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로컬 발언? 전략 아냐"…'기생충' 봉준호X배우들이 말한 오스카 수상의 비결(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2-19 13:53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영화 '기생충'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칸으로 시작하 오스카로 마무리한 길지만 영광스러웠던 '기생충'의 여정.'기생충'의 영광스러운 얼굴들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한국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 역사를 다시 쓴 봉준호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가지고 돌아온 '기생충'의 주역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제작자인 ㈜바른손이엔에이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지난 해 5월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기생충'은 이후 세계 각국의 영화제와 영화상의 트로피를 싹쓸이 했다. 특히 한국영화에게는 높은 벽 같기만 했던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갱상, 외국어영화상을 받는데 이어 마침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갱상, 국제영화상을 수상, 무려 4개 부문을 휩쓸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비단 영화 자체만의 호평에 그치지 않았다. 오스카 홍보 기가 내내 각종 인터뷰와 스피치에서 특유의 유창한 언변과 센스를 발휘한 봉준호 감독의 인기는 할리우드 톱배우를 뛰어넘을 만큼 뜨거웠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77세의 거장 감독 마틴 스콜세지를 향해 존경과 감사를 표했던 봉 감독의 수상 스피치는 올해 오스카의 최고의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봉준호 감독 "이곳에서 제작발표회 한지가 1년이 되어간다. 영화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마침내 다시 이곳에 오게 돼 기쁘다. 참 기분이 묘하다"고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돌아온 소감을 전하며 입을 열었다. 봉 감독에 이어 제작자인 곽신애 대표 역시 "많이 성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축하해주셔서 감사하다. 처음 아카데미에 가서 무려 작품상까지 받아오게 됐다. 작품상은 한 개인이 아니라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모든 분들게 영광과 기쁨과 좋은 경력이 되는 상이라 그것이 참 기뻤다"고 전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일명 '오스카 레이스'에 참여한 소감을 묻자 "오스카 후보에 오른 작품들이 오스카 캠페인에 열심히 참여한다. 저의 북미배급사 네온은 중소배급사이다.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에 비교하며 훨씬 미치지 못하는 캠페인 예산으로 캠페인을 했지만 정말 열심히 발로 뛰었다. 저와 송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실제로 코피를 흘리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미소 짓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그러면서 "인터뷰를 한 600회 이상 했다.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다. 여러 가지 인터넷이나 SNS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사용했다. 다른 작품들은 LA시내의 커대한 광고판이나 잡지 화보를 실었지만 저희는 똘똘 뭉쳐 아이디어로 물량의 열세를 극복한 것 같다"며 "캠페인 과정을 보며 저 뿐만 아니라 마틴 스콜세지, 노아 바움백 등 바쁜 창작자들이 창작의 일선에서 벗어나고 이런 캠페인에 임하고 스튜디어오는 엄청난 예산을 쓰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작품을 심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이라 볼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캠페인 과정 중 아카데미를 '로컬 영화제'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아카데미를 도발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부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캠페인도 처음인데 제가 무슨 도발 씩이나 하겠냐"며 웃었다. 그러면서 "인터뷰 중에 영화제 성격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칸. 베를린 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이고 아카데미는 미국의 영화상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다. 그런데 그 말을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렸나보더라. 무슨 전략은 아니었고 대화의 와중에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봉준호의 곁에서 긴 시간 오스카 캠페인을 함께 한 송강호는 "미국 처음 갈 때는 이 모든 것들이 처음 경험하는 과정이라서 아무 생각 없이 갔다. 그런데 최고의 순간을 함께 호흡하고 이 과정을 밟아나가다 보니까, 내가 아니라 타인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오스카 캠페인의 과정이 상을 받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 이 과정을 통해 세계 영화인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지 알게 되고 느끼고 배우게 됐다. 6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이더라. 위대한 예술가를 통해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송강호 다음으로 많은 캠페인에 참여한 이정은은 "늘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배우로서 큰 기쁨이어서 이 작품에 조금이라도 일조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오스카 켐페인)에 갔는데, 생갭다 두 분(봉준호 감독, 송강호)의 인기가 커서 그냥 입을 헤 벌리고 따라다녔다"며 "감독님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유머 덕분인 것 같다. 사실 아카데미가 경쟁구도로 보이지만 모든 후보자들이 8월부터 캠페인을 함께 하면서 마치 동지 같다. 감독님은 그 안에서 상항 유머를 잃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님이 편지를 보내오셨다. 몇 시간전에 읽었는데 저로써는 영광이다. 