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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직한 후보'는 전 세대가 사랑하는 대체 불가 배우이자 충무로 대표 코미디 베테랑 배우인 라미란의 하드캐리한 코믹 연기가 압권인 작품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얻고 있다. 극 중 '서민의 일꾼'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는 3선 국회의원이지만 사실은 4선을 넘어 대선까지 노리며 당선을 위해서라면 온갖 거짓말을 불사하는 시꺼먼 속내를 지닌 인물을 연기한 라미란. 지난해 1월 개봉한 '내안의 그놈'(강효진 감독), 5월 개봉한 '걸캅스'(정다원 감독)를 통해 자타 공인 '코미디 장인'으로 등극한 라미란이 '정직한 후보' 또한 완벽한 연기력과 높은 싱크로율,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진실의 웃음을 책임진다.
여기에 '정직한 후보'는 오는 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개봉, 총선 시기를 노린 맞춤형 영화로 등극해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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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작에서는 남성 캐릭터인데, 우리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로 바꿨다. 그렇게 바꾼 이유는 나에게 기대서 가겠다기보다는 그게 더 작품에 시너지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라미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주변에서도 동의했다고 하더라. 물론 내가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코미디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라미란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게 그만큼 인상 깊었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좋기도 하지만 그게 내 틀이 되면 안 되니까 고민되기도 한다. 코미디 장르를 할 때만 수식어를 달고 있다가 다음 작품에서 쇄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멜로 장인' 수식어를 얻고 싶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 하고 싶다. 이왕이면 가슴 떨리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라미란은 주상숙의 외조 전문 허세 남편 봉만식을 연기한 윤경호와 호흡에 대해 "원했던 멜로 연기를 윤경호와 했다. 욕실 신에서 격정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보니까 욕실 신은 스릴러가 됐다. 분명 뽀뽀하는 장면인데 내가 봤을 때는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런 장면이 의외의 재미를 안긴 것 같다. 격정 키스 신이라기보다는 걱정 키스 신이었다. 촬영 전날 윤경호가 준비를 잘해온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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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특별시민'(17, 박인제 감독)에서 야당의 양진주 후보로 정치(?) 경험을 쌓은 라미란. 이에 대해 "'특별시민'에서의 양진주는 사실 잘 안 보였던 것 같다. 최민식의 아우라에 밀려 해보지도 못하고 꺾인 느낌이다. 이번에는 정치인이라는 설정이 와닿기보다는 거짓말을 못 하는 정치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정치 영화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정치판을 보면 갑갑하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는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답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갑갑한 현실에 알고 싶지 않아진 것 같다. 내 자리에서 내 일만 열심히 하자고 하게 된 것 같다.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인지 잘 모르지 않나? 모르는데 입 벌리지 말고 가만히 있자 싶다. 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사상이나 가치관, 정치에 대한 입장이 없으니까 뭐라고 할 수 없다. 정치색이 우리 영화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의미 때문이다. 내가 잘 모르니까. 불신이 너무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영화를 보고 실제로 '이런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안 될 것 같다. 큰일 난다. 이건 내 입장으로,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한 것 같다. 사소한 거짓말이 아닌 정말 대의를 거스르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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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은 "우리 작품을 두고 대중이 막 싸워서 깜짝 놀랐다. 이번 작품도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이라고 말이 많더라. 제작 단계부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려되는 부분이 너무 비약적으로 한쪽에 의식이 쏠리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젊은 어린 친구들도 그렇고 너무 극적으로 치닫는 것 같다. 중용을 지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서로 너무 극혐하거나 몰아부치기보다는 중용이 필요할 것 같다. 너무 그렇게 살면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송영창, 온주완, 조한철, 손종학, 조수향, 윤세아, 김용림 등이 가세했고 '부라더'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일 개봉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 연기를 논의 중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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