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초점]'영화 인기가 전부 아니다'…달변가 봉준호의 촌철살인, 美네티즌 홀렸다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01-08 09:26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달변가 봉준호의 촌철살인은 미국에서도 통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데 이어 미국 최대 규모의 시상식인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도 기대케 하고 있는 영화 '기생충'를 향한 미국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현지 매체는 앞다투어 골든글로브 시상식 이후 진행된 애프터 파티에서 '기생충' 팀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보도했고,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은 봉준호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포스팅했다.

평단과 영화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반 관객 및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겁다.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기생충'이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조커')에 이어 골든글로브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수상 결과 포스팅에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것만 보더라도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SNS 계정에 봉준호 감독의 팬덤을 지칭하는 말인 #봉하이브(hive, 벌집)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기생충'의 이러한 인기는 물론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완성도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신드롬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봉준호 감독의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로운 '말'에 있다. 충무로의 대표적인 달변가로 유명한 봉 감독이 미국 매체 및 방송에서 보여준 촌철살인 같은 말들이 미국 네티즌들의 마음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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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말은 역시 '로컬 시상식' 발언이다. 봉준호 감독은 한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국영화가 오스카 후보에 지명되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라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이는 할리우드의 미국 중심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 말로 전 세계 네티즌을 비롯, 할리우드 영화를 최고로 인식하는 일부 미국 영화인들의 태도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미국 내 영화 팬들에게도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봉 감독의 이 발언 이후 '로컬 시상식'이라는 단어는 유행어로까지 떠올랐다.

봉 감독의 촌철살인은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수상 소감에도 이어졌다. 수상자 이름이 호명되자 봉 감독은 무대에 올라 "자막의 장벽은 장벽도 아니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이는 세계 영화 시장을 쥐고 흔들면서도 비영어권 영화에는 배타적인 할리우드의 문제점을 꼬집고, 동시에 자막이 있는 영화를 기피하는 영어권 관객들의 태도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더욱이 '기생충'이 모든 평단에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상 후보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로 구사되는 영화여야 한다'는 골든글로브의 방침으로 인해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 됐기 때문에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 공식 계정에 공개한 봉 감독의 이 수상 소감 동영상의 '좋아요' 클릭수는 12만개에 육박하고 동영상 재생 횟수는 무려 1000만을 찍을 기세다. 다른 어떤 할리우드 스타의 영상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봉 감독의 말을 어색함 없이 매끄럽게 전달하는 전담 통역사의 역할도 크다. 인터뷰, 토크쇼 등에서 봉 감독 특유의 '너스레'까지 맛깔나게 통역하는 전담 통역사인 샤론 최(최성재)에 대한 관심이 미국 현지 내에서도 뜨겁다. 골든글로브에서도 봉 감독의 자막 장벽 수상 소감을 최씨가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고 번역하여 말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봉준호 감독과 샤론 최
이에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진행되는 인터뷰에는 진행자가 최씨에게까지 단독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당신도 시상식 기간에 스타가 됐다"는 진행자의 깜짝 질문에 최씨가 당황하자 봉 감독은 "그녀는 완벽하다"고 추켜세웠다. 그리고는 최씨를 '훌륭한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최씨는 전문 통역사가 아닌 25세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를 준비 중인 영화인다. 영화인이니 만큼 전문 통역사보다도 봉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영화적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통역사가 봉준호 감독과 뇌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을 정도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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