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갑갑한 정치판, 현명한 정치인 필요해"…라미란이 원한 '정직한 후보'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06 15:3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갑갑한 현실, 정직한 정치인보다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한 것 같아요."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장유정 감독, 수필름·홍필름 제작)에서 대한민국 넘버 원 거짓말쟁이에서 한순간에 팩트만 말하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 국회의원 주상숙을 연기한 배우 라미란(45). 그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정직한 후보'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거짓말이라는 소재가 주는 코믹한 상황뿐만 아니라 2014년 브라질 개봉 당시 브라질의 현실을 시원하게 꼬집어 자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성공했고 또 2018년에는 속편이 개봉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브라질 영화 흥행작(원제: O Candidato Honesto)을 리메이크한 '정직한 후보'. 직장, 가족 그리고 전 국민에게까지 거짓말을 1도 못 하게 된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3선 국회의원에 도전하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정직한 후보'는 재미는 물론 뼈있는 메시지를 전하며 2월 관객을 찾게 됐다.

무엇보다 '정직한 후보'는 전 세대가 사랑하는 대체 불가 배우이자 충무로 대표 코미디 베테랑 배우인 라미란의 하드캐리한 코믹 연기가 압권인 작품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을 얻고 있다. 극 중 '서민의 일꾼'이라는 이미지로 국민들의 아낌없는 지지를 받는 3선 국회의원이지만 사실은 4선을 넘어 대선까지 노리며 당선을 위해서라면 온갖 거짓말을 불사하는 시꺼먼 속내를 지닌 인물을 연기한 라미란. 지난해 1월 개봉한 '내안의 그놈'(강효진 감독), 5월 개봉한 '걸캅스'(정다원 감독)를 통해 자타 공인 '코미디 장인'으로 등극한 라미란이 '정직한 후보' 또한 완벽한 연기력과 높은 싱크로율,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진실의 웃음을 책임진다.

여기에 '정직한 후보'는 오는 4월 15일 열리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개봉, 총선 시기를 노린 맞춤형 영화로 등극해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걸캅스'(19, 정다원 감독) 이후 1년 만에 '정직한 후보'로 스크린에 컴백한 라미란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원작이 있다고 생각을 못 할 정도로 한국화가 잘된 시나리오였다. 원작과 상황만 가져오고 거의 한국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 또 장유정 감독과 작업을 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작품 출연 결정을 빨리하게 됐다"며 "작품을 선택하면서 원톱 주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다.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원톱 주연보다는 코미디라는 장르에서 오는 부담이 컸다. 나를 두고 코미디 전문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대중의 생각은 편견인 것 같다. 누군가를 웃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일이다. 희극인을 보면 정말 피를 말리는 것 같더라. 나는 그렇게까지 못 하겠더라. 나는 대본이 재미있으니까 하는 것이지 남을 웃겨야 한다면 나는 못 할 것 같다"고 겸손을 보였다.

