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소설 아닌 시(詩)같은 영화"…김호정, '프랑스여자'와 배우의 삶(ft.김영민)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6-03 13:34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프랑스 영화'는 소설이 아닌 한편의 시 같은 영화라 생각해요."

20년 전 배우의 꿈을 안고 프랑스 파리로 떠난 미라(김호정)가 서울로 돌아와 옛 친구들과 재회한 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특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프랑스 여자'(김희정 감독, ㈜인벤트스톤 제작). 극중 주인공 미라 역을 맡은 김호저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1년 연극으로 데뷔한 이래 연극,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완벽한 인물 밀착 연기를 보여준 30년차 베테랑 배우인 김호정. 특히 봉준호, 임권택, 문승욱, 신수원 등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한국영화계 작가주의 감독들이 사랑하는 그가 영화 '프랑스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잊지 못할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프랑스 여자'에서 그가 연기하는 미라는 20년 전 배우를 꿈꾸며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가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 통역가로 파리에 정착한 인물. 남편과 이혼 후 오랜만에 찾은 서울에서 과거 함께 꿈을 키웠던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그의 앞에 한 순간에 과거가 펼쳐진다. 현재와 과거, 꿈과 현실, 기억과 환상을 넘나드는 그녀는 지나간 순간을 떠올리려 애쓴다.
이날 김호정은 "이 영화는 볼 때마다 많이 다른 것 같다. 관객들도 그럴 것 같다. 첫 번째는 생소한 기분이지만 두 번째 봤을 때는 이야기가 들어오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디테일이 들어오더라. 네 번째 봤을 때야 비로소 온전히 즐긴 것 같다"며 "제 주변에도 이 영화를 두 번 정도 본 분들이 계신데 두 번 정도 보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하더라"고 '프랑스 여자' 관람 소감을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에 대해 "원래 시나리오는 본 영화보다 더 길었다. 아무래도 편집된 장면들이 있어 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시나리오는 영화보다 훨씬 쉬웠다. 여러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보시는 분들은 당황할 수 있지만, 의미 하나하나 찾아가며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그냥 흘러가듯 영화를 관람하신다면 관객분들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실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상업 영화는 보고 나면 마치 흥미로운 소설을 읽은 듯 '아! 재미있다!'고 말하지 않나. 하지만 '프랑스 여자' 같은 작가주의 영화는 소설 보다는 '시 한편'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시는 내가 생각 할 수 있고 음미하며 정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 '프랑스 영화'는 그런 시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판타지와 현실을 오고가는 미라. 이 인물을 연기하면서 김호정은 "연기를 할 때는 판타지와 현실을 구별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특정 장면은 상상이라고 치부하고 연기하진 않았다. 미라가 모든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이 모든 상황이 실제라고 받아들이고 연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프랑스에 오래 머물며 능숙하게 불어를 구사하는 역할을 연기한 김호정. 영화 '나비'(2002, 문승욱 감독)에서 독어 연기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는 불어 연기에까지 도전한 것. 그는 유럽에서 체류하던 경험은 언어 연기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20대 때 연극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유럽에 간 적이 있었다. 몇 년을 유럽에 머물렀는데 주로 독일 남부에 있었다"며 "한국에 돌아와 '나비'라는 작품에서 에서는 독일 교포를 연기했는데, 사실 처음 설정은 스위스 교포 설정이었다. 그런데 배우들은 경험이 있어야 더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감독님께 말씀을 드려서 독일 교포로 설정을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독어와 달리 불어는 너무 힘들더라. 독어는 억양적으로 한국말처럼 딱딱 떨어지는데 불어는 딱딱 떨어지지 않아 입에 붙이가거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하기로 하고 바로 프랑스 여성분에게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극중 남편으로 등장하는 프랑스 남자배우도 합을 굉장히 많이 맞춰 봤다. 그리고 극중 미라의 모델이 된, 통역사 분이 프랑스에 계신데 직접 만나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극중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영은 역의 김지영에 대해서는 "지영 씨는 워낙 극중 영은과 똑같다. 워낙에 화통하다. 지영 씨가 제가 출연했던 '화장'(2014, 임권택 감독)을 보고 저에게 너무 살갑게 인사를 해서 밤새 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20대 성우 역의 백수장에 대해서는 "몇년전에 부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독립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정말 너무 연기를 잘해서 제가 강력 추천했다"고 말했고 혜란 역의 류아벨에 대해 "정말 에너지가 좋은 친구다"고 전했다.
특히 김호정은 극중 오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40대 성우 역의 김명민에 대해 "김영민 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제 연극의 코러스로 데뷔했다"고 남다른 인연을 전했다. 이어 "영민 씨는 그 후로 연극에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섰던 배우다. 신체를 쓰는 것에 있어 굉장히 뛰어난 배우다. 몸으로 표현하는 임펙트 있는 역할을 많이 했던 훌륭한 배우다"고 덧붙였다.

