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클로젯' 감독 "무서움만 끄집어 내는 호러 영화가 아니길 바랐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2-04 09:54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이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0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김광빈 감독(40)이 영화 '클로젯'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대해 전했다.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클로젯'(김광빈 감독·갱, ㈜영화사 월광·㈜퍼펙트스톰필름 제작). 메가폰을 잡은 김광빈 감독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자물쇠 따는 법'(2016), '모던 패밀리'(2011) 등 단편 영화를 통해 가족 관계라는 하나의 테마를 다양한 장르 안에 변주하며 자신만의 세계관을 보여준 바 있는 김광빈 감독. 짧은 단편 영화로 국내외 영화제를 휩쓸며 실력을 인정받아온 그가 갱과 연출을 맡은 자신의 첫 장편 영화 '클로젯'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던 벽장이라는 신선한 소재에 주목한 '클로젯'은 언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을 미스터리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영화적 긴장감을 끌어올린 웰메이드 오컬트 무비. 시사회 이후 신선한 소재와 상상력에 한국적인 정서를 접목시켜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스타일은 한국 미스터리 영화의 탄생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김광빈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언론시사회 끝난 다음에 나는 잠도 못 잤다. 그런데 주말 지나고 나니까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더라.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마음이 편한 것 같다. 하정우 배우님이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제는 무언가를 바라고 예측하려하기 보다는 관객에게 맡기자. 최선을 다했고 과정도 즐거웠고 영화도 그럴싸했다. 이제는 내려놔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더라. 그 말을 들으니 좀 내려놓게 되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영화 초중반 오컬트 호러 영화가 주는 장르적 재미를 주면서도 아동 방치 등 사회적 메시지를 건들면서 묵직한 감정 흐름까지 놓치지 않는 영화 '클로젯', 그는 장르적 재미와 메시지 사이의 균형에 대해 "단순히 무서움만 끄집어내는 것 보다 이 장르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이 이야기가 상원(하정우)이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영화의 장르에 따른 재미를 위해 무서운 장면과 장치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에만 힘을 쏟지 말자는 것이 배우들과도 의견을 교환했던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김광빈 감독은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동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영화의 주제를 단순히 '아동 학대'로 규정짓지 않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속 상원이 고충을 겪는 이유가 아동 학대의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만 봐도 김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다. 극중 상원은 딸 이나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는 서툰 인물로 그려지고 그런 그의 태도가 딸 이나가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이 영화를 단순히 '아동 학대'로 인한 문제점을 말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상원은 아이를 사랑했지만 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그의 태도가 딸에게는 상처가 된 것이다. 상원은 이나를 때리거나 학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딸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 이나는 아빠로 인해 극도의 외로움을 느꼈고 그 외로움이 '어떠한 존재'를 불러들이게 된 것이다. 시대는 변한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도 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아빠는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것, 혹은 돈을 해주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시대다. 시대는 변하는데 그 안에서 가족의 역할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그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이 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03/
이런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오컬트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과거 옷장 안에서 '딸깍'하는 소리를 들었던 순간을 오래도록 잊지 못했다는 김광빈 감독. 그는 그때의 경험을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와 잘 맞아떨어지게 됐고 더 나아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영화 등 수많은 레퍼런스가 존재하는 장르인 오컬트. 김광빈 감독은 오컬트라는 장르를 택한 직후부터 특정 레퍼런스를 차용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되, 레퍼런스를 무조건 피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외국에서는 오컬트 영화, 특히 '클로젯'처럼 '다른 세계'를 다룬 영화가 많다. 하지만 특정 영화를 참고하거자 레퍼런스를 따오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것, 설정이나 소품 하나까지도 캐릭터가 가진 상처나 트라우마에 맞춰 기획하고 제작하려 했다. 그럼에도 일부러 특정 레퍼런스를 무조건 피하려 하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다. 우리가 구상해놓은 세계관에 맞게, 자연스럽게 설정해 나간 것들이다."

한편, '클로젯'은 하정우, 김남길, 허율 등이 출연한다. 2월 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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