저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니까 내용을 전부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마지막 문장에 수고했으니 이제 쉬라고, 하지만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하라고 하더라"며 "제가 노동,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인 건 맞다. 쉬어야 하나 생각도 하고 있는데 스콜세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해서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기생충'. 오스카 갱상을 받은 한진원 작가는 '기생충'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저도 그 질문을 참 많이 받았는데, 매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저도 답을 알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제 생각에는 우리 영화에는 아주 잔혹한 악당이 나오지도 않고 선과악을 나누며 이분법적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도 않는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드라마가 있고 각자만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모두에게 연민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이야기를 따라갈 때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참석한 배우들도 '기생충'이 이뤄난 엄청난 성과에 대해 감격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오스카 모두 처음 겪어보는 과정이었지만 봉준호 감독님과 작년 8월부터 오늘까지 6개월 정도 영광된 시간을 보냈다"는 송강호는 좋은 성과, 그리고 한국영화 '기생충'을 통해서 전 세계 관객분들에게 뛰어난 한국 영화의 모습을 선보이고 돌아와서 인사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선균은 "아직도 꿈만 같다. 이 꿈같은 일을 현실화시켜준 감독님께 감사하다. 자랑스러운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서 영광이었다. 한국에서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전했고 조여정은 "영화를 하고 작품을 인정을 받으면 영화를 만드는 우리끼리의 기쁨과 만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성과를 모든 국민들이 기뻐해주시고 축하해주시니까 큰일을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서 박소담은 "기정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정말 행복했었다. 좋은 분들을 한꺼번에 많이 만난 게 가장 행복하고 힘이 됐던 작품이었다. 정말 감사한 시간들이 보내고 있다"고 말했고 이정은은 "좋은 결과가 있었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일단 작품을 열심히 만든 걸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명훈 역시 "기쁜 마음이 너무 크다. 감독님 이하 전 스태프와 국민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고 전혜진은 "이렇게 결과가 좋아서 정말 감사하다.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이렇게 큰일이 될지 몰랐다.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더 열심히 할 거 그랬다.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님이 몇 달 동안 너무 열심히 오스카 레이스를 준비하셔서 두 분이 계셨기에 이런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영화 '기생충' 갱 한진원 작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또한 '기생충'의 주연 배우들은 할리우드 진출 생각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해 눈길을 끌었다. 송강호는 "저는 국내에서나 일을 하고 싶다. 저는 지금 13개월째 촬영을 하지 않고 싶다. 국내에서라도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어 이선균은 "난 특별히 계획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 미국에 다녀와서 영어공부를 좀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기회가 있다면 많은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도전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조여정은 "저는 사실 한국말로 하는 연기도 어렵다. 할리우드 진출은 고민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한국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며 웃었다.

"'기생충' 촬영이 끝나고 차지작이었던 '특송' 촬영이 마무리 되고 시간이 잘 맞아서 오스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고 거기서 좋은 연락도 많이 받아서 색다른 화보도 찍게 됐다"고 입을 연 박소담은 "'기생충'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 것 같아서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기 때문에 언젠가 한번은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송강호,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장혜진은 "미국에 다녀오니 그런 욕심도 들기도 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며 웃었고 박명훈은 "사실 이번에 미국에 가서 영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번에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못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게 극중 근세처럼 화보나 여러 가지를 진행했다. 할리우드 진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진출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은 "예전부터 인터뷰를 하면 '배우가 돼서 할리우드는 한번 가봐야 되지 않나'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한국 영화를 잘 만들면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않아도 이렇게 세계가 알아주더라. 할리우드 진출은 기회가 된다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스카 수상 이후 재개봉해 현재 상영중이며 오는 2월 26일 컬러와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할 흑백판이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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