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tvN, AFC중계권 확보…스포츠중계, 지상파 독점 시대는 끝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0-01-30 11:08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스포츠 중계권은 방송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소규모 방송사에는 '그림에 떡'이기도 했다. 중계권료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치솟았고 이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만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지상파에서도 막대한 금액을 모두 책임지기 힘들어 3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계권을 사왔고 때문에 스포츠 중계권은 지상파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같은 스포츠 중계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CJ ENM은 29일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CJ ENM은 이번 중계권 계약을 통해 올해 9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필두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023년 아시안컵 등 AFC가 주관하는 4년간의 국가대표팀 및 클럽 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CJ ENM은 tvN 등 TV 채널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TVING)을 통해 AFC 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CJ ENM이 AFC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지상파의 전유물이던 스포츠 중계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JTBC는 그동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월드컵 축구예선,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의 중계를 진행했고, 지난해 6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개최되는 동·하계 올림픽 한국 독점 중계권을 획득하며 스포츠중계의 명가로 거듭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6월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 컨소시엄인 '코리아풀'의 제안을 거절하고 JTBC와 손잡았다. 지상파 채널들은 '국민들의 보편적인 시청권을 거스른다'고 반발했지만 IOC입장에서는 중계권료를 많이 내는 방송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TV CHOSUN도 호시탐탐 스포츠 중계권을 노리고 있다. 개국 초반 K리그, 2017년에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중계한 바 있다. 올 3월에 있을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스리랑카전 중계권도 가지고 있다.

스포츠중계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MBN도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다. 2018년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의 일부 경기를 중계한 바 있는 MBN는 지난해 말 SPOTV로부터 중계권을 구입해 2019년 동아시안컵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생중계했다. 또 올해는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의 한국 경기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여기에 CJ ENM이 가세하면서 지상파와 종편 뿐만 아니라 케이블채널도 스포츠 중계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들의 AFC중계권 확보는 채널로서도, 단순히 중계권을 사온 것을 뛰어넘는 의미를 가진다. tvN을 드라마 예능 채널이 아니라 뉴스를 제외한 전 장르에 걸친 채널로 발전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예능과 드라마로 이름이 난 tvN이지만 그동안 '어쩌다 어른'이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 시사 교양 분야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했었다. CJ ENM은 tvN으로 AFC 경기를 중계하며 채널 자체를 종편에 버금가는 채널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이명한 CJ ENM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tvN은 예능, 드라마, 인사이트 콘텐츠를 비롯해 스포츠 콘텐츠로도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스포츠 중계에 대한 비전이 보인다면 '미디어 공룡' CJ ENM이 노하우를 쌓고 인프라를 갖추며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CJ ENM 관계자는 "아직은 단순히 중계권 계약을 한 것 뿐 다른 것이 정해지진 않았다"며 "직접 스포츠 중계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화면을 사온 것이다. 현실적으로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도 아니다. 단순히 중계권을 사와 방송을 송출할 권리를 가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바야흐로 스포츠중계 시장도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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