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지푸라기' 감독 "데뷔부터 전도연→윤여정 호흡..주변서 '버텨라' 걱정多"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12 12:1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김용훈(39) 감독이 "엄청난 내공의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 '버티기만 하자'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2월 기대작으로 떠오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일본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기존 범죄 블랙코미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 새로운 구성과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신예 김용훈 감독은 첫 장편 상업 영화에서 호평을 얻으며 단번에 충무로 '기대주'로 등극했다. 더구나 공간과 미술의 디테일한 표현, 다양한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리는 자신만의 장기를 적극 활용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 첫 출발부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더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충무로 명품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극 중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의 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의 정우성,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중만 역의 배성우, 과거의 기억에 갇혀 버린 노모 순자 역의 윤여정,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역의 신현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의 정가람 등 탄탄한 이야기와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까지 더한 완벽한 앙상블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날 김용훈 감독은 첫 연출작임에도 초호화 배우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다들 기 센 배우들 속에서 신인 감독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우려하던데, 우려와 달리 현장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우리 영화 속 배우들은 어떻게보면 각자 한 작품을 충분히 책임질만한 베테랑이지 않나? 그런 분들이 신인 감독의 입봉작, 게다가 각자 맡은 캐릭터의 분량도 적은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다들 나를 향한 안쓰러운 시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그는 "배우들은 내가 시나리오 줬을 때부터 편집 과정까지 어느 누구도 분량에 대해 불만을 품지 않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전도연 선배와 첫 미팅에서 나를 향해 '내 분량은 한 신도 안 늘려도 된다'고 하더라. 전도연 선배와는 이 작품이 시작되기 전부터 전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본인의 캐릭터보다는 영화 전체를 보면서 어떤 부분이 말이 안 되는지에 서로 의견을 나눌뿐이었다. 게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줘서 나 역시 받아들일건 받아들여 이 작품을 만들었다.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갈 때도 오히려 '왜 아무말도 안 하지?' 싶을 정도로 나를 믿어줬다. 신인 감독 입장에서는 다들 염력이 어마어마하고 시나리오를 보는 좋은 눈을 가진 분들인데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한마디로 매시와 호날두, 호나우두 등 최고의 스타들과 경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우리 작품의 전술과 흐름을 다들 알고 있었고 전체적인 이야기만 던져도 배우들이 알아서 잘 해내줬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베테랑 선배들이 신인 감독의 고군분투가 안쓰러운 마음에 많이 봐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이 작품을 이 배우들과 한다고 했을 때 아는 지인 한 분은 '그저 버티기만 해라'라는 말을 하더라. '잘 못해서 짤리지 말고 그저 버텨'라고 신신당부 할 정도였다. 주변에서 보기에 녹록지 않은 환경으로 본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선배들과 하는 작업이 즐거웠다. 윤여정 선생님도 마치 친엄마처럼 대해주셨다. 윤여정 선생님의 촬영은 총 5회차였는데 선생님의 촬영이 끝난 뒤 내가 너무 아쉬워서 보내고 싶지 않더라. 촬영 내내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줘서 마지막 촬영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19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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