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산전수전 겪은 '사냥의시간', 오늘(23일) 넷플릭스서 공개..OTT 신드롬 열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4-23 09:4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단독으로 공개하기까지 산전수전, 그리고 공중전까지 겪은 추격 스릴러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 싸이더스 제작)이 모든 논란과 잡음을 정리하고 무려 3년 만에 '방구석 1열' 관객과 만나게 됐다.

'사냥의 시간'은 23일 오후 4시 한국 상업영화 최초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단독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된다.

2시간 14분의 상영이 끝난 뒤 이날 오후 9시에는 이동진 평론가의 진행으로 '사냥의 시간' 주연배우인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그리고 연출자인 윤성현 감독이 참여한 스페셜 온라인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못다한 이야기를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냥의 시간'은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박정민을 제외한 4인 배우 및 윤성현 감독의 국내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일반적인 영화 개봉에 있어 진행되는 마케팅 절차를 밟는다.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모든게 순조로운 '사냥의 시간'처럼 보이지만 오늘날이 있기까지 그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이제훈, 박정민,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 주연의 '사냥의 시간'은 2011년 영화 '파수꾼'에서 10대 청춘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본 섬세한 연출력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괴물 신예'로 등극한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로 지난 2월 한국 영화 최초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때까지만해도 '사냥의 시간'은 올해 2월 기대작으로 업계와 관객의 기대를 받는 기대작이었다. 이런 기대에 힘입은 '사냥의 시간'은 베를린영화제 프로모션이 끝난 뒤인 2월 26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에 직면, 직격타를 맞아 눈물을 머금고 개봉을 연기하게 됐다. 더구나 개봉을 연기하는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산세는 더욱 커졌고 극장가는 관객의 발길을 끊겨 고사 위기에 빠졌다. 한 달이 지나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는 넷플릭스와의 단독 계약이라는 우회로를 선택, 4월 10일 전 세계 동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감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통한 개봉을 시도하며 영화계 파란을 일으킨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리틀빅픽처스는 '사냥의 시간' 해외 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와 단독 계약 및 해외 배급 권한에 대한 문제를 정리하지 못해 잡음을 일으켰다. 콘텐츠판다는 리틀빅픽처스가 넷플릭스를 통한 단독 개봉을 천명하자 콘텐츠판다를 통해 이미 약 30여개국에 선판매됐고, 추가로 70개국과 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리틀빅픽처스가 사전 논의없는 넷플릭스와의 이중계약이라며 강력 반발, 더 나아가 법정대응으로 맞섰다. 엎친데 덮친격 법원 역시 콘텐츠판다가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제기한 '사냥의 시간' 해외 판매금지가처분 및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주면서 넷플릭스 공개에 빨간불이 켜졌다.

법원의 판결로 반전을 맞은 '사냥의 시간'. 넷플릭스는 부랴부랴 10일 예정이었던 공개 연기 소식을 전했고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는 협상테이블에 앉아 '사냥의 시간'을 사이에 둔 악력싸움을 이어나갔다. 결과적으로 벼랑끝에 몰린 리틀빅픽처스가 콘텐츠판다에 무릎을 꿇고 언론에 공개 사과와 함께 '비공개' 합의금을 받아들여 '사냥의 시간'은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가게 됐다.



2017년 기획을 시작해 2018년 1월 크랭크 인, 그해 7월 크랭크 업한 '사냥의 시간'. 무려 2년간 후반 작업에 몰두, 기획으로부터 3년 만에 개봉하게 됐지만 각종 잡음으로 다시 표류, 첫 개봉일을 잡고 두 달만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비록 개봉 과정에 있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 역사에 있어서 여러모로 유의미한 행보와 사례를 남긴 '사냥의 시간'이다. 이제 '사냥의 시간'을 향한 시선은 OTT 플랫폼의 선택이 얼마나 큰 성공을 거두느냐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공개 발표 이후 OTT 개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는 후문. 개봉일을 잡지 못한 신작들이 OTT 플랫폼과 개봉을 논의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전언이다. 이번 '사냥의 시간' 논란의 중심이었던 콘텐츠판다의 모회사인 NEW 역시 코로나19로 개봉이 연기된 신작을 빨리 공개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접촉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틀어지기도 했다. NEW 외에도 멀티플렉스 체인을 가지고 있지 않는 국내 중·소 투자·배급사들이 개봉이 밀린 신작을 처리하기 위해 여러 OTT 플랫폼과 논의 중인 상황이다.

'사냥의 시간'이 포문을 연 극장 개봉의 변화, 그리고 OTT 플랫폼의 시대. 영화계 지갗동은 일어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사냥의 시간'과 넷플릭스에 쏠려있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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