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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SC현장] "다 계획이 있었다"..'스토브리그' 작가-감독 밝힌 성공비결(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2-24 15:00


사진=SBS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스토브리그'가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다.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한 연회장에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이신화 극본, 정동윤 연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정동윤 PD와 이신화 작가가 참석했다.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로, 선수의 이야기가 아닌, 프로야구 프런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워 신선함을 안겼다. 특히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동시간대 금토드라마 1위를 수성했고, 2049 시청률 1위도 이어갔다. 뿐만 아니라 첫 방송 시청률 5.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서 최종회 시청률 19.1%에 이르기까지 4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여줘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스토브리그'는 종영 후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드라마가 됐다. 여전히 '과몰입'을 부른다는 것 역시 시청자들이 '스토브리그'를 사랑했던 증거인 셈. 이신화 작가는 "과몰입을 해주신다는 것은 저희 팀 모두와 감독님이 열심히 해주신 덕분이다. 배우 분들도 끝까지 열심히 해주시고, 저희가 포상휴가를 가서도 역할 이름으로 부를 정도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때문에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더해지고 있다. 이 작가는 "시즌2에 대해서는 말씀드린대로다. 몇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즌1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이었다. 야구가 방대한 소재가 많은데, 그걸 16회로 채울 자신이 지금은 없고, 지금 당장 쓰라면 1,2회 정도는 재미있게 쓸 수 있다. 저는 '돌아오지 말걸 그랬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16회가 넘칠 거 같을 때 시즌2를 다시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19.1%라는 마지막회 시청률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마지막회 "감독님과 중간에 한 얘기가 12부 쯤에 감독님이 연출한 방송을 시청자들과 똑같은 호흡으로 본다. 감독님꼐 그때 드린 말씀이 '더이상이 시청률이 오르고 내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겠다. 우리 팀이 멋진 일을 해냈으니, 신경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잘 지켜진 거 같다. 마지막회를 보고 '좋구나' 정도의 감흥이었다"고 밝혔다.

정동윤 PD는 "마지막회 방송을 다같이 모여서 봤는데, 저에게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고 작가님에게도 처음 있는 경험이었을 텐데 보면서 마지막 장면이 나올 때마다 환호를 했을 때 이미 마지막 시청률이 저희에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분위기 그대로 잘 끝났다는 것 자체가 연출자 입장으로는 감사했던 일이었다. 그 뒤로 일주일이 지난 후에도 많이 찾아봐주시고 물어봐주시는 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정동윤 PD는 '스토브리그' 대본을 처음 만났던 때를 회상하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시끄러운 곳에 있었다. 음악소리도 크고 사람들의 수다소리가 큰 곳에서 읽었는데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왜 갑자기 야구지'라고 했는데, 시끄러운 중에도 4부까지 몰입도 있게 읽었고 대본이 가진 숨겨진 좋은 힘이 느껴졌다. 스포츠 드라마라는 것이 성공하기도 어렵고, 성공했다고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잘 만들고도 욕을 먹었던 것이 스포츠 드라마라 저에게도 도전이었는데, 확신을 얻은 것은 작가님을 처음 뵌 날이었다. 휴가 중이었는데 작가님을 만나고 결정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작가님이 워낙 막힘이 없으셨고, 중요한 것을 다 물어봤는데 작가님께는 다 계획이 있더라. 16부 엔딩까지 나머지 부분에 있어서 큰 걱정하지 않고, 작가님이 쓰신 것을 잘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연출자와 작가의 만남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만나자마자 신뢰감이 들었던 것은 확실했다. 저희끼리 소통이 잘 돼서 좋은 결과물을 얻어낸 거 같다"고 말했다. 완전히 대본의 매력에 빠져버렸던 셈.


