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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안녕 드라큘라'가 세 가지 성장담을 통해 지친 일상에 힐링을 선사했다.
미영은 그런 안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괜히 자신을 피하는 것 같은 딸과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안나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엄마도 내 눈치 좀 봐줘. 난 평생 엄마 눈치 보고 살았는데 엄마는 지금 엄마 찝찝한 거 싫어서 나 괴롭히는 거잖아. 엄마 남자 만나고 싶으면 만나. 그런데 결혼할 때 내 핑계 대지 말고, 이혼해도 내 탓 하지 마"라는 안나의 말에 미영은 어쩐지 억울했다.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줬다고 생각했던 미영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은 딸과의 관계에 지쳐갔다. 안나의 마음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자신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던 때, 그 아이의 할머니에게 끌려가 교회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던 그 크리스마스부터 안나는 엄마에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었다. 지옥에 간다며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할머니에게서 미영은 기꺼이 안나를 구해냈지만, 막상 안나의 솔직한 마음은 외면했다. 미영은 안나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안나의 마음은 시간이 지난 뒤로도 그대로였다. 여전히 소정을 사랑했고, 8년의 연애가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무엇보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엄마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 안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다.
인디밴드 애쉬스의 보컬인 서연은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선생님을 하고 있었다. 꿈을 위해 한길로만 달려온 서연에게는 '12월의 징크스'가 있었다. 12월 12일, 그날은 서연이 전남친 상우(지일주 분)와 만나기 시작한 날이자 헤어진 날이었다. "너 앞으로도 계속 음악 할 거잖아. 우리 나이 되면 각자 일 인분은 하고 살아야 돼"라는 아픈 말을 남기며 상우가 떠나간 후로 서연은 미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12월에 공연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나빠져 가는 상황은 밴드 멤버들과의 불화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된 지금, 서연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안녕 드라큘라'의 세 가지 이야기는 시작부터 '따로 또 같이'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다른 매력 속에서도 같은 결의 공감이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해왔던 삶의 문제들은 안나, 미영, 서연, 유라, 지형의 모습을 통해 그려졌다.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했던 작은 감정들이 마침내 고개를 들고 밖으로 터져 나오면서, 시청자들은 더 뜨겁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어떤 끝을 맺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를 섬세하게 연기한 배우들의 시너지도 눈길을 끌었다. 엄마와 딸 사이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를 완벽한 호흡으로 그려나간 서현과 이지현, 청춘의 가슴 아픈 이별과 현실에 관한 고민을 개성 있는 연기로 풀어간 이주빈, 아이들의 우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낸 고나희, 서은율의 연기는 현실감이 넘쳤다. 마음을 건드리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대사에 배우들의 활약이 덧입혀지며 몰입감을 이끌었다.
jyn20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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