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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볼 거 없다"던 드라마 암흑기가 지나갔고, 볼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채널을 고정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가 찾아왔다. '잘 되는 드라마'에만 쏠렸던 과거는 잊혀졌고 이제는 시청자들도 '무엇을 봐야 할지' 선택지만 무한정으로 넓어진 시대, 이 시대를 만들어낸 이들은 바로 처음 듣는 이름의 신인 작가들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한 표현들 덕분에 시청률도 점차 오르는 중이다. 특히 '스토브리그'는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무대로 했음에도 야구를 잘 모르는 일명 '야알못'들이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됐다. 특정 구단의 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드라마 속 휴머니즘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장점. 특히 여기에 '야잘알(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디테일들은 드라마의 작가인 이신화 작가의 이력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디테일하다. 실제 야구를 오랫동안 좋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신화 작가는 그의 손으로 최하위 팀들의 고군분투나 병역회피 논란을 겪었던 선수 길창주의 이야기 등을 만들어내며 실화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이는 18명이나 되는 야구 자문위원들의 이야기도 힘이 됐지만, 이야기의 뼈대를 만들었던 이신화 작가의 공이 가장 컸다.
'블랙독'이 그리는 기간제 교사의 현실도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일명 '강남 8학군' 속 대치동의 한 사립학교에 기간제 교사가 된 고하늘(서현진)의 눈으로 보는 세상들이 짜임새 있게 그려지며 공감을 자아낸다.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 사이의 간극과 갈등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이리 저리 치이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학원물이 아닌 직업물'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선생님을 학원물 속 조연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끌고 온 좋은 예다. 심지어 작품을 집필한 박주연 작가가 3년간 교사 생활을 했다는 이력은 '블랙독'의 리얼리티에 힘을 싣는다. '검사내전'도 '검사 직업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감도가 높게 그려지고 있다. 작은 지검의 검사들이 삶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담아내며 과거 드라마 속 단골 주제들로 다뤄졌던 비리검사의 이야기는 저 뒤로 밀어뒀다. 디테일이 살아난 비결은 현직 검사 출신 김웅 작가가 쓴 동명의 에세이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 실제 그 삶을 살아왔던 인물들의 눈으로 보는 드라마도 현실적이며 흥미롭다.
이들에 대해 한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드라마계에는 '작가 기근' 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하고 있다"며 "신인급 작가들의 발굴이 장기적으로 볼 때 드라마계의 발전이 될 수 있음을 제작사와 방송사가 모두 인지한 결과다"고 말했다. 또한 회당 수천만원을 받는 작가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원고료를 받는 신인 작가들의 성공이 이어질수록 제작비 측면에서도 절약이 가능해 제작사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중이라는 전언. 이 관계자는 이어 "기성 작가들 사이에서도 신선한 스토리 전개와 디테일한 취재력으로 시청자들을 끌어오고 있는 작가들의 활약이 좋은 예로 남아야만 이미 채널이 돌아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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