사진=SBS 제공

'스토브리그'가 성공한 비결 속에는 대본과 더불어 배우들의 캐스팅이 손꼽히기도 했다. 정동윤 PD는 "저희끼리도 캐스팅이 잘 된 것 같고 신의 한 수 같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캐스팅은 제가 했지만 잘 표현한 것은 배우들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할 때 떠오른 분들도 있고, 작가님과 함께 만든 분들도 있다. 좋은 배우들의 선택권을 저희에게 줬기 때문에 선택했고, 캐스팅은 저희가 했지만 배우들이 워낙 잘 소화를 해주셨고, 거기에서는 저도 사실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었다. 선수들은 야구의 '야'자도 모르고, 저도 야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서 몸과 연기를 같이 해야 하는 거라서 힘든 부분들이 많았을 텐데 연습도 꾸준히 해주시고, 실제로 보면 그럴 듯하게 던진다. 한 명만 빼고. 기억에 남는 캐스팅은 길창주 역할을 했던 이용우 씨였다. 이분은 영어까지 연습을 하셔야 해서, 저는 처음에 유학파인 줄 알고 미팅을 했는데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어쩌지' 했는데, 정말 노력파라 열심히 노력해주고 잘 수행해줘서 좋은 5부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5부가 제일 인상깊은 회차이자 감동적인 회사였다. 해외 촬영이 있어서 저희 팀이 고생한 것이 녹아있는 장면이다. 임동규 역할이던 조한선 씨도 잘해주셨고, 성악 전공한 하도권 씨도 잘해주셨다. 사실 '내가 돌아왔다'신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생갭다 그 역할을 좋아해줘서 덕분에 힘이 나서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착한 사람들이다. 저희 드라마에 나온 분들이. 기본적으로 인성이 좋고 합들이 좋아서 그런 점들이 좋은 작품, 좋은 장면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 PD와 이신화 작가의 합도 좋았다. 이 작가는 "신인 작가들이 입봉을 할 때 1화 2화를 보면서 우는 경우가 많다더라. 본인들 생각으로는 봉준호 감독을 모셨는데 상상과 다르다는 거다. 저는 1회를 먼저 봤는데 너무 좋았다. 야구 장면도 그렇게까지 해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저는 너무 만족스러웠고, 매회 끝나면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물같은 연출이 많아서 하나하나 꼽을 수 없는데, 꼽자면 길창주 선수를 찾던 연출도 좋았고 11부 엔딩은 저희 엔딩 중에 제일 훌륭한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16부에서 권경민과 백승수가 커피를 마시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저희가 방송을 다같이 보면서 감독님 등짝을 때리며 좋아한 기억이 난다. 팔씨름에서 권경민이 권경준을 두들겨패는 장면도 좋았다. 매회 선물같은 연출들이 여러 장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스토브리그'는 5년의 기다림 끝에 등장한 작품. 이신화 작가는 "5년째 이걸 쓰면서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작가를 포기하지 않은 이류와 같을 거 같다. 제가 이 나이에 다른 직업을 찾기도 힘들고 그만두면 제 인생에 꼬장부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걸 계속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작품을 쓰자는 제안도 있었는데 물잔에 물을 반쯤 채우고 나머지를 안 채우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든 이걸 같이 만들어줄 사람들을 찾아다가 지금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게 됐다. 박지은 작가님은 설명이 필요 없을 작가님인데 부담스러웠다. 박지은 작가님도 좋은 성공을 거두시고 저희 팀도 저희 팀이 만족할 평가를 얻어거 좋은 거 같다"고 말하며 기쁨을 드러냈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스토브리그' 속 실화 기반 스토리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신화 작가는 "실제 사례들도 많이 말해주시는데, 제가 구성할 때에는 실제로 있던 사건보다는 '스토브리그' 기간에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어떤 일이 있었지'라는 것은 있고, 드림즈라는 가상의 구단이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에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백승수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만들어냈다. 실제 있던 일들이 참고가 된 부분들도 있지만, 어떤 부분들은 극성으로 그냥 만든 것들을 많은 분들이 실제 사례를 찾아와주셔서 '이런 게 있었어?'할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 특정 선수가 언급되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이 작가는 "강두기 선수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선수다. 구로다 히로키와 양현종을 섞었다. 임동규 선수의 실제가 누구냐는 얘기가 나왔을 때 부정적인 면모가 먼저 부각됐을 때 이대호 선수나 김태균 선수가 거론된다 들었을 때 놀랐다. 임동규는 창작에서 나온 캐릭터다"고 밝혔다.


