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논의된 바 없어"→"휴식기"..'개그콘서트' 폐지 향한 KBS의 말장난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논의된 바 없다"더니 이번엔 "휴식기"를 선언했다. '개그콘서트'를 두고 벌어진 KBS의 교묘한 말장난이다. KBS2 '개그콘서트'가 문을 닫는다. 20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프로그램의 '휴식기' 선언이지만, 돌아올 시기를 정해두지 않아 간단히 말해 폐지다.

KBS는 14일 "'개그콘서트'가 휴식기를 맞는다"며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가지 이유"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그동안 유행어로, 연기로 대한민국의 주말웃음을 책임져온 재능 많은 개그맨들과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개그콘서트'의 휴식기 선언과 더불어 KBS는 "마지막까지 '개그콘서트'다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것을 약속드리며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지만, 사실상 폐지를 아름답게 표현하려 노력한 것뿐.

KBS는 7일 제기됐던 폐지설에 대해 "논의가 된 바 없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당시 폐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계속해서 지킨 것. 녹화 일정을 공지하며 생긴 해프닝이라는 설명도 이어졌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했다.

이후 폐지를 결정한 뒤에도 "휴식기"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KBS는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이 역시 정해진 바 없는 일. 폐지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 KBS 관계자는 "소재 제한 등으로 지상파에서 개그를 선보이기 어렵다"는 이유로 출연진들이 등장할 유튜브 콘텐츠를 제시한 상황이다. 개그맨들은 '개그콘서트'가 아닌, 유튜브 콘텐츠 '판타스틱'으로 개그를 이어간다.

1999년 7월 18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인 '개그콘서트'는 2003년에는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국민적인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일요일 밤 방송됐던 '개그콘서트'는 김준호와 김대희, 이수근, 박준형, 정종철, 김병만 등으로 이어지는 국민 예능인들의 탄생을 알렸고, 현재 방송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신봉선, 안영미, 유세윤, 박성광 등을 배출해낸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이에 2003년, 2011년, 2012년, 2013년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받으며 국민예능임을 확인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1000회를 기념하며 선배급 개그맨들이 복귀하고 개편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시청률의 부진은 극복하지 못했다. 최근엔 3%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시청률이 추락한 '개그콘서트'는 식상해진 공개 코미디 포멧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지에 이르게 됐다. 그동안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과 '개그야' 등이 줄줄이 종영하며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중 마지막을 지키고 있던 '개그콘서트'까지 막을 내리며 이제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명맥이 끊어진 셈이다.

문지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