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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데뷔 25년 만에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우성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또 다른 파격 변신에 나서 눈길을 끈다. 극 중 자신의 앞으로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연희로 인해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는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을 연기한 정우성. 그동안 보여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벗고 허술하면서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로 반전의 변신을 시도한 정우성은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 있게 담아내며 올해 데뷔 26년 차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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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시도한 캐릭터 변주도 설명했다. 정우성은 "일부러 원작 소설을 안 읽었다. 소설을 읽고 작품에 임한다면 왠지 선입견을 가지고 연기할 것 같았다. 그래서 원작을 읽지 않고 연기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태영에 대한 허점이 보이더라. 그런 부분을 부각시키면 어떨까 싶었다. 어두운 이야기를 경쾌하고 또 한편으로는 연민의 대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사실 물질적인 절박함에 내몰린 사람들이 꼭 악하다고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선택하면서 그게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의 선택을 악하고 어둡게만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작품이다. 또 이야기가 너무 어두운데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쉴 수 있는 포인트가 태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변주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의 첫 촬영은 태영이 연희의 돈 가방을 가지고 튀는 장면이었다. 첫 촬영에서 태영에 대한 톤앤 매너를 처음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그 전에 김용훈 감독과 진득하게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 내가 개발한 태영의 연기를 볼 때 당황하는 기색이더라.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스태프들에게 정우성이라는 각인된 이미지가 있더라. 좀 더 멋있고 무겁게 가야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태영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김용훈 감독은 신인 감독이었지만 마음이 열려 있었고 내 아이디어를 받아줬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미지 변신, 반전을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호구 캐릭터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 그저 캐릭터에 진지하게 다가가려고 할 뿐이다. 지금도 태영이 놓인 상태 안에서 보는 이들에게는 허당이고 허술하고 호구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내가 태영의 입장에서는 봤을 때 스스로 완벽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계획적인 사람이다. 영화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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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관객이 바라는 모습에서 스스로 배신의 모험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지속하는 방법도 있지만 배우로서 발전에 변화도 필요할 것 같다"며 "인간으로서 나이는 먹어가고 신체적으로 노화되고 있는데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자신감 있게 표현했을 때 또 다른 캐릭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더불어 영화 속 제목처럼 인생에 있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던 순간'에 대해 "여러 인터뷰에서 나의 어린 시절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나는 어릴 때 맨몸으로 세상에 뛰어들었다. 내 자리가 아무 곳에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매일 '내 자리가 어디 있지?' 고민하며 막연함 속에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거기에서 오는 외로움이 있었고 그때 뭐라도 잡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주어진 것에 덥석 잡지는 않았다는 것 같다. 막연하기 때문에 아무거나 잡고 싶었지만 이왕이면 내가 꿈꾸는 꿈과 근접한 것을 잡으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각자 다른 절박함을 느끼고 그 시기 역시 다르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만 마치고 2학년 때 자퇴를 하며 학교에서 나왔다. 자퇴할 당시 죄인처럼 교무실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나오는 어머니를 보면서 세상에 뛰어들었다. 고개를 푹 숙이던 엄마가 나와 눈이 마주칠 때 울음이 터진 모습이 사무친다. 그때부터 몇 년 동안은 어디 가서 내 몸을 눕혀야 할지도 몰랐다. 거리를 어슬렁거리면서 늘 찾아다녔다. 데뷔하고 나서도 물론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최악의 절망적인 상황은 없었다. 워낙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해하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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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지금 정말 정신이 없다. 지방에 헌팅 다니고 있다. 현장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좋을 것 같다. 처음부터 연출 데뷔작에 내가 주연을 하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주연까지 하게 됐다. '보호자'는 지난 몇 년간 연출작으로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시자들' PD가 기획했던 작품인데 우연히 의사가 맞아 도전하게 됐다"며 "감독 정우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비트'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다. 작업에 내가 참여할 기회나 방식을 습득하게 해준 것 같다. 예전부터 이야기했지만 '비트'의 내레이션도 내게 써보라며 제안했고 내 도전을 칭찬해주고 반영해줬다. 그 계기로 자신감이 생기면서 더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이 있으니까 짧은 이미지로 찍어보게 됐고 그렇게 감독 준비를 하게 됐다"며 "현재 연출작에서 배우, 스태프들과 소통은 잘하는데 현장에서는 고생시키지 않을까 싶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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