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 김태희는 뭐하러 49일을 머물렀나..'하바마', 힐링→분노 유발된 이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4-20 08:3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결국 49일은 의미가 없던 걸까. '하이바이, 마마!'의 무리수 전개, 무리수 종영이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19일 마지막회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권혜주 극본, 유제원 연출)는 임신과 출산 후 5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오는 김태희의 복귀작이자 '고백부부'로 시청자들을 울렸던 권혜주 작가의 차기작으로 주목받으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초반 분위기도 좋았다. 극중 차유리를 연기하는 김태희와 조강화를 연기하는 이규형의 케미스트리도 좋았고, 이들의 연기합에 '강화유리'라는 커플명까지 생겨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차유리의 친구인 고현정(신동미)과 딸을 잃은 설정으로 등장했던 전은숙(김미경)의 가슴 아프고 절절한 연기들이 시청자들을 울렸다. 매회 1일 1눈물을 선사한 드라마라는 점에서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듬뿍 받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권혜주 작가가 만들었던 세계는 점차 무너졌고, 급기야는 등장 인물들에게 부여됐던 설정까지 사라지며 '하이바이, 마마!'는 갈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차유리가 환생미션에 본격적으로 돌입, 49일 안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만 한다는 설정은 조강화와 재혼한 현 부인 오민정(고보결)과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오민정의 진짜 엄마 되기' 프로젝트가 가동되며 갈피를 잡지 못한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는 흔들렸다. 주인공은 분명 차유리인데, 오민정이 조서우(서우진)의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이 더 설득력있게 담기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 것.


이 과정에서 오민정이 초반부터 '진짜 엄마'로 그려졌다면,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해한다는 의견이 많았겠지만, 극 초반 오민정의 모습에서는 지금의 '진짜 엄마'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가진 함정이었다. 초반의 오민정은 조강화와의 이혼을 준비하고, 딸인 서우에게 관심이 없어 아이를 발달이 느린 아이로 커가게 만드는 등 '문제'가 있는 엄마로 보여졌지만, 어느 새 진짜 엄마는 물론, 차유리의 공감과 응원까지 받으며 '성장기'를 보여줬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는 전개가 됐다. 게다가 차유리 역시 자신의 자리를 찾기는커녕 오민정의 조력자로 내내 활약했으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솔직히 차유리도 답답하다'는 의견이 절로 나왔다.

특히 마지막회까지 이어진 이 질긴 서사는, 최종회를 지켜보던 시청자들까지도 분노하게 만들었다. 최종회에 이르기까지 "나 살래, 살고 싶어"에서 "나 올라갈래"를 무한 반복하던 차유리가 이제는 정말로 "가겠다"고 다짐을 하자 시청자들의 여론도 싸늘해진 것. 차유리가 저승에서 이승으로 갑자기 돌아왔던 이유가 딸 조서우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엄마인 전은숙 때문이었음이 '급전개'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서우가 귀신을 봐"라는 답답한 이야기로 엄마의 곁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어이없이 날려버린 차유리 때문에 시청자들은 답답한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연기가 아깝다'는 말들은 여러 '망작'에서 나왔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심각했다. 그간의 연기력 논란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김태희가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줬고, 이규형이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말하고 있었으며, 김미경의 전매특허 모성애 연기와 신동미의 '국민 언니' 타이틀까지 가지게 만들었던 드라마로서 '하이바이, 마마!'는 '배우들에게 너무했다'는 이야기를 감수해야만 하는 작품이 됐다. 이들뿐만 아니라, 황당한 전개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다 해줬던 고보결에게도 박수가 돌아갔고, 코믹한 열연으로 드라마에서 그나마 웃을 공간을 만들어준 오의식에게도 칭찬이 쏟아졌다.

진짜로 배우들의 연기만 남았던 '하이바이, 마마!'에서는 전개의 부족함이 시청률로도 그대로 표현됐다. 초반 6%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했던 '하바마'는 결국 4%대로 고꾸라지며 반전도 없이 종영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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