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피어스, ♥이경미 감독→달시파켓→봉준호 감독 인연까지 알찬 한국살이 [종합]

김수현 기자

기사입력 2020-05-07 22:03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 기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저스틴과 피어스가 한국살이 배테랑 다운 일상을 보냈다.

7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특별판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에서는 한국살이 5년 차 남아공 출신 저스틴, 한국살이 8년 차 아일랜드 출신 피어스 콘란이 출연했다.

이날 딘딘은 "알베 형이 좋은 일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알베르토는 1억 원 상당의 천연비누를 기부했다. 사회적 기업을 운영 중인 알베르토는 "아는 분들과 함께 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 한국살이의 주인공, 저스틴은 남아공에서 온 5년 차 대한외국인이었다. 수많은 외국인의 거주지 해방촌에 사는 저스틴이 사는 집은 다소 독특한 모습이었다. 반지하인 탓에 어두운 실내에 고장난 시계, 거미줄이 즐비했다. 딘딘은 "여자 친구 없는 티를 낸다"고 말했고, 저스틴은 "여자친구 있다"며 발끈했다.

지난해 4월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했던 저스틴은 그때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갑자기 달라진 스타일에 이유를 묻자 저스틴은 "제가 원래 외모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며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다.

저스틴은 일어나자마자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냉동실에서 빨래집게를 꺼낸 저스틴은 내려온 블라인드를 수동으로 접었다. 저스틴은 "1000원 짜리다. 100만 원짜리 블라인드보다 좋다"고 뿌듯해 했다. 아침부터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반갑게 나간 저스틴은 거칠어진 숨소리와 함께 등장했다. 커다란 생수통을 들고 들어온 저스틴은 요즘은 보기 드문 냉온수기를 사용했다. 저스틴은 "요즘 한국 사람들은 정수기 안쓰냐"고 어리둥절했지만 MC들은 "요즘 저런 건 동사무소에나 있다"고 황당해 했다.

저스틴은 갑자기 요가를 시작했다. 한 발로 무게를 지탱하고 요가 자세를 취한 저스틴은 연이어 다양한 요가 자세로 감탄을 자아냈다. 저스틴은 "여자친구가 요가강사여서 많이 알려줬다"며 "요가 매트는 못찾아서 안했다"고 자유영혼다운 면모를 뽐냈다.

냉장고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5년 전 음식까지. 저스틴은 "제가 이사오기 전부터 있던 음식도 있다. 그냥 보기 좋아서 안 치웠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저스틴은 상한 부분도 아랑곳않고 자유롭게 조리했다. 저스틴 요리의 정체는 남아공 전통음식 포이키코스였다. 실제 포이키코스와는 확연히 다른 비주얼이었지만 저스틴은 만족하며 "셰프해도 되겠다. 한 그릇에 2만 원씩"이라고 뿌듯해했다.



5년간 6번이나 이사한 저스틴은 다시 강남으로 이사간다며 이삿짐싸기에 나섰다. 김장봉투를 꺼내 의아함을 안긴 저스틴은 "편하고 옷 쑤셔넣지 좋았다"며 미소지었다. 저스틴은 김준현에게 "이사갈 때 저 불러달라"고 말했지만 김준현은 "저는 그냥 이사업체 부르겠다"고 거절해 웃음을 자아냈다.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하다보니 순식간에 옷정리가 끝났다. 책장에 간 저스틴은 평소였으면 보지 않았을 책이지만 짐을 싸며 책 삼매경에 빠졌다. 그중 알베르토가 쓴 책도 있었다. 저스틴은 "제가 읽기엔 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사를 하는 김에 안쓰는 물건은 중고거래로 처분했다. 저스틴은 "그룹에서 중고로 가구를 처분하려고 했다. 그런데 가격 그렇게 비싸지 않아도 안 나간다. 그래서 점점 깎고 있다"고 시무룩해했다.

그때 친구들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저스틴의 가구들을 구석구석 체크하며 물건을 중고로 살지 고민했다. 거래가 불발될 위기에 처하자 저스틴은 "내가 옮기는 것 도와주겠다"며 배송까지 약속했다. 성공적으로 중고거래를 마친 저스틴은 능숙한 모습으로 집을 정리했다. 알베르토는 "한국에서는 좋은 점이 이사할 때 '여기는 이런 물건 놓지 말라'고 조언도 해준다"며 한국 포장이사의 장점을 전하기도 했다.

저스틴은 단골 비건 카페를 찾았다. 해방촌 마당발로 통하는 저스틴은 이사가기 전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찾은 것. 작별인사를 마친 저스틴은 여기저기 단골 가게들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수염 마니아의 필수 코스 바버샵도 찾았다. 면도를 마친 저스틴은 바버샵에 중국집 쿠폰을 선물하고 쿨하게 자리를 떴다.

특히 저스틴은 집주인 할아버지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훈훈함을 자아냈다. 저스틴은 "할아버지 저 지금 이사 갑니다"라며 스케치북 편지를 전달했다. "할아버지가 눈은 잘 보이시는데 귀가 잘 안 보이신다"며 특별한 편지를 준비한 것. 저스틴이 "100세 까지 사세요"라고 말하자 할아버지는 "내가 92세인데 8년만 더 살라는 건가"라고 재치있게 농담까지 주고 받았다.

