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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역사, 인생의 아련함'… 배삼식 작-이성열 연출의 '화전가'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20-02-14 16:19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신작 '화전가'. 사진제공=국립극단

국립극단이 창단 70주년을 맞아 창작 신작 '화전가'(배삼식 작, 이성열 연출)를 오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 올린다

'3월의 눈'(2011), '1945'(2017) 등 불가해한 인생에서 스쳐 지나가는 아련함을 포착해온 작가 배삼식의 신작으로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연출가 이성열과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은다.

'화전가'는 여인들이 봄놀이를 떠나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화전놀이'에서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4월, 경북 안동의 한 집안. 산수유에 개나리에 산중 꽃들은 각기 제 빛깔을 내기 바쁜데, 어쩐지 쓸쓸하기만 한 이 집에는 환갑을 하루 앞둔 김씨가 있다.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김씨의 환갑을 맞아 하나 둘 고향으로 돌아오고, 어느새 집안은 이들의 대화로 온기를 띈다. 세 딸과 두 며느리, 고모님과 집안일을 봐주는 할매, 그리고 그가 거둬 키운 홍다리댁까지. 아홉 여자가 모여 북적거리는 저녁, 아득히 울려오는 종소리를 듣던 김씨는 돌연 "요맘때 봄, 차려입고 나가가 꽃도 보고 노래도 하는 기다. 일 년에 딱 하루"라며 성대한 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가자고 제안하는데….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념의 대립과 민족 내부의 분열이 전쟁으로 치닫던 암울한 현실에서 질기고도 끈끈하게 일상을 이어온 여인들의 삶이 끊이지 않는 수다로 펼쳐진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돌아오지 않을지 모르는 이들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여인들의 하루에는 격정적인 사건과 갈등 대신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이 자리한다. 작은 기쁨조차 허용되지 않던 시절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꺼내놓고, 시시한 이야기를 술잔에 띄우며 그녀들이 붙잡고자 한 것은 흘러가는 역사 속 흩어져 가는 어제와 오늘이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역사라는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 덕에 아름다울수록, 행복할수록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국립극단 70주년의 문을 여는 '화전가'는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아 작품을 지휘한다.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온 배우 예수정을 비롯해 전국향, 김정은 등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 해 여인들만의 깊은 연대를 그린다. 여기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해어화' 등 한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아 작품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배삼식 작가는 "'화전가'를 통해 역경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것은 여인들의 수다로 대표되는 소소한 기억들"이라며 "'화전놀이'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삶이 부서져 산산이 흩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한 순간, 그 기억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 넣고자 하는 김씨의 덧없는 저항일 것"이라고 말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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