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윤시윤=겸손..자기객관화 장착한 바른 배우의 예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01-13 15:25


사진=모아엔터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겸손'을 빼고는 배우 윤시윤(35)을 언급하기가 어렵다.

윤시윤은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데뷔한 이후 시청률 50%로 대박을 친 드라마 KBS2 '제빵왕 김탁구'(2010)의 주인공으로 전격 발탁돼 단숨에 주연배우 반열에 올랐다. 이후로도 MBC '나도, 꽃!'(2012), tvN '이웃집 꽃미남'(2013), JTBC '마녀보감'(2016), KBS2 '최고의 한방'(2018),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2018),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2018), SBS '녹두꽃'(2019) 등의 주연으로서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준 배우가 됐다.

최근 종영한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류용재 극본, 이종재 연출)은 완벽히 윤시윤이 만들어낸 드라마였다. 우연히 목격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던 중 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가 우연히 얻게된 살인범의 다이어리를 보고 자신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게 된다는 신선한 소재의 드라마로 윤시윤은 육동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시윤은 육동식 역을 맡아 '호구' 육동식의 모습부터 가짜 사이코패스로 활약하는 카타르시스까지 동시에 유발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윤시윤은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시윤은 "매번 그러는데 이번에도 무사히 잘 끝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난다. 끝나고 잠만 잤으니까. 끝나고 사복을 입은 배우들을 볼 때에 실감이 나더라. 이번에도 이한위 선배님 연극을 보러 갈 때 다같이 얼굴을 보면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윤시윤은 극중 '호구' 육동식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그는 "동식이를 이해하고 이해시키고 싶었던 것은 '호구가 아니라 일반적인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방송의 특성상 한시간이라는 분량 안에 축약적으로 보여줘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잘나지 못하고 약지 못하고 계산적이지 못해서 우리가 겪는 일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일반적인 우리가,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일 아니냐.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을 통해서 사이코패스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하고 용기를 얻는 거다. 그걸 보여주고자 했던 거 같다. 사실상 호구, 사이코패스는 상징적인 얘기일 뿐이고, 일반적 사람이 전설의 검을 얻은 것처럼 용기라는 것을 장착한 이야기 같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미화나 호구라는 것에 대한 희화화가 포인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시윤은 드라마 속 육동식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제 주변의 사람들이 저를 봐주는 이미지가 동식이랑 비슷했던 거 같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축하 문자를 받았다. '1박 2일'에서의 모습이 그랬다. 늘 나는 열심히 하고 집중해서 하고 진지하게 하는데 허당으로 나오는 거다. 그런 모습들로 출발해서 연기를 해나가면서 혼자 착각이지만, '나는 너를 제압할 수 있지만 참는 거야' 이런 모습들이 정말로 제가 하고 있는 거 같아서 재미있었다. 늘 우리는 참고 살아야 한다. 오히려 참는 것 보다도 용기가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부당한 것에 지르고 싶지만 못해서 그러지 않나. 동식이도 똑같다. 포식자이기 때문에 참는다고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게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사진=모아엔터 제공
윤시윤은 '현실 육동식'이라는 주변의 말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잠시, 이내 "저는 현실 육동식이다. 육동식이 '1박2일'의 윤동구였던 거다"며 "연예인이라고 하면 기품도 있어야 할 거 같고 특별해야 할 거 같은데, 그러다 보니까 제가 가진 푼수같고 허당같은 모습들을 다 보여줘도 되는지 두려움이 있었다. 또 두려움은 다른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우신 거 같다. 그냥 대리만족 같다. 윤시윤이라고 하는 인간적으로 하자가 많은 사람이 드라마에서 만큼은 주인공으로 있었는데, 저의 삶에서 얼마나 주목을 받고 주인공일지 모르겠다. 항상 내 모습이 보여지면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육동식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도 받고 응원도 받아서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말했다.

윤시윤은 '겸손'을 빼고는 논하기어려운 배우다. 그는 "자기객관화가 돼야 발전이 있다고 본다. 저희 직업은 어디에 가서 'NO'라는 얘기를 안 듣는다. 주목받는 직업이니까 다 칭찬해주고 YES만 해준다. 거기서 개인의 삶이 망가진다. 가끔 그런 괴짜가 생기는 이유는, 자기가 정말 나이스하다고 생각하다가 개인의 삶이 너무 후진 인간들이라 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 같다. 그 누구도 저에게 NO를 안 할 때 자기객관화를 통해 저에게 계속 엄하게 말해줘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개인의 삶이 알차지는 것 같다. 냉정하게 받아들인다. 팬들이 얼마나 열심히 댓글을 해주는지 안다. 그건 대중들의 평가가 아니다. 저는 어디 나가면 '김탁구'라고 한다. 아무리 김탁구가 끝나고 1년에 두 작품을 해도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김탁구로의 신뢰가 제일 크다는 거다. 어디가서 '윤배우 열심히 한다'는 것은 없다. 검증이 끝나지 않은 배우임을 자각하는 것이 제일 냉정하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쏠리는 주변의 시선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모아엔터 제공

이어 윤시윤은 "저는 지금도 너무너무 혜택을 받으며 산다. 제 자신을 엄하게 해야지 싶다"며 "늘 조금씩 경거망동하고 반성하고 사는데 지금의 내 자신에 대해서 좋게 봐주신다면, 첫 번째로는 저는 신인 때 제가 너무 닮고 싶은 배우들이 있었다. 그런데 너무 운이 좋게 '하이킥' 때 세경 씨도 최다니엘 씨도 그렇고, 신애한테 가서 '콘티 어떻게 보는 거야'라고 물으면서 봤던 사람들을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했었다"고 고백했다.

윤시윤은 이어 "신인애들이 있으면 저도 가서 커피를 사다 준다. 그건 최다니엘이 저에게 했던 거다. 긴장해서 인사하고 그러면 커피를 주는 게 너무 멋졌다. 세경이만 오면 현장 분위기가 밝아지고 편해졌다.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잠도 못자고 하는 데도 너무 즐겁게 한다. 상대 배역이 NG가 나든 뭘 하든 이 사람을 믿고 하는 거다.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 사람들처럼 따라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첫 스승, 모티브가 좋았어서 지금도 꿈을 꾼다. 어디선가 그들이 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런 사람이라고 들으면 좋겠다. 지금 건방져졌다거나 사람들에게 언제 그랬냐는 듯한 게 아니라 당신들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데뷔작이었던 '하이킥'을 통해 배운 것들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시윤은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종영 후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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