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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남산의 부장들'에 이희준은 없었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101%의 경호실장 곽상천만 있을 뿐이다. 외모부터 연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이희준의 발견이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곽상처은 박 대통령의 존재를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여기고 충성을 바치는 인물. 청와대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는 심야 도심에 탱크를 운행 할 정도로 공포 경호를 실시한다. 중앙정보부가 휘두르는 권력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요직 인사들의 충성 경쟁 속에서 엘리트적인 면모를 보이는 김규평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사사건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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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화를 두 번 보니 더 좋았던 건 병헌이 형의 클로즈업이다. 마지막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의 형의 클로즈업 장면이 정말 좋았다. 정말 어려운 장면인데 그런 장면을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나 싶었다"며 "내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제 캐릭터가 해줘야 할 역할을 다 했구나라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했다. 물론 제 연기 스스로 100%로 할 수 없지만, 영화에 필요한 역할을 해낸 느낌이었다. 병헌이 형을 화나게 하는 역할에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웃었다.
특히 그는 극중 박통 역을 맡은 이성민에 연기에 대해 감탄했다. "사실 선배님이 연기한 박통이 큰 액션이 있는 캐릭터가 아니지 않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캐릭터의 고뇌, 상황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 흔들리는 모습이 이런 것들이 장면이 넘어감에 따라 다 느껴지더라"며 "그 얼굴과 눈에 모든 것이 보여서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연기더라. 논리적으로 연기할 수 없는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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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인물 분석에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특히 제가 가장 주력했던 부분은 이 인물이 뭘 믿고 있었냐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어찌보면 곽 실장은 극중 인물들 중 가장 순수한 인물일 수도 있다. 권력욕있는 이물도 아닌 것 같다. 오직 그 분(박통)만 바라보고 그 분이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만 집중했던 인물이다. 이 인물에게는 오직 그 분이 국가였을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하면서 한쪽으로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협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연기했다. 이희준으로서의 시각을 내려놓고 정치적으로도 양 끝에 있는 자료를 모두 많이 찾아봤다. 최종적으로 내가 이 안에서 어떤 역을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이런 역할의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황하기도 했다는 그는 "저는 오히려 곽도원 선배님이 연기한 역할이 더 크게 공감이 됐다. 배신을 받아서 어떤 행동을 하는 그런 심리가 더 이해가 됐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공감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이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궁금하면서 의욕이 불타올랐다. 감독님께서는 '마약왕'에서 송강호 선배님과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시고는 기가 죽지 않는 모습을 봤다더라. 그래서 병헌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도 보고 싶으셨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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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연스럽게 25kg 증량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증량하기 전에 증량에 대해 "일단 심리적으로 무서웠다"는 이희준. 이어 "배우로서 한 번도 그만큼의 체중이 된 적이 없으니까 그렇게 불려 보자라는 마음을 먹고는 두렵더라. 제가 엄청나게 나온 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더라. 저는 불교 신자인데 108배하면서 '괜찮다. 배 나와도 괜찮다'라고 스스로 심리적으로 허락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배우이다 보니까 배가 나오면 안된다는 결벽이 있는데 그걸 놔버리는 게 힘들더라"며 "그러다 어느 순간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하기 시작했다. 무게를 올려야 근육이 커지니까 웨이트도 많이 했다. 3개월에 25kg를 찌워서 100kg까 찌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렇게까지 증량을 한다는 게 배우로서 되게 놀라운 경험이었다. 그러고 옷을 입거나 앉았다 일어날 때나 다 너무 힘들더라. 배우로서는 가면 같은 느낌이었다. 가면을 쓴 느낌이었다. 그리고 목소리 톤도 훨씬 낮아지고 숨도 차더라. 대사를 한 호흡에 못하게 되고 그게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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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kg 증량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는 그는 "뺄 때도 3개월이 걸렸다. 당뇨 위험이 있다고 해서 빨리 빼려고 했다. 목표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3개월 후에 노출이 있는 화보 스케줄을 잡아서 살을 뺐다. 식단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아서 헬스장 앞에서 고시원을 잡고 하루에 네 번씩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처음 상경해서 연극을 시작할 때 고시원에 살았는데 마흔에 고시원에 들어가니까 이상했다. 지금까지 체중 조절을 크게 하시면서 연기를 하신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진짜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더라"며 웃었다.
한편, '남산의 부장들'은 한·일 양국에서 약 52만부가 판매된 김충식 저자의 논픽션 베스트셀러 '남산의 부장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마약왕', '내부자들', '간첩', '파괴된 사나이' 등은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한다. 오는 22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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