저스틴은 정든 동네를 떠나며 "여기 사는 사람들 서로 잘 알고 있어서 공동체처럼 느껴지는 게 좋다. 그런데 제 생각에 인생은 한 지역에 머무르면 안 된다. 움직여야 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한국살이 8년 차 아일랜드 출신 피어스 콘란이었다. 귀여운 고양이와 함께 동거하고 있는 피어스는 영화 평론가, 기자, 영화제 심사위원까지 한국 영화에 대한 일을 하고 있다. 피어스는 "처음 한국 영화를 접하게 된 게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었다. DVD가게에서 새 영화를 찾다가 실수로 한국 영화를 보게 됐다. 그러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 한국에 오게 됐다"며 "봉준호 감독도 실제로 몇 번 만났다. 영국 햄버거 집에서 우연히 만났다. '진짜 봉준호 감독이잖아?' 하고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피어스는 고양이 밥을 챙기며 하루를 시작했다. 곧이어 자신의 식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달걀과 아보카도 등 정성을 다한 요리는 아내를 위한 것. '페르소나', '미쓰 홍당무' 등 충무로 대표 영화감독 이경미 감독과 결혼한 피어스는 "'비밀은 없다' 시사회 뒤풀이에서 첫 인사를 나눴는데 나중에 생일파티를 통해 진지하게 만나게 됐다"며 "특히 '미쓰홍당무'를 재밌게 봤다. 몇 번이나 봤다"며 '성덕'이라는 말에 부끄러워했다.

이경미 감독은 "내가 방송에 나가는 게 창피해서 나 좀 숨겨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자 피어스는 "예쁜 얼굴을 왜 숨기냐"며 달달한 잉꼬부부 면모를 뽐냈다. 이경미 감독은 2주 전 제작진에게 피어스가 한국에서 외로워한다는 사실과 생각이 건강한 사람이라는 메일을 보내며 세심한 애정을 드러냈다. 피어스는 "정말 몰랐다. 감동이다"라면서 이경미 감독을 향한 영상편지를 보냈다. 피어스는 "편지를 보고 많이 놀랐다. 저녁에 맛있는 거 해주겠다"며 얼굴이 붉어져 MC들의 놀림을 받았다.

이어 이경미 감독은 "배우 문소리 씨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괜찮아~ 우리 집에서도 집사부일체 촬영했다'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며 "이제 마지막 마지막 믹식 작업이 얼마 안 남았는데 노래를 두개 만들어야 한다"며 남편과 일 얘기를 자유롭게 나눴다. 2년 차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사소한 이야기도 환하게 웃으며 아침을 보냈다. 피어스는 "제가 가끔 영화 촬영 현장에 나가보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피어스는 촬영 현장에 나가는 이경미 감독을 배웅했다. 텅 빈 집안에 홀로 남은 피어스는 곧바로 설거지를 하는 등 살림꾼으로서 청결함을 유지했다.

이어 피어스는 책장 앞에서 영화 고르기를 고심했다. 1100장의 영화를 수집하고 있는 피어스는 거실 책장부터 방까지 가득 영화로 채웠다. 피어스의 컬렉션 중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한정판까지 볼 수 있었다. 피어스는 영화에 빠질 수 없는 팝콘까지 준비하고 영화 감상에 몰입했다. 피어스는 계속해서 영화 감상을 이어 제작진을 당황하게 했다. 곧이어 작업실로 향한 피어스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영감 탓에 운동과 청소를 하며 머리를 비웠다.

그때 피어스의 집에 친구가 방문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번역가 '달시 파켓'이었던 것. 피어스 콘란은 "한국에 오기 전부터 달시 파켓과 알던 사이"라며 황금 인맥을 인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국살이 23차"라는 달시 파켓은 "지금까지 100편 넘게 번역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인연을 맺은 달시 파켓은 피어스가 한국에 올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조언해주는 '한국살이 멘토'였다.

피어스는 냉장고 앞에 적힌 피어스의 작무을 보며 환한 웃음을 칭찬했다. 달시 파켓은 "중간에 있는 작은 음절로도 의미가 바뀐다"며 "이제부터 한국말로 하겠다"고 말해 피어스를 당황하게 했다.

달시 파켓은 피어스의 한식을 맛본 후 "정말 맛있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달시파켓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은 왜 한국에 가는지 의아해했다"고 말했고 피어스 역시 공감했다. 두 사람은 한국과 한국영화에 대해 달라진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달시 파켓은 "처음에는 교정이랑 감수만 하다가 그 뒤에 친구와 같이 번역을 오래 했다. 그러다 한 6년 전부터 혼자 번역하게 됐다"며 "번역이 굉장히 재밌는 일이다. '아이고'라는 말 아냐.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거냐"고 물었다. 피어스는 당황하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달시 파켓은 "젊은 사람들이 '아이고'라고 하면 번역하기 굉장히 곤란하다"며 번역가로서 고충을 드러냈다. MC들 역시 '아이고'가 가진 여러 의미들에 대해 토론했다.

또 번역하기 힘든 단어는 '오빠'. 달시 파켓은 "'오빠'는 늘 해결책이 없는 말이다. '안되겠다'도 그렇다. 번역하면 좀 길게 되는데 그러면 표현의 에너지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피어스는 벽장을 가득 채운 블루레이를 자랑했다. 함께 영화를 보던 두 사람은 짜파구리인 'ram don' 부분을 찾았다. 달시 파켓은 "사실 봉준호 감독은 욕설이 많은 걸 선호한다. 여기서 욕을 안 쓰고 번역해도 되는데 우리는 그냥 상의해서 썼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달시 파켓은 "번역할 때랑 그 이후에도 안 먹었는데, 너무 화제가 돼서 누가 묻기 전에 먹었다"고 웃었다. 피어스는 "저도 그 현장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색감이 선명해지는 과정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달시 파켓은 "저도 그게 어떻게 된 건지 자세하게는 모른다"고 답하며 피어스와 영화 감상에 빠졌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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