그는 "원작에서는 남성 캐릭터인데, 우리 작품에서는 여성 캐릭터로 바꿨다. 그렇게 바꾼 이유는 나에게 기대서 가겠다기보다는 그게 더 작품에 시너지가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라미란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주변에서도 동의했다고 하더라. 물론 내가 독보적이라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코미디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라미란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게 그만큼 인상 깊었다고 생각하는 면에서 좋기도 하지만 그게 내 틀이 되면 안 되니까 고민되기도 한다. 코미디 장르를 할 때만 수식어를 달고 있다가 다음 작품에서 쇄신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멜로 장인' 수식어를 얻고 싶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 하고 싶다. 이왕이면 가슴 떨리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라미란은 주상숙의 외조 전문 허세 남편 봉만식을 연기한 윤경호와 호흡에 대해 "원했던 멜로 연기를 윤경호와 했다. 욕실 신에서 격정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 보니까 욕실 신은 스릴러가 됐다. 분명 뽀뽀하는 장면인데 내가 봤을 때는 목을 조르는 느낌이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런 장면이 의외의 재미를 안긴 것 같다. 격정 키스 신이라기보다는 걱정 키스 신이었다. 촬영 전날 윤경호가 준비를 잘해온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
함께 호흡을 맞춘 김무열과 윤경호에 대해 "김무열은 의외였고 윤경호는 전작에서 만나서 알고 있었다. 내가 오해한 부분도 있더라. 김무열이 한다고 했을 때 '코미디 장르인데 한다고?'라면서 놀랐다. 우리 중에서 가장 웃겼던 사람인 것 같다. 그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가 가지고 있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능청스럽게 하기보다는 굉장히 진지하게 하는 게 더 웃겼다. 이런 사람이 코미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경호와 나는 1차원적이었다면 그걸 줍줍하는 사람이 김무열이었다"며 "윤경호는 원래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부끄러움도 많고 소심한 부분도 있더라. 마음 졸이면서 연기를 하는 부분도 있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치를 소재로 한 '정직한 후보'를 두고 "개인적으로 나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른다. 장유정 감독이 '정직한 후보'를 위해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우리가 대입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치 종합의 장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부분을 많이 가져와 우리 영화에 녹여낸 것 같다. 보통 이런 영화는 오프닝에 '영화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문구를 넣지 않나? 우리 작품에는 '누군가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걸 막을 생각은 없다'고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건 장유정 감독이 말리더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특별시민'(17, 박인제 감독)에서 야당의 양진주 후보로 정치(?) 경험을 쌓은 라미란. 이에 대해 "'특별시민'에서의 양진주는 사실 잘 안 보였던 것 같다. 최민식의 아우라에 밀려 해보지도 못하고 꺾인 느낌이다. 이번에는 정치인이라는 설정이 와닿기보다는 거짓말을 못 하는 정치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정치 영화로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정치판을 보면 갑갑하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는데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답이 없어서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갑갑한 현실에 알고 싶지 않아진 것 같다. 내 자리에서 내 일만 열심히 하자고 하게 된 것 같다.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인지 잘 모르지 않나? 모르는데 입 벌리지 말고 가만히 있자 싶다. 내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사상이나 가치관, 정치에 대한 입장이 없으니까 뭐라고 할 수 없다. 정치색이 우리 영화에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의미 때문이다. 내가 잘 모르니까. 불신이 너무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영화를 보고 실제로 '이런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 생각은 안 될 것 같다. 큰일 난다. 이건 내 입장으로, 정직한 정치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명한 정치인이 필요한 것 같다. 사소한 거짓말이 아닌 정말 대의를 거스르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 필요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솔직 당당한 라미란은 자신을 둘러싼 악플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생각을 꺼냈다. 그는 "사실 그런 평가에 대해 부담은 없다. 공격 아닌 공격을 하고 있는데 반대로 생각해 나에게 힘을 써줘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무섭지 않나? 어느 순간 사실처럼 되기도 하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도 할 것 같다. 더 커진다면 문제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고 믿어주는 분이 좀 더 많으니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걸캅스' 때도 너무 순식간이더라. 언급만 돼도 논란이 생기는 세상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라미란은 "우리 작품을 두고 대중이 막 싸워서 깜짝 놀랐다. 이번 작품도 여성 감독에 여성 주연이라고 말이 많더라. 제작 단계부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려되는 부분이 너무 비약적으로 한쪽에 의식이 쏠리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젊은 어린 친구들도 그렇고 너무 극적으로 치닫는 것 같다. 중용을 지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로를 인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서로 너무 극혐하거나 몰아부치기보다는 중용이 필요할 것 같다. 너무 그렇게 살면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작품이다.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장동주, 송영창, 온주완, 조한철, 손종학, 조수향, 윤세아, 김용림 등이 가세했고 '부라더' '김종욱 찾기'의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일 개봉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 연기를 논의 중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