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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뮤지컬은 내인생" '사람이좋다' 남경읍 "70대 모노 뮤지컬 하고파"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20-02-04 21:44



[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뮤지컬은 내 인생"

4일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서는 대한민국 뮤지컬의 역사를 개척한 1세대 뮤지컬 배우 남경읍이 출연했다.

이날 남경읍은 이른 시간 촬영장으로 향했다.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는 그는 "나로 인해서 자꾸 NG가 나고 그렇게 되면 제가 역적이 되죠. 현장이 전쟁터 같아요"라며 웃었다.

대본연습에 한시간 일찍 도착하는 부지런한 그의 성실함에 후배 배우 심은진은 "내가 열심히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면 옆에서 후배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선배님처럼' 이렇게 하는 것 같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쉼없는 연습에 무사히 촬영을 마친 그는 "40년 넘게 연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배우가 힘든 만큼 관객은 즐거워한다. 배우가 흘린 땀방울의 수, 양만큼 관객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항상 얘기한다"고 이야기했다.

남경읍은 직접 학원을 운영하며 제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계원예고와 단국대, 뮤지컬아카데미 등에서 40여 년 동안 4천여 명의 제자를 양성한 것. 하지만 그에게도 뼈아픈 시련이 있었다. 그는 "동업하던 사람이 장난을 쳐서 제 운명이 거기서부터 아주 힘들게 변해버렸다"며 "극단적인 생각들도 했다. 나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양성한 4천 여명의 제자들에게서 힘을 얻었다고. 남경읍은 "졸업생들이 좋은 학교에 많이 들어가고, 좋은 배우들이 되어서 많이 활동을 하고 있더라. 교육도 사업이라 돈을 벌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교육을 해야겠구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제자 소유진은 "우렁찬 소리로 칭찬을 해주셨을 때 저의 자존감이 높아졌다. 나도 무대에 설 수 있겠다는 마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주신 저에게 큰 선생님이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오나라 역시 "연기에 욕심이 생기지만, 되뇌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있다. 이런 말이 지금까지도 저를 자극하고 도움이 된다"며 다시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남경읍은 동생 남경주와 '뮤지컬 형제'로 유명하다. 형제는 서울예대 연극과 동문이다. 동생 남경주는 미술전공을 포기하고 뮤지컬을 선택한 건 형의 영향이였다고. 남경주는 "형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무대 위에서 형의 멋있는 모습이 저를 더 끌어당겼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형제는 1995년 함께 무대에 올랐고, 이후 10작품이 넘게 함께 무대에 섰다. 남경읍은 "저놈이 나중에 내 밥줄 끊겠네 농담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경읍-남경주 형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그는 "형제의 이야기를 저희가 구성해서 작가한테 작품을 써달라고 요청을 했고, 이런 작품이 해외 수출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껴서 뿌듯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가 하면, 동생 남경주가 뮤지컬 배우를 할 수 있게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남경읍은 "어머니가 한 집에 광대가 둘이 있는 것은 좀 잇기지 않니 라고 한숨을 쉬셨다. 그래서 경주는 나보다 끼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남경읍은 휴일을 맞아 외동딸과 함께 추억여행을 떠났다. 남경읍은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쫓기듯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 흑석동의 단칸방에서 그의 가족은 힘겨운 시절을 살아내야 했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하면서 오남매를 뒷바라지하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아들을 응원한 최고의 후원자가 되어주었다.

남경읍은 어머니가 장사하는 시장을 딸과 함께 둘러보며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 생선 가시에 찔린 그 손, 동상이 걸린 그 파란 손을 만지기가 힘들었다"며 환갑이 넘은 아들이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어머님이 항상 '남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 가장 멋있는 인생이다'라고 하셨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너 끼 있어 배우 해봐'라고 말씀하셨다"며 어머니의 든든한 응원을 밝혔다.

남경읍의 외동딸은 아빠의 뒤를 이어 연기를 하고 있다. 남경읍은 "제 눈에는 딸의 연기에 단점만 보인다"라면서도 묵묵히 딸을 관찰하며 응원하고 있다. 딸은 "'누구의 딸'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는데, 당연히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20대 초반까지 많은 압박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디션을 준비하는 딸을 모니터링 해주며 연기의 조언과 공감으로 응원했다. 딸은 "저만의 능력을 연기력을 구사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남경읍은 "인간 남경읍으로, 배우 남경읍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 선생으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무대에서 모노 뮤지컬을 한 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60대 후반 70대쯤 꼭 만들어 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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