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회 아카데미] "오늘 할 일 끝냈다!"…봉준호 감독, 韓감독 최초 오스카 감독상 수상(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10 13:11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을 마음에 새기며 영화를 공부했다."

이변, 또 이변이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이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갱상, 국제영화상, 그리고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10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의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아카데미)이 열렸다. 이날 '기생충'은 아카데미 갱상, 국제영화상에 이어 감독상을 수상했다. '기생충'과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조커'의 토드 필립스 감독, '1917'의 샘 멘데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다. 또한 갱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나이브스 아웃'(라이언 존슨 감독)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감독) '1917'(샘 멘데스 감독)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며 '기생충'과 함게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작품은 '문신을 한 신부님'(얀 코마사 감독, 폴란드) '허니랜드'(루보미르 스테파노브·타마라 코테브스카 감독, 북마케도니아) '레 미제라블'(라지 리 감독, 프랑스) '페인 앤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스페인) 등과 경합을 펼쳤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가족희비극이다.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등이 출연했고 '옥자' '설국열차'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9년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그해 5월 30일 국내 개봉해 53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을 통해 미국에 상륙한 '기생충'은 개봉 초 3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해 지난달 1000개의 상영관을 돌파,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작품으로는 '디 워'(07, 심형래 감독)를 꺾고 12년 만에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미국 내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켰다. '기생충'은 일명 '#봉하이브(hive·벌집)' 신드롬으로 불리며 미국 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이런 신드롬을 입증하듯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미국의 4대 영화 조합상으로 손꼽히는 제작자조합상(PGA), 감독조합상(DGA), 배우조합상(SAG), 작가조합상(WGA) 중 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 작가조합상의 갱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낭보를 전했다. 또한 지난 2일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갱상과 외국어영화상 수상 기록을 더한 '기생충'은 오늘,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 갱상을 수상하며 초유의 기록을 만들었다. 특히 '기생충'의 아카데미 갱상 수상은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이자 아시아 영화 최초, 그리고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2003년 열린 제75회 아카데미에서 '그녀에게'로 갱상을 받은 이후 외국어 영화상으로는 17년 만의 갱상 수상으로 의미를 더했다. 또한 국제영화상 역시 한국 영화 최초의 수상으로 이름을 남겼고 대망의 감독상 역시 봉준호라는 전설을 만들며 일생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더불어 '기생충'은 아카데미 미술상과 편집상 역시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쉽게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올해 아카데미 미술상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편집상은 '포드 V 페라리'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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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봉준호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 수상 후 '오늘 할 일은 끝났다'며 릴렉스하고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며 연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이어 "어렸을 때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이다. 그 말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말이었다"며 말하자 시상식에 참석한 모든 배우, 감독, 영화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역사적인 순간, 더욱 의미깊은 드라마틱한 장면이 봉준호 감독의 입을 통해 펼쳐진 것.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학생이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내가 상을 받게될 줄 몰랐다"며 "또 우리 영화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 늘 좋아하는 영화로 꼽아줬던 쿠엔틴 타란티놈 감독 고맙다. 사랑한다. 그리고 같이 후보에 오른 샘 멘데스 감독, 토드 필립스 감독도 존경하는 감독들이다. 오스카 측이 허락한다면 지금 이 오스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 나누고 싶다. 오늘에 이어 내일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고 위트있는 소감으로 수상을 마무리했다.

한편, 아카데미는 1929년부터 아카데미 회원들이 뽑는 상으로 미국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에 의한, 영화인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올해 아카데미에는 한국 영화 최초 '기생충'이 작품상(곽신애·봉준호), 감독상(봉준호), 갱상(봉준호·한진원), 편집상(양진모), 미술상(이하준·조원우),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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