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전개가 미쳤다"…'지푸라기' 전도연X정우성, 비범한 韓판 범죄극 탄생(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03 16:43


전도연과 정우성이 3일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코엑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02.0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강렬하고 센, 비범한 한국판 웰메이드 범죄극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2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비에이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의 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에 시달리며 한탕의 늪에 빠진 태영 역의 정우성,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전부인 중만 역의 배성우, 과거의 기억에 갇혀 버린 노모 순자 역의 윤여정,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역의 신현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법체류자 진태 역의 정가람, 그리고 김용훈 감독이 참석했다.

소네 케이스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린 작품. 영화 속 인물 모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궁지에 몰려서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일 뿐, 인간의 본성은 악하지 않다는 주제 의식으로 공감을 산 것은 물론 새롭고 독특한 구성,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 스타일리시한 미장센 등으로 보는 이들의 108분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2월 스크린 기대작으로 등극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지난 2일 폐막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Special Jury Award)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입증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충무로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명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이 관전 포인트다. '칸의 여왕' 전도연을 필두로 지난해 11월 제40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우성, '대배우' 윤여정, '충무로 블루칩' 신현빈·정가람 등 한 편의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앙상블을 펼치며 영화의 재미를 한 층 더 높였다. 특히 전도연과 정우성은 데뷔 이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첫 호흡을 맞춘바, 마치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춘 것 같은 찰떡 케미스트리를 과시했다.


가장 먼저 김용훈 감독은 로데르담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감사드린다. 많은 해외 관객에게 이 영화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로테르담 영화제를 갔는데 해외 관객이 많이 좋아해주고 흥미롭게 봐주더라. 영화를 만든 연출자로서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더 많은 초청 받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전도연은 "연희 캐릭터는 이미 대본에 강렬하게 나와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연기할 때는 힘을 빼고 해야할 것 같았다. 촬영할 때는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너무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돼서 신인 감독이 현장에서 잘 소화할 수 있을가 걱정하기도 했다. 영화를 보니 김용훈 감독 나름대로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너무 재미있었다.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이야기라 좋았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내가 가진 캐릭터의 허점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처음 촬영할 때는 김용훈 감독과 스태프가 당황하더라. 현장에서의 정우성을 바라보는 낯선 눈빛과 감정을 극복해내면서 태영을 보여주려고 했다. 누구보다도 태영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그 믿음으로 만들었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 너무 혼자 호들갑을 떤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뷔 이래 첫 호흡을 맞추게된 전도연과 정우성은 서로에 대한 찰떡 케미스트리도 언급했다. 전도연은 "영화를 봤을 때 개인적으로 정우성과 호흡이 만족스러웠다. 현장에서는 많이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익숙한 연인 관계 설정이었지만 첫 신부터 서로의 익숙함이 설명됐어야 했다. 아무 신 아니었지만 정말 어려운 신처럼 느껴졌다. 막상 촬영을 하고 적응을 한 뒤 캐릭터들이 어우러질 때 쯤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정우성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애정을 전했다.


정우성 역시 "전도연과 호흡은 기다렸던 작업이었다. 현장에서 임하는 자세를 직접 보고 현장에서 호흡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좋은 동료였다"고 덧붙였다.


윤여정은 "나는 오래된 배우인데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게 무섭기도 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는 게 많다고 쓸데없는 소리할까봐 걱정됐다. 신인 감독을 너무 고생시키지 않을까 조심하기도 했다. 신인 감독들은 본인의 소신이 확실해 우리를 너무 고생시킨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이가 많아 힘든걸 못한다. 기운이 없는데 너무 많은걸 시킬까 걱정했는데 예상밖으로 너무 착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어떤 역할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때마침 전도연이 그 틈에 제안을 하더라. 나는 아직 치매를 경험하지 못해서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도연이에게 물어봐도 치매 경험이 없으니까 모르더라. 도연이가 '선생님 하던대로 해'라고 해서 도연이의 지도 편달 아래 열심히 연기했다"고 겸손을 보였다.

그는 "대중적으로 전도연과 정우성은 대단한 배우다. 전도연의 등장부터 '참, 여우같이 잘한다'라는 생각하게 됐다"고 웃었다.

김용훈 감독은 "이 영화는 관객이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모는 거였다. 원작이 굉장히 독특한 구조였다. 이런 원작의 구조는 소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구조를 조금 바꿨다. 연희가 중간에 등장하는 구조로 바꾸면서 다시 맞춰가려고 했다. 이 영화가 좀 더 평범한 사람이 펼치는 범죄극이 되길 바랐다. 소설보다 영화 속 캐릭터가 더 평범한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다. 엔딩 역시 원작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 신현빈, 정가람, 박지환, 김준한, 허동원, 그리고 윤여정 등이 가세했고 '거룩한 계보' 연출부 출신 김용훈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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