사진=SBS 제공
'러브라인이 없다'는 것도 시청자들의 반한 포인트. 정동윤 PD는 "어릴 때 H2라는 작품을 좋아했는데, 이런 작품이 우리나라에 나올 수 있을까 싶었다. 멜로물을 제가 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드라마가 많은 한국드라마 시장에서 '스토브리그'만의 장점을 잘 부각시킬 수 있을까, 이런 작가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의문을 품은 것도 사실이고 시간적으로 촉박한 것도 맞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잘 끝낸 마음이다. 가끔 연락도 주고받고, 작가님과도 연락을 주고받아서 끝난 것인지 아닌지 의문이다"며 "가장 아쉬웠던 점은 저다. 대본이나 연기자 분들의 좋은 퀄리티와 역량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있었다면, 더 좋게 평가받을 수 있을 거고, 시간이 있었다면 아쉬웠던 장면을 보강할 여력이 있을 텐데 그 부분은 다음에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 작가는 "만약에 러브라인이 있더라도 서로 신경을 쓰는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스토브리그'를 쓰면서 느낀 것은 제가 단 한 번도 키스신을 쓴 적이 없더라. 저는 담백하게 쓰고 싶어서 노력하는 편인데 감독님과 제가 케미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 것이 감독님은 저보다 더 담백하다. 제가 혹시 그렇게 빠지려고 하면, 감독님은 물론 러브라인을 강화하려 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런 냄새가 풍기려 하면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염원이 있었지만, '스토브리그'는 칼같이 '연장 없음'을 택했다. 정 PD는 "얘기가 나왔지만, 연장하지 않는 것이 저희 얘기가 끝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연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다 보면, 뭐가 더 좋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저는 작가님에게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고, 우리가 3개 정도가 남았을 때 그런 말이 나왔는데, 16개로 끝낸 것이 나았다고 생각하고 지금 생각해도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님이 회마다 심어두셨던 것이 있어서, 작가님이 워낙에 잘 쓰셨겠지만 지금의 결과물과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신화 작가는 "저는 아쉬웠던 점이 하나도 없다. 저는 제 능력이 출중해서 너무 좋은 글을 썼기 때문이 아니고, 제가 가진 능력을 다 쥐어짠 거 같다.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결과물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작가로서는 처음 계획했던 결말까지 완성할 수 있던 것, 그리고 너무 좋았던 것은 도움을 준 분들을 만났고, 필드에서 이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대감이 생긴 거 같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히며 작품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동윤 PD는 "저희 드라마의 16부에 나왔던 '강한사람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도울테니까요'라는 메시지가 남은 거 같다. 백승수라는 사람을 저희가 막상 찾지만 주변에는 없어서 원하게 되는 사람인데, 백승수가 마지막에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하면서 엔딩에서 그 자막이 나가는 장면이 그 드라마를 보는 사람 자신이 백승수가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그런 것을 꿈꾸지만, 자기 자신도 백승수가 노력을 조금이라도 한다면, 합리성을 무기로 부당한 조치나 적폐에 대해 헤쳐나간다면 우리가 다 될 수 있지만, 혼자의 힘이 아니라 모두가 도운다는 것이 드림즈 선수단과 오피스, 오정세 씨까지도 우승이 아니라도 좋은 쪽으로 향한다는 것이 우리 작품이 사람들이 가질 가장 좋은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도 "마지막 엔딩 작업을 감독님과 하며 좋았던 것이 마지막에 '모두 그렇지 않습니까'라는 메시지를 화면을 보면서 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도 주셨고 종방연 전에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저에게 전화를 주셨더라. 화면 블랙에 자막을 넣으면 어떠냐고 제안을 주셨는데, 주제같은 메시지를 담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안이 좋았다. 그 시간까지 담고 있는 작가님이 좋다고 생각했다. 앞에 보조작가가 있었기 때문에 쑥스러워서 밖에 나가서 문구를 드렸다. 감독님은 안좋으면 안좋다고 하시는데 단번에 '좋은데요'라고 하시더라. 메시지를 넣은 것에서 흡족하고, 유사한 메시지를 다른 작품에서도 던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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