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그저 웃긴 사람? 나도 내면에 슬픔 있죠"…배정남이 말한 #미스터주 #사투리 #이성민♥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1-21 13:34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배우 배정남이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스터 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렸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1.21/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예전엔 철도 없고 무조건 신나기만 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설렘 만큼이나 부담감 책임감이 엄청납니다." 배우 배정남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이하 '미스터 주', 김태윤 감독, 리양필름㈜ 제작). 극중 의욕과다 국가 정보국 요원 만식 역의 배정남(36)이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톱 모델에서 영화 '베를린'(2012), '마스터'(2016). '보안관'(2017),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등의 작품을 통해 배우로 자리매김에 상공한 배정남.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특유의 유쾌한 성격과 유머를 바탕으로 인상적인 코미디 연기를 보여줬던 '보안관'에 이어 그가 또 코미디 영화 '미스터 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보안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이성민과 함께.

극중 그가 연기하는 만식은 열정 과다·의욕 충만 국가 정보국 요원. 넘치는 열정으로 늘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과한 열정 때문에 임무를 망치곤 해 동료와 상사로부터 구박을 듣는다. 배정남은 본인의 매력을 십분 살려 365일 사고만 치지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만식을 완성했다.
'미스터주' 스틸
'보안관' 이후 3년만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된 배정남은 "그때보다는 책임감 자체가 다르다. 무게가 훨씬 커졌다. 개봉 전에 긴장감과 불안감도 생긴다. 물론 설렘도 크다. '보안관'은 마냥 영화 찍었다는 게 좋고 개봉하는 게 좋았다. 지금은 아무래도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으로 영화 포스터의 자신의 얼굴이 들어갔다는 그는 "처음으로 포스터에 제 얼굴이 들어가니까 어색하더라. 그래서 부담이 더 크다"고 솔직히 말했다. 이어 "그리고 성민이 형부터 감독님까지 제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까 혹시 나 때문에 안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 된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니까 더욱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영화 속 본인의 연기에 대해 묻자 "역할의 크기가 작든 크든 저는 연기를 할 때마다 후회가 많다"고 답했다. 이어 "스스로 부족한 게 많이 보이니까. 하지만 자신이 있는 건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거라는 건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 내 연기를 보면 '왜 저렇게 밖에 못했을까' '지금 하면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야지'가 아니라 이제 '잘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캐스팅 과정에 대해 묻자 배정남은 "성민이 형의 '바람 바람 바람' 시사회 때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과 처음 만났다. 동물 관련 영화를 하신다 길래 농담처럼 동물 목소리를 하나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그때 만식 역이 끝까지 캐스팅이 안됐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제 모습에서 만식 모습을 보셨던 것 같다. 절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은 걸 내려놔야 되는 캐릭터라서 캐스팅이 안됐던 것 같은데 저는 조금이라도 망가짐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배우 배정남이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스터 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렸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1.21/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바로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보자마자 바로 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망가짐에 거리낌이 없었고 무조건 하고 싶었다. 간만에 센 캐릭터지 않나. 좀 바보 같은 캐릭터이긴 한데 그래도 본성은 착한 캐릭터 아닌가"며 "연기의 정도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다. 조금 더 세게 연기했던 부분은 많이 편집된 것 같다. 성민이 형이 감독님께 '그냥 동물 하나 더 캐스팅 했다고 생각하시고 지도 하셔라'라고 하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촬영 과정만큼은 쉽지 많은 았았다는 배정남. 특히 한 여름에 두꺼운 인형탈을 쓰고 연기하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정도엿따고 강조했다. "탈 쓰고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보조출연자 사장님이 일사병으로 실려 갈 정도였다 정말 정말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안 쉬어질 정도였다. 컷만 하면 냉동차에 들어가 있었다.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쓰러질 정도였다. 한번 찍으면 얼굴이 반쪽이 될 정도였다. 한 여름에 그 털옷을 입고 촬영하다보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어서 제가 그걸 쓰는 촬영 때마다 냉동탑차를 불러주셨다. 털 안에 또 엄청나게 두꺼운 스펀지가 있었다. 숨 쉬기도 힘들었다. 불이 붙는 건 CG였는데 그 옷을 입고 막 구를 때는 정말 힘들었다."


