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이정진 "연기인생 23년, 공백기 3년..절 안 부르던데요"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6-13 09:00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정진(43)이 23년의 연기생활을 돌아봤다.

패션모델로 연예계에 먼저 데뷔했던 이정진은 23년에 달하는 연예계 생활을 지나오며 SBS '순풍산부인과'(1998), SBS '나쁜 여자들'(2002), SBS '러브르토리 인 하버드'(2014), MBC '9회말 2아웃'(2007), MBC '사랑해, 울지마'(2008), KBS2 '도망자 플랜B'(2010) 등으로 주연급 배우로서의 행보를 보여줬다. 여기에 MBC '백년의 유산'(2013), SBS '유혹'(2014)에서도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tvN 'THE K2'(2016),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를 통해 얼굴을 비췄지만, 3년여간 작품활동 대신 휴식을 취해 대중과 잠시 거리를 뒀다.

그랬던 이정진이 SBS '더킹 : 영원의 군주'(김은숙 극본, 백상훈 정지현 유제원 연출)를 통해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정진은 지금껏 보여준 바 없던 얼굴을 장착하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라는 평행세계를 넘나드는 역적 이림으로 등장, 대한제국의 황제인 이곤(이민호)과 대립각을 세웠다. 최종회에서는 장렬한 최후까지 맞이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다. '더킹'은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 사람, 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 정태을의 두 세계를 넘나드는 공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로, 김은숙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각종 논란과 난해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저조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더킹'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평균 8%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퇴장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이정진은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을 만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킹'은 이정진이 3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다. 20여년간 꾸준한 활동을 펼쳤던 그는 3년여의 휴식 끝에 '더킹'으로 다시 브라운관을 찾았다. 이정진은 3년의 휴식기에 대한 질문에 "나를 안 부르더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처음에 '더킹' 측에서 저에게 미팅을 오라고 해서 저도 가서 여쭤봤다. '왜 저를?'이라고 물었다. 많이들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을 거고 궁금했는데 그쪽에서 저를 만나자고 했다고 해서 '왜?'라고 했었다. 그런데 작간미도 감독님도 제게 거꾸로 물어보시더라. '왜 그동안 연기를 안 했냐'고. 감독님도 작가님도 그냥 제가 연기를 안 하고 있는 줄 아셨던 거다. 그러다 보니 이제 '더킹'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진은 23년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앞으로도 계획대로 되겠냐"며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 주어진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거다. 저를 선택한 분들에게 감사했고, 그때 그때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왔고 그 것들이 쌓여서 지금의 이정진을 만든 거 같다. 계획대로 이번엔 이런 것, 다음엔 저런 것을 하고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쌓여온 것들이 지금의 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때문에 해보고 싶은 역할을 정하기보다는 늘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정진은 "시켜주는 대로 해야지"라면서도 "배우로서 자신의 것을 고수하는 것 보다는, 조금씩 다른 것을 하는 게 나을 거 같다. 그동안의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쟤가 왜 저 길로 가지?' 싶은 것들도 있을 텐데, 의외로 어울리는 작품들도 있었다. 저 역시 강한 캐릭터들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밝혔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데뷔 23년차이자 40대를 맞이한 이정진은 현재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그는 "중요한 시기지만, 작품이 들어왔을 때 장고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은 하루 하루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여년 쌓아온 무게가 아니라, 이제는 나이가 40대다 보니 남자로서의 책임감도 있고 그렇더라. 20대 때는 '어리니까 실수일 수 있어. 몰랐겠지'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지금은 '몰랐겠어?'하는 부분이 된다"고 짚었다.

이어 "나이를 먹으며 성격도 변하는 것들이 지금의 저는 오히려 좋다. 그 전에는 누군가 내 얘기를 했다고 하면, '내 얘기를 누가!'가 되는데 지금은 그냥 '이유가 있지 않겠어?' 이럴 정도가 된 거다. 굳이 나도 바쁜데 쫓아가서 만나서 '네가 그랬느냐'고 따지겠나. 그냥 이제는 외양 자체에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 마냥 뭐든 연기를 하든, 사람을 만나든 내가 진실하고 진정성이 있게 사람을만나면 커피를 마시든 일을 하든 시간이 쌓이게 되는 거고, 40년차가 되어도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의 배우 이정진이 12일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6.12/
때문에 이정진은 당장 맺는 인연들에도 집착하지 않게 됐다고. "이미 결혼도 늦었지만, 주변에서 물어보면 '당장 다음 달에도 갈 수 있고'라고 하는데 그러면 저한테 다들 '정신 차려라'고 하더라. 가정에 대한 책임감도 들고, 요즘엔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책임감이 생긴다. 부모님, 친구간의 우정 모두 책임감이다. 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친구끼리 소개를 해주는 것도 이제는 쉽지가 않더라. 그 전에는 '너도 와!'해서 소개를 했는데, 이제는 소개에도 책임이 따르는구나 싶었다."


지난 시간, 매니지먼트 사업도 했었던 이정진은 "이미 사업은 접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잘 안 되더라. 경기도 좋지 않았다. 이제는 회사에 들어가야 할 거 같다"고 시원하게 말한 뒤 "저는 저를 열심히 일하게 해주는 회사가 좋을 거 같다. 제가 그간 너무 놀았나 보다. 배우들은 선택을 받아야,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인데, 저의 의지에 따라 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저에게 맞는 것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받지 말고, 잘 준비하고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러면서 예능 프로그램인 '시골경찰'도 하고 '더킹'도 들어갈 수 있던 거다"고 밝혔다.

이정진은 마지막으로 "저는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할 거 같다. 지난 작품들을 돌아봤을 때 후회스럽고 미련이 남는 것들이 아니라, 최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에너지가 있어야 다음 작품도 고를 수 있고, 또 그 다음, 그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 않을까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정진은 '열일'을 예고한 상태다. '더킹'을 마친 뒤 열정적으로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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