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K컬처의 힘"…'기생충'과 방탄소년단 신드롬이 말하는 것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1-30 11:1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한국이 아닌, 전 세계는 지금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6번째 장편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이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이 영화가 매일 같이 써내려가고 있는 역사적인 기록 때문이다.

'기생충'은 세계 각국의 영화제는 물론 외국어 영화에게는 늘 보이지 않은 차별이 존재했던 미국 내 비평가 협회상 트로피를 셀 수 없을 만큼 휩쓸어간데 이어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대표 시상식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배우조합상(SAG상)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최대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해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AP 연합뉴스
2001년 제73회 오스카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대만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대만과 중국, 홍콩 뿐 아니라 미국 자본과 제작지원이 더해진 작품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해당 국가의 자본과 제작 지원으로만 이뤄진 아시아 영화 중 작품상 후보에 오른 건 '기생충'이 최초다. 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국제영화상) 노미네이트를 갈망했던 한국 영화 팬들의 101년간 쌓인 갈증을 제대로 풀어준 셈이다.

영화계에 '기생충'이 있다면 음악계에는 방탄소년단이 있다. 방탄소년단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제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 세계를 자신들의 팬클럽인 '아미'로 만들고 있는 20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21세기의 비틀즈'로 불리며 내딛는 걸음 걸음이 모두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콘서트 규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오아시스, 퀸 등 전설적인 밴드들이 공연한 바 있는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6만석을 꽉 채웠고 LA로즈볼 스타디움 9만석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해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여했고, 올해는 최초로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2018년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UN 총회에 참석해 세계 정상들 앞에서 방탄소년단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러브 유어셀프' 연설을 펼치며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신드롬이 더욱 놀랍고 의미 있는 이유는 이들 모두 'K컬처'의 색깔을 지우지 않고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역시 100% 한국 자본으로 만든 한국어 영화이고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인기에도 여전히 한국어로 된 신곡을 내고 또 부른다. 모든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와 팝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가 기반으로 소위 '미국색'의 콘텐츠를 생산하며 고군분투 했던 과거 아티스트들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할 수 있다. 전 세계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부른 한국어 노래를, 그대로 한국어로 따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K-컬처'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의 인기와 성취가 비평가·업계 관계자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대중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생충'의 북미 내 박스오피스 스코어만 보더라도 '기생충'이 인기 있는 외국영화는 곧 예술영화로 치부됐던 미국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 네티즌과 관객들은 사이에서는 '봉하이브'라는 봉준호 감독의 팬덤이 생겼고, 아카데미 최종 후보를 발표한 오스카 공식 유튜브에는 기생충이 작품상을 타야 된다는 외국 관객들의 댓글이 폭발하고 있다.

전 세계의 초대형 경기장과 콘서트홀을 꽉꽉 채우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서 제외되자 수백만의 외국 팬들은 그래미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글들을 쏟아냈다. 외국 주요 매체 역시 그래미가 시대에 뒤쳐졌다고 날선 기사를 쏟아냈고 팝스타 할시는 공식 SNS 계정에 "미국은 전 세계 움직임에서 매우 뒤처져 있어서 놀랍지도 않다"며 대놓고 비난했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다. 유행처럼 번지던 이 말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 우스갯소리로 전락하기도 했다.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이 것'인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견이 갈리겠지만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은 K-컬처 만이 가진 우수성이 곧 세계적인 콘텐츠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so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