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사라진시간' 정진영 "첫 연출작 개봉 코앞, 발가벗겨진 느낌"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6-11 10:55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정진영이 첫 연출작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라진 시간'(정진영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 제작). 영화의 연출과 갱을 맡은 정진영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황산벌' '왕의 남자' '7번방의 선물', '국제시장', '택시운전사' 등 상업영화와 '클레어의 카메라'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예술·독립영화, '보좌관', '화려한 유혹' 등 드라마, 시사 교양 프로그램 진행까지 33년 동안 전방위적 활약을 펼쳐온 관록의 연기파 배우 정진영. 영화계에 몸담으며 오랜 시간 연출의 꿈을 품어왔던 그가 직접 갱까지 쓰며 심혈을 기울이며 준비한 영화 '사라진 시간'으로 첫 연출 도전에 나섰다.

'사라진 시간'은 하루아침에 나에 대한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신선한 설정과 예측할 수 없는 기묘한 스토리로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미스터리 속으로 끌어당긴다. 미스터리의 중심에 놓인 형구라는 인물을 통해 타인이 규정하는 삶과 자신이 바라보는 사람, 그 간극에 놓인 사람의 고독과 외로움을 신선하게 그려내며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가 끝난 후에도 깊은 사색에 빠지게 만든다.

이날 정진영 감독은 "이런 기분일 줄 몰랐다. 연출로서 후반 작업은 작년 가을에 끝냈다. 개봉을 앞두고도 담담할 줄 알았다. 이준익 감독님이 '지금은 그럴 거 같아도 개봉 앞두면 미칠걸?' 이라고 하셨다. 그분은 작품을 몇 개나 한 거장인데도 그렇다더라. 유난하시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개봉을 앞두니까 발가벗겨지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도 물론 개봉을 앞두면 평가 받는 기분이지만, 그건 캐릭터와 연기를 평가 받는 건 아닌가. 이건 제가 시나리오를 쓰고 만든 거라서 저의 전체를 평가 받는 기분이라 발가벗겨진 느낌이다"며 어떨 때는 영화를 보고 저의 내면을 읽으려고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제가 빼어난 연출력을 가져서 시작한 게 아니라 나의 진심을 투박하게 다가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다. 정말 연출은 또 다른 영역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첫 연출작을 기묘하고 다소 어려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이유에 대해 묻자 "어렵다기 보다도 논리적인 해석과 다른 경로로 와닿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 안의 이야기는 단순하고 쉽다. 오히려 관객들이 막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 영화로 말하고 싶은 화두 같은 것들이 다소 관념적일 수는 있을 것 같다. 결국 '나는 누구 인가'라는 이야기인데, 어쩌면 선문답일 수 있다"며 "내가 규정하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가 있는데 우리 모두 그런 걸로 고민하지 않나. 남들이 생각하는 나로 맞춰 사는 게 아닐까 고민하지 않나. 정말 나는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로 하고 싶었다. 계속 다른 파도를 넘어가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싶었다. 어려운 도전이라기보다는 이런 방식으로 주제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영 감독이 메가폰을 '사라진 시간'에는 조진웅, 배수빈, 정해균, 신동미, 이선빈 등이 출연한다. 오는 18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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