최근 화제가 됐던 김영민의 출연작인 '부부의 세계'를 봤냐는 질문에 "'부부의 세계'를 보지는 못했다. 한창 방영 중에 제가 콜롬비아에서 영화 '보고타'를 촬영 중이라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영민이가 최근 출연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봤다. 거기서 러닝에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게 너무 귀엽더라. 사실 저는 '부부의 세계' 보다 '사랑의 불시착'에서부터 영민이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흔들리는 미묘한 역할을 정말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 이후 영민이가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제가 본인에게 물어봤다. '너 너무 떴다'라고 하니까 촬영 때문에 갇혀 있어서 실감을 못한다고 하더라. 영민이는 항상 귀엽다. 한 번도 변한 모습이 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똑같은 배우다"며 웃었다.

오랜 기간 연극 배우로 살아온 김호정은 극중 연극 배우를 꿈꾸는 미라의 캐릭터에 더욱 공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이 작품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물리적으로 나이도 꽤 들었고 나의 여성성은 끝났구나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을 때다. 제가 TV를 시작한지는 2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보통 제 또래 배우들은 엄마 역을 많이 하더라. 그런데 저는 싱글이다. 싱글로서 엄마 역을 하게 되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연기적 고민을 많이 하던 중 이 시나리오를 받게 됐다. 미라의 이야기가 너무나 내 얘기 같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라처럼 20대 때 정말 연극에 미쳐서 살았다. 미라처럼 그때는 연극에만 미쳐있었기 때문에 그 밖의 일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사실 여전히 배우로 살면서 여전히 우울하다. 최근에 한 평론가가 저에게 '벌써 연기를 해오신지 30년이나 되셨다'고 하는데, 뿌듯하기 보다는 '30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나'라는 생각에 허무하더라. 그렇기에 미라의 상태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미라처럼 연극에 빠져 지나쳐온 것 중 가장 후회되는 건 없냐는 질문에 "2002년에 영화 '나비'로 외국에서 상을 받고 단상에 내려왔는데 허무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며 "그때 이상하게 나와 헤어진 남자친구가 뒤늦게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더라. 그때 심하게 우울했다. 게다가 그 당시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했다. 그때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잘하고 살았어야 하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회한이 들더라"라며 "지금의 나의 가족, 언니 엄마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힘든 시기, 또 우울한 감정을 안고 보냈지만 영화 '프랑스 여자'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어줬다는 김호정. 그는 "내가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와 나와 같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를 읽고 과거의 후회와 기억을 더듬어 보는 미라를 연기하면서 나 또한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기억과 후회를 털어버렸다. 영화 속 미라는 우울하지만, 오히려 나는 미라와 '프랑스 여자'를 통해 긍정의 마음을 갖게 됐다"며 웃었다.
한편, '프랑스 여자'는 '열세살, 수아'(2007), '청포토 사탕: 17년 전의 약속'(2012), '설행_눈길을 걷다'(2016)을 연출한 김희정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다. 김호정을 비롯해 김지영, 김영민, 류아벨, 백수장 등이 출연한다. 오는 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