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무서움이 전부 아냐"…김광빈 감독이 말한 '클로젯' 그리고 하정우·김남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2-04 13:18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이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0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김광빈 감독(40)은 왜 첫 장편 데뷔작을 오컬트 호러로 택했을까.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갱,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제작). 메가폰을 잡은 김광빈 감독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자물쇠 따는 법'(2016), '모던 패밀리'(2011) 등 단편 영화를 통해 가족 관계라는 하나의 테마를 다양한 장르 안에 변주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준 바 있는 김광빈 감독. 짧은 단편 영화로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아온 그가 갱과 연출을 맡은 자신의 첫 장편 영화 '클로젯'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던 벽장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주목한 '클로젯'은 언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을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영화적 긴장감을 끌어올린 웰메이드 오컬트 무비. 시사회 이후 신선한 소재와 상상력에 한국적인 정서를 접목시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은 한국 미스터리 영화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광빈 감독은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동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의 주제를 단순히 '아동 학대'로 규정짓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속 상원이 고충을 겪는 이유가 아동 학대의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만 봐도 김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극중 상원은 딸 이나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서툰 인물로 그려지고 그런 그의 태도가 딸 이나가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 영화를 단순히 '아동 학대'로 인한 문제점을 말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상원은 아이를 사랑했지만 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그의 태도가 딸에게는 상처가 된 것이다. 상원은 이나를 때리거나 학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딸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 이나는 아빠로 인해 극도의 외로움을 느꼈고 그 외로움이 '어떠한 존재'를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시대는 변한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도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아빠는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 혹은 돈을 해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시대다. 시대는 변하는데 그 안에서 가족의 역할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그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오컬트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과거 옷장 안에서 '딸깍'하는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는 김광빈 감독. 그는 그때의 경험을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게 됐고 더 나아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영화 등 수많은 레퍼런스가 존재하는 장르인 오컬트. 김광빈 감독은 오컬트라는 장르를 택한 직후부터 특정 레퍼런스를 차용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되, 레퍼런스를 무조건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이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03/
"이미 외국에서는 오컬트 영화, 특히 '클로젯'처럼 '다른 세계'를 다룬 영화가 많다. 하지만 특정 영화를 참고하거자 레퍼런스를 따오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것, 설정이나 소품 하나까지도 캐릭터가 가진 상처나 트라우마에 맞춰 기획하고 제작하려 했다. 그럼에도 일부러 특정 레퍼런스를 무조건 피하려 하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우리가 구상해놓은 세계관에 맞게, 자연스럽게 설정해 나간 것들이다."

하정우의 첫 장편 주연 영화이자 윤종빈 감독의 중앙대학교 영화과 졸업 작품으로 제작된 영화 '용서 받지 못한 자'(2005)에서 동시 녹음 기사로 참여했던 김광빈 감독. 그는 '클로젯'으로 하정우와 감독과 배우로 다시 만나게 돼 더욱 남다르다는 마음을 전했다.


"'용서 받지 못한 자'를 했을 때는 저도 하정우 형도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시절이었다. 정우 형 차에 제 녹음 장비를 실고 다녔다. 그러면서 정말 형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제가 감히 형에게 '형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 멋있는 배우가 되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나중에 형이랑 영화를 찍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때 형이 '너의 영화라면 당연히 한다'고 말해 주셨다. 그리고 저는 군대를 갔는데, 내무반에 누워 TV로 형이 점점 스타가 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형과 영화를 하는 건 정말 나만의 꿈이겠구나, 이제 영영 형은 못보겠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하정우 형을 꿈꿨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정우 배우와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나. 그런데 진짜 데뷔작을 형과 함께 하게 됐다. 정말 놀라고 믿기지 않았다. 오컬트라는 장르가 흔한 장르도 아니고, 또 그동안 형이 했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예산도 규모도 작은 영화인데 이렇게 해주시겠다고 하니 꿈만 같았다. 정말 나만 잘하면 되겠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겠다는 하게 되더라."
그러면서 김광빈 감독은 하정우에 대해 '대학생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정말 똑같다. 언제나 듬직한 형같다.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도 잘 받아주신다. 현장에서도 언제나 저의 의견, 저의 생각을 먼저 생각해주셨다"고 며 웃었다.

하지만 '친한 형'이 아닌 '배우' 하정우는 과거보다 훨씬 단단해지고 복잡해졌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용서 받지 못한 자'는 학생 영화였고, 정말 모두가 함께 상의하고 배워나가는 현장이었다. 컷 하면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배워나가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클로젯'의 하정우 배우는 그때와 좀 더 다른,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았다. 매 장면, 매 본인의 연기에 대해 새로운 것이 맞는지, 기존에 해왔던 것은 아닌지 고민하시더라. 내게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진 않지만 본인의 연기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하정우에게 특유의 너스레와 유머를 쫙 뺀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맡긴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내가 만드는 영화에 하정우 배우님을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대와 다른 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김 감독은 "하정우 배우의 시그니처인 먹방도 하지 않고 유머도 뺐다. 그런 역할을 김남길 배우에게 넘기고 기존에 했던 것과 다른 식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했다. 다행히 하정우 배우님도 그러한 과정을 재미있게 생각해주셨다. 차갑고 건조하고 가족과의 관계 맺기를 힘들어하는 스타일의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극중 퇴마사 경훈 역의 김남길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김남길의 유연한 생각과 아이디어에 대해 감탄했다. "정말 아이디어가 많으시다. 실제로도 만화를 좋아하시고 만화적 상상력이 풍부하시다. 퇴마사 경훈의 캐릭터를 설정하는데 있어서도 김남길 배우님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다. 퇴마를 할 때의 주문이나 손동작 표현에 있으서도 배우님의 아이디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카톡릭 퇴사 사제 혹은 한국의 무당과 전혀 다른 결을 보여준 색다른 퇴마사인 경훈. 경훈 캐릭터 구축 과정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실제로 퇴마 하시는 분들이 깔끔한 코트를 많이 입으시더라. 그래서 참고를 많이 했다. 한국의 무속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최첨단 장비를 다를 줄 아는 퇴마사로 표현하고 싶었다. 경훈이 하는 퇴마 의식 같은 경우는 인토, 티베트, 서양의 오컬트 등을 결합해 저희만의 의식을 만들었다. 경훈이 외우는 주술은 실제 있는 주술을 한자나 음을 바꾸었다. 경훈의 팔의 타투는 신을 불러내는 실제 주술 글귀다. 영화에 사용된 부적 모두 실제 무당분들에게 확인을 거친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클로젯'은 하정우, 김남길, 허율 등이 출연한다. 2월 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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