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고생한 보람 느낀 인생작"…이제훈, '사냥의 시간'에 쏟아부은 자부심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28 15:14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쏟아냈던 '사냥의 시간', 오랜 기다림 끝에 얻은 전 세계 고무적인 반응을 보면서 고생한 보람을 느껴요."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싸이더스 제작)에서 새 출발을 꿈꾸며 무모한 계획을 세우는 준석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36). 그가 28일 오후 진행된 국내 매체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사냥의 시간'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에서 10대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섬세한 연출력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괴물 신예'로 등극한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에 신작이자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 충무로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한 신작으로 많은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한국 영화 최초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호평을 받으며 기대치를 높였다.

특히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이제훈은 전작 '박열'(17, 이준익 감독) '아이 캔 스피크'(17, 김현석 감독)에 이어 3년 만에 '사냥의 시간'으로 컴백해 눈길을 끈다. 이제훈은 지금의 자신을 만든 출세작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과 두 번째 만남으로 캐스팅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바, 기대를 입증하듯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 등 친구들의 리더이자 위험한 계획의 설계자 준석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영화 전반을 이끌었다.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친구들과 함께 위험한 계획을 세우는 준석으로 연기 변신에 나선 이제훈.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 속 강렬한 모습은 물론 극한 상황 속 폭발하는 내면의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훈은 "이 작품은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파수꾼'으로 만났고 인연이 돼 '사냥의 시간'까지 오게 됐다. 형제같이 지내던 사이라서 차기작을 이야기 하는 데 있어서 '당연히 같이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같이 하게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고 보탬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사냥의 시간'이라는 세계관을 그림을 통해 보고 싶었다. 빨리 캐스팅하고 스태프들과 힘내서 만들고 싶었다. 다른 작품보다 의지가 더 컸던 작품이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만난 윤성현 감독과 재회에 "'파수꾼'을 촬영했던 해가 2010년쯤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던 시기였다. '파수꾼'을 만나면서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한다는 무게감을 알게 됐다.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에 윤성현 감독을 만났다. 내겐 중요한 시기였는데 그때 '파수꾼'과 윤성현 감독을 만나 나라는 배우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윤성현 감독을 보면서 연기하면서 많이 배웠다"며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작품이 나왔는데 그 시간들이 정말 더 깊어지고 세계관에 있어서 영화적인 장르의 에너지가 너무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나도 윤성현 감독이 표현하고 싶은, 배우로서 구현해낼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모든 걸 다 주고 싶었다. 그의 디렉션을 다 받아들여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쏟아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물론 늘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극한의 공포감에 고생도 많았다는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을 촬영하면서 쫓긴다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있었다. 실제 경험담을 생각해봤는데 학창 시절 골목에 끌려가 돈 빼앗겼던 기억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한 무서움이 다들 있지 않나? 다만 영화 속 설정처럼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죽임을 당할 수 있고 사냥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체험하지 못한다. 그것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지점에 대해 정답이 없었다. 그래서 나의 감정을 한계치에 몰아붙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공포를 표현했지만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계속 몰아붙였다. 안주하지 않고 한계가 시험을 계속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사냥의 시간', 이제훈의 열연이 공개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7년 기획 이후 3년 만인 지난 2월 26일 국내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개봉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 또 우여곡절 국내 상업 영화 최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결정했지만 이 과정에서 해외 배급 대행사와 갈등으로 또다시 개봉을 연기, 무려 두 차례 개봉 연기 끝에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이제훈은 "원래 계획은 2월 말에 개봉하려고 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로 만나게 돼 너무 뜻밖이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플랫폼을 통해 내 작품을 공개하게 돼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 공개되는 시점에서 또다시 연기가 되면서 매우 아쉬웠다. 그래도 영화가 어찌 됐건 공개된다는 것에 의심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걱정해줬지만 침착하게, 의연하게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다. '사냥의 시간'은 극장 상영을 목표로 만든 영화지만 넷플릭스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훗날 넷플릭스로 보다가 이벤트로 극장에서도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정말 넷플릭스에서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영화를 볼 수 있어 기분이 좋고 전 세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배우로서 고무적인 일이다. 또 주변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외출하는 것에 있어서 조심스러운데 다들 TV를 많이 보지 않나? '사냥의 시간'을 잘 봤고 고생 많이 했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공포감과 에너지가 넘쳐나서 숨죽이며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한국 영화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롭게 본 사람들이 많더라. 힘들게 고생한 보람이 많았다"고 웃었다.

또한 "국내 반응도 좋지만 190여 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돼 해외 반응도 상당하다. 해외 리뷰를 보면서 '이렇게 우리 영화를 봤구나' 싶었다. 영화 의도에 맞게 봐준 것 같아 감사하다. 월드 와이드 반응을 동시에 겪는 게 처음이었다"며 "영화가 공개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그 마음이 윤성현 감독만 하겠나? 기다림의 시간이 윤성현 감독과 차기작을 함께하길 바랐고 함께하면서 공개되기까지 과정이 여타의 다른 작품과 다른 시간들이었다. 그런 부분들을 함께 나누면서 겪는 과정이 앞으로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있나 싶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개봉하기 쉽지 않았지만 너무 좋은 기회에 넷플릭스에 공개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가세했고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3일 넷플릭스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단독 공개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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