'보안관'부터 '미스터 주'까지 이성민과 호흡을 맞춘 배정남. '미운우리새끼' 등 방송을 통해서 이성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던 그는 이성민에 대해 "배우로서 형을 알기 전부터도 존경하는 배우였다. 그리고 형을 알고 난 다음에 형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형은 잘되면 잘될수록 더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사람이다. 사실 안 그런 배우들이 더 많지 않나. 영화판에서 소문도 진짜 좋은 배우다. 이런 배우가 또 없다. 형은 잘되면 잘 될수록 더 주변 더더더 많이 챙겨준다. 촬영팀 미술팀 등등 팀마다 다 회식을 시켜주신다. 형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정말 잘될수록 형님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정말 멋지더라"고 덧붙였다.
이성민과 180도 다른 성격이라는 배정남. 그렇기에 이성민과 이토록 잘 맞는게 더욱 신기하다고 강조했다. "진짜 성격도 안 맞는 사람들인데 진짜 이렇게 서로 좋아하는 게 신기한다. 형님은 술도 안 드신다. 술도 함께 마시지 않고 커피 먹고 밥 먹고 그런다. 저랑은 아예 캐릭터가 360도 다르다. 이상하게 잘 맞는다"면서 "성민이 형을 포함해서 친한 형 누나가 저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나를 좋게 말씀해주시는데 내가 실수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힘줘 말했다.

배정남은 '보안관' 촬영 때는 이성민에게 혼나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보안관' 때 형님이 저에게 어떤 연깆거인 조언을 해주셨는데 제가 술에 취해서 '싫은대예'라고 대들었다. 그때 많이 혼났다. 정말 아버지한테 혼나는 느낌이었다. 그 말에 사랑이 담겨 있는 느낌이랄까. 막 혼나는데 저도 모르게 눈이 뚝뚝 떨어지더라. 저한테 잘 되라고 한 말인데 스스로 너무 못나고 형님한테 죄송하기도 하고 많은 감정이 섞여서 눈물이 나더라. 그때 형님이 놀라서 바로 달래주시더라. 그러니까 더 눈물이 나왔다."

'미스터 주'에서 이성민에게 들은 조언이 있냐는 질문에 "'너 아니면 못 하는 캐릭터다'라는 말을 해주셨다"고 답했다. 이어 "그 전에는 형과 말을 맞추고 호흡을 맞추는 그런 신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함께 대본을 읽으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좋겠다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으로 함께 '호흡'이란 걸 나눈 것 같다. 사실 촬영하면서 죄송해서 '한 번 더 할께요'라는 말을 잘 못하는데, 형님이 어떤 장면에서는 그런 걸 '한번 더 가자'라고 말해주시고 그랬다.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의 배우 배정남이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스터 주'는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가 갑작스런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렸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1.21/
연기하는 것이 마냥 신나고 재미있던 것과 달리 연기적 고민도 늘어났다는 배정남은 이날 인터뷰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일단은 제가 잘하는 걸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 억지로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욕심 내지 않고 제 선에서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그리고는 점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개봉할 '오케이 마담'이나 '영웅'에서는 영화에서는 조금 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저를 생각하는 것들을 점점 깨드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기를 위해 사투리를 고치고 싶은 마음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당장 제가 억지로 표준어를 쓰면 사람들이 더 와 닿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사투리도 고급 사투리가 있고 아닌 게 있다고 하더라. 주변에서 앞으로 너는 고급스러운 사투리를 써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노력중이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저는 표준어를 시도하려고도 했는데, 감독님들께서 오히려 편하게 제 말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일단 저도 제가 잘하는 것,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살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개봉할 영화 '영웅'에서는 북한 사투리를 쓰는데 너무 편하더라. 북한 말 선생님과 연습도 많이 하고 했는데 굉장히 잘했다. 또 '오케이 마담'에서는 서울말을 쓰긴 하는데 그게 코미디 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예능과 코미디 영화를 통해 코믹 이미지를 쌓아오고 있는 배정남. 그는 "배우보다는 예능 혹은 재미있고 웃긴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고민은 없냐"는 질문에 "오히려 그게 더 행복하다"며 웃었다. 이어 "이런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절 볼 때 더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 저를 보면 더 잘 웃으신다. 일단 마음을 열고 다가와주시더라.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한 걸 오히려 가지고 있다는 건 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지금 당장 제가 바꾸려고 한다면 사람들도 더 어색할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중이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가장 큰 편견이 있냐는 물음에는 "배정남은 그저 재미있고 웃긴 사람이라는 것? 저도 내면에 슬픈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앞으로 개봉할 '영웅'에서는 눈물신도 찍었다. '영웅' 촬영 할 때 윤제균 감독님이 우는 연기를 해봤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제가 우는 연기가 담긴 단편 영화를 보여드렸다. 원래 우는 장면이 말없이 눈물만 우는 것이엇는데 감독님이 그 단편 영화를 보시고 이대로 가시자고 하더라. 또 다른 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재심'(2016), '또 하나의 가족'(2013)을 연출한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성민, 김서형, 배정남, 신하균, 갈소원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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