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할리우드 거물의 몰락"…'미투 촉발' 하비 와인스타인, 징역 23년형 선고(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3-12 09:2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이자 전 세계 미투 (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타인이 징역 23년형의 선고를 받았다.

미국 뉴욕 맨해튼 1심 법원은 11일(현지시각) 하비 와인스틴에게 1급 범죄적 성폭행 혐의로 20년형을, 3급 강간 혐의로 3년형을 선고했다. 형은 연속 집행되며 결과적으로 총 23년형의 징역, 즉 만으로 67세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사실상 종신형을 살게 된 것.

이번 하비 와인스타인 선고는 TV프로덕션 보조원이었던 미리암 헤일리와 배우 지망생 제시카 만 등 피해자 2명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적용한 판결로 앞서 하비 와인스타인은 미리엄 헤일리를 2006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제시카 만을 2013년 호텔방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이것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첫 번째 유죄 판결이지만 첫 번째 범죄는 아니다. 연루된 다른 성폭행 사건에 대한 증거가 내 앞에 있다. 이 모든 것은 형량에 대한 정당한 고려사항이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선고를 받기 전 법정에서 "미투 운동은 나로부터 시작됐다. 수 천명의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고 특히 뉴욕타임스의 미투 기사가 나온 뒤 내 자녀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 나는 지옥 같은 존재가 됐다"며 "이제 나는 할리우드에서 큰 영향력이 없다. 그동안 나는 권력의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왔고 완벽주의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그 여배우를 쓰지 말라'고 말한다면 영화 관계자들은 오히려 나를 괴롭히기 위해 내가 반대하는 이들을 고용할 것이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향해 "이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고는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이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보냈고 이들과 관계가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 혼란스럽다. 나는 여러분에게 큰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반성하고 있다. 이 상황이 오게 된 것에 대해 정말로 후회한다. 앞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다"고 반쪽 사과를 전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감독이자 제작자로 1990년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을 할리우드 내 수입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무서운 영화' '스파이 키드' '에비에이터' 등 메가 흥행작을 만들었고 국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미국에서 배급한 인물로 유명하다. 특히 하비 와인스타인은 '설국열차' 미국 개봉을 앞두고 영화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20분 분량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반발한 봉 감독에 대해 제한적 상영이라는 보복 아닌 보복을 가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감독의 연출 의도와 상관 없이 편집권을 뒤흔들어 할리우드 내에서는 '가위손 하비'라는 닉네임과 함께 악명이 높았다.

그야말로 할리우드를 쥐락펴락했던 하비 와인스타인은 2017년 10월 뉴욕 타임스의 미투 보도를 통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그가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팰트로, 레아 세이두 등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는 물론 와인스타인 사의 여직원들까지 30년간 원치 않은 신체적 접촉과 성희롱, 심지어 성폭행까지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피해를 주장한 여성만 80명이 넘었던 하비 와인스타인의 미투에 그와 절친했던 메릴 스트립, 주디 덴치, 제시카 차스테인, 데인 드한, 마크 러팔로 등이 하비 와인스타인을 규탄하는데 앞장섰고 이는 곧 전 세계 미투 열풍의 시초가 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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