IPO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더욱 적극적인 국내외 인수합병이 가능하며, '쏠림 현상'을 감안했을 때 국내외의 유수 IP에 대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데도 더욱 유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관건은 향후의 성장세이다. 아무리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더라도, 시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으며 주가가 추락하는 경우는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상장한 게임사 가운데 하나인 SNK는 재수를 한 끝에 지난해 5월 코스닥에 상장했지만 공모가가 4만400원이었는데 반해 12일 주가는 2만2350원으로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 코스닥 시장이 급격한 회복세를 보인 덕분으로 지난 3월에는 1만1000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킹 오브 파이터즈'와 같은 유명 IP이지만 일본에서 개발하고, 중국인이 대주주이면서, 한국에서 상장하는 등 구조가 조금 특이한데다 기존 IP 라이선스 판매에 주력하는 모델의 성장성에 투자자들이 그닥 호응하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또 순수 국내 게임사로 가장 최근인 2018년 12월에 코스닥에 데뷔한 베스파도 '킹스레이드'라는 단일 IP 의존에 따른 한계로 인해 12일 1만2000원의 종가로 공모가인 3만5000원에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처참한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 데뷔할 때의 첫 시총도 중요하지만 향후 지속적인 성장성을 끊임없이 시장 참여자에게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다. 또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성공 여부는 앞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크래프톤,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RPG 등 다른 게임사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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