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영민(49)이 '지천명 전성기'를 맞이했다.
김영민은 2001년 영화 '수취인불명'으로 데뷔한 후 2018년 tvN '나의 아저씨'를 만나기 전까지 주로 연극 무대와 스크린에서 활약했던 배우다. 영화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와 '협녀, 칼의 기억'(2015), '대립군'(2017)에서도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줬고, '돈키호테'(2010)와 '혈우'(2017)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무대에 올랐다. 브라운관에서는 MBC '천하일색 박정금'과 '베토벤 바이러스'(2008)로 시청자들을 처음 만난 뒤 10여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나의 아저씨'를 시작으로 MBC '숨바꼭질', OCN '구해줘'를 거치며 쉼 없는 연기를 펼쳤다.
김영민은 최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부부의 세계'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부부의 세계'는 말 그대로 28%의 시청률을 찍은 대박 작품이 됐다. 비지상파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이자 올해 방송된 드라마들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유한 드라마가 된 것. 김영민은 "김희애 선배님이 하시는 드라마니까 어느 정도는 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현장에서는 작품의 무게감 때문에 그런지 감독님이 들뜨지 않았고, (김희애)선배님도 워낙 그 인물(지선우)의 마음을 유지하고 있어서 들뜬 적이 없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촬영도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진행이 됐다"며 "'부부의 세계'는 정말 특이한 경우가 많았는데, 대본도 너무 탄탄하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방송 화면으로 보니 더 좋은 부분들이 보이는 거다. 그게 바로 연출의 힘이 아닐까 싶었다. 시청자 분들이 봐야 할 부분이나, 연출적 리듬이나 작품의 힘을 담는 데 있어서 대본을 알고 보는데도 재미 있게 보게 되는 거다. 정말 특이한 경험이었고, 모완일 감독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종회도 화제가 됐다. 메인 서사를 담당했던 지선우와 이태오가 완전히 함께하지 않게 됐고, 이준영(전진서)이 집을 떠났다가 1년 만에 돌아오는 등 부부의 현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결말을 맞이한 것. 그중 손제혁은 고예림과 최종적으로 이별하게 되며 권선징악 엔딩을 맞이했다. 김영민은 "마지막 장면에 예림이가 '당신을 사랑하지만, 용서가 안된다'고 했는데 그 과정으로 오는 장면들이 다 슬펐다. 14부부터 예림이와 만나는 장면들이 다 슬프더라. 그러다 결국엔 헤어지게 된 거다. 제혁이도 정신을 차리고 좋은 사랑을 해볼까 했는데 상대방이 괴로워하고 다가가지 못하는 결말이라 애틋했다. 마지막회 대본에 저와 만나는 여성분의 캐릭터 이름이 '새 여자'로 되어 있더라. 그게 너무 웃겼다. 제혁은 전에는 육체적으로 여자가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자기 옆에서 정서적으로 함께할 반려자가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 되어버린 거다. 덜 된 인간인데,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인 거 같았다. 예림은 혼자 자신의 길을 잘 살아갈 것 같은데 제혁이는 그렇지 못한 결론인 거다"고 밝혔다.
|
|
마지막 장면에서 티라미수 케이크를 바라보며 고예림을 떠올리는 손제혁의 모습을 연기했던 김영민은 "참 어리석은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감독님도 손제혁과 고예림에 대한 마무리에 고민이 많으셨을 거다. 지선우, 이태오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부부였는데, 제혁이가 했던 일들도 있었고, 여성의 시각으로 봤을 때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생각해 좋은 결말이었던 거 같다. 둘이 우여곡절 끝에 서로를 용서하고 그런 시간들이 지나도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남자들의 죄책감 없이 저지른 실수나 잘못들이 인생에 커다란 아픔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했다"며 '제혁을 변호해달라'는 물음에도 김영민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됐고, 변명이 아닌 뉘우침을 해야 할 인물이다. 사과의 말씀을 대신 드린다"고 단호히 말했다.
'부부의 세계'는 기승전 김희애의 드라마. 김영민은 첫 대본리딩 당시를 회상하며 "차분하게 리딩을 시작했는데, 희애 선배님 입장에선 모르는 얼굴들이 많았을 거다. 그래서 걱정도 됐을 텐데 '어떻게 모르는 배우들과 풀어갈까' 하셨을 거 같다.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다들 너무 좋아서 걱정이 사라지더라'고 말해주시는 걸 보고 정말 감사했다. 후배 배우 입장에서 감사했고, 그런 걱정을 표현하지 않으시다가 연기를 하면서 상대의 장점을 보시고 하나 하나씩 풀어가셨구나가 느껴지니 감사했다"고 했다.
그랬기에 최종 촬영 후 김희애게게 줄줄이 안기는 남자 배우들의 모습이 연출될 수 있던 것. 김영민은 "선배님은 지선우를 유지하고 있어야 할까. 평소에는 소녀 같은 면도 있으시고 여리여리하신데, 현장에만 가면 지선우가 된 모습들이 보였다. '지선우를 연기한다'가 아니라, 이미 체화된 모습이 보였고, 현장에서 그렇게 느꼈다. 작품을 보니 숨을 쉬며 상대를 보시는데 이미 그 호흡만으로도 지선우가 된 모습이 보일 때 소름이 끼치더라. '유지를 위해 노력을 하셨겠구나'가 느껴지니 배우로서 존경스러웠고, 현장에서 편하게 계실 수도 있을 텐데,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집중하셨고, 또 그런 부분들 때문에 배우들에게 살갑게 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태오를 안아주시는 모습이 예쁘더라. 그런데 (이)무생이가 '저도요'하고 안기기에 그래서 '그럼 저도요'라면서 안겼다"고 말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 속 부부들의 삶을 현실적이라고 표현했다. 2009년 일간지 기자와 결혼해 12년차 부부가 된 그는 "저의 '부부의 세계'는 차분한 하얀색이다. 어떤 색을 칠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희석해 다시 흰색을 만드느냐의 과정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김영민은 "극중 손제혁처럼 애교가 크게 있는 타입은 아니지만, 저도 애교가 없는 타입은 아닐 것"이라며 "크게 외향적으로 움직이는 타입은 아니지만, '아내 말을 잘 듣자'를 마음에 품고 있다. 아내의 말에 따르는 타입이다. 여자 말을 잘 들어서 집안이 안 될 수는 없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아내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남성주도적으로 옛날처럼 살아가는 세상은 지났고, 여성 분들이 세상을 남자보다도 더 객관적으로 잘봐준다고 생각한다. 더 생각이 많이 펼쳐지고, 복잡하지만 세상을 밝히는 것에 더 현명하다"고 말했다.
|
|
이제 김영민은 '마스크를 써도 알아보는' 단계를 넘어 '선글라스를 써도 알아보는' 단계를 위해 달릴 예정. 그는 "이제는 뭔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좋아졌다. '다음 작품을 어떤 장르로 하겠다'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특별히 없었고, 특별히 원하는 스타일이나 배역도 없지만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 정말 힘든 일이고, 김희애 선배님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하셨을 정도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가 잘 맞아야 한달까.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모두의 욕구고 희망이다. 최선을 다하고 어떤 작품을 하든 기대를 많이 해주시고 어떤 행보를 걸을지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다음에는 마스크도 끼고 선글라스를 껴도 저를 알아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김영민은 '부부의 세계'를 마친 후 JTBC '사생활'에 곧바로 합류해 하반기 시청자들을 만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