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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역할의 크기보다 중요한 건"…공유가 '82년생 김지영'을 택한 이유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10-16 17:43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역할의 크기? 타이틀롤? 혹은 영화를 둘러싼 일각의 논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로맨스의 대명사 도깨비의 옷을 완전히 벗어던진 공유. '82년생 김지영'에는 오로지 아내 김지영을 생각하는 서툴지만 다정한 30대 보통의 남자 대현만이 존재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 봄바람 영화사 제작. 극중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역을 맡은 공유가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 영화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이자 천만 관객 동원 영화 '부산행'(2016), 의열단을 연기한 '밀정'(2016), 전 아시아 국가에 '공깨비' 신드롬을 일으킨 '도깨비'에 이르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홈런을 치며 2016년을 꽉 채웠던 배우 공유. 그가 3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의 남편 대현 역을 맡아 평범한 30대 직장인자 남편으로 변신했다.

극중 공유가 연기하는 대현은 가끔 다른 사람이 된 듯 바뀌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깊은 고민과 걱정에 빠진 인물.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괜찮다고만 하는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찾는 그는 당연한 듯 여겨졌던 일들이 아내 지영을 짓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공유는 그런 대현을 한층 세심해진 감정 연기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날 공유는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와닿았던 지점들이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 것 같다. 특히 현장에서 김미경(극중 김지영의 엄마)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굉장히 눈물이 났었는데 화면으로 보니 그 감정들이 더욱 세게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울컥하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공유는 '도깨비' 이후 최고의 인기를 얻은 이후 차기작으로 블록버스터 대작이나 타이틀롤이 아닌 영화 '82년생 김지뎡'을 택한 이유에 대해 묻자 "사실 이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주변분들의 우려도 있었다. 그분들의 말에 따르면 '뭘 굳이 이 작품을'이라고 하시기도 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그러면서 "전 오직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롤이 아닌 내가 그 안에 들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가 더 중요하다 타이틀롤이니 롤의 크기 같은 것들은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꼭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많진 않다. 때로는 전략과 계산이 필요한 작품 선택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저는 나이를 먹으면서 제 마음이 이끌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다른 외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 개봉 전부터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영화를 향한 평점 테러와 논란 등에 대해서도 덤덤하다는 공유. 그는 "언론시사회 이후 나온 평들을 보고 기자분들이 영화를 잘 봐주신 것 같아서 영화에 대한 긴장이 풀렸던 게 사실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긴 하지만 모두에게 정서적으로 고통으로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분들도 좋게 봐주실 거라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평에서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느꼈던 부분은 화면에 정확히 나와 줬기 때문에 만족도가 크고 영화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공유는 개봉 전부터 영화를 둘러싼 날선 논란과 반응이 생기는 것에 대해 '이성적으로 이해하냐'는 질문을 건네자 장고 끝에 "이해하려고 노력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우라는 일은 하면서도 내 상식과 이성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있다. 하지만 이해하려고 하려는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더라. 중립적인 생각을 한다는 건 배우로서 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촬영을 하면서 깨닫게 됐던 여성에 대한 충격적인 차별이 있냐는 질문에 "사실 다 알고 있던 부분의 차별이라서 엄청 놀랐던 건 없다.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너무한다고 생각했던 건 물론 여성을 향한 몰카다.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중립이고 나발이고 없다"며 "그리고 저는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영화로 봤을 때 안타깝더라"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의 원작보다 시나리오를 먼저 접하게 됐다는 공유는 "원작을 봤을 때도 시나리오를 통해 느낀 것과 비슷했다. 김지영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영화에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원작 역시 김지영을 둘러싼 인물을 다룬다는 게 좋았다. 영화상으로 옮겨질 때 그러한 부분을 변질될 수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정말 균형감 있게 잘 표현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과 달리 극중 대현이 더욱 다정하고 이상적인 남편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극중에서도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현 정도면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하고 대현 역시 스스로 좋은 남편이라고 생각할 거다. 대현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더 느껴지는 게 많은 것 같다. 대현이 좋은 남편이 아니고 와이프가 아픈 걸 알고 난후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면 극이 더욱 부자연스러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현은 누가 봐도 좋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깨닫지 못한 것들이 있다.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함께 하는 것'이 아닌 '도와주겠다'고 표현하거나 김지영에게 아주 당연한 듯 밥을 차려 달라고 이야기한다. 대현이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뭔가 잘 모르는 사람'인 거다. 대현이 그런 인물로 그려지는 건 중요하다"며 "대현은 분명히 좋은 사람이고 이상적인 사람일 수 있지만 그런 대현조차 어떤 차별이나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좋은 사람인 대현을 보면서도 분명 답답해지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나"고 말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이어 원작 소설보다는 시나리오에 기대어 대현 캐릭터를 준비했다며 "영화를 찍을 때는 소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소설과 시나리오 속 대현을 비교하려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시나리오에 의지를 했고 그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충분히 모든 것이 납득이 가게 표현이 돼 있었다. 감독님과 대화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공유는 무엇보다 '82년생 김지영'이 어루만지는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강조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 결정을 하기도 전에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어떻게 키우셨냐'고 물었다. 자연스럽게 엄마가 생각나는 이야기였고 그래서 생뚱맞게 다짜고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묻게 됐다. 잘 키워주셔 감사하다는 마음이 새삼 느꼈다. 저는 부모님이 저를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키워주셨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 하지만 그 조차 남자이자 아들로 자란 저의 생각이다. 누나의 이야기는 또 누나에게 들어봐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원래 제 영화 시사회 때 부모님 초대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부모님이 오실 것 같다. 꼭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깨비' 이후 2년만의 공백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된 공유. "'도깨비'가 끝나고 좀 지쳤었다. 그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감정이 들었고 스스로 지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관련된 프로모션 활동을 모두 끝내놓고 개인으로 돌아온 시간을 오롯이 가졌다"고 입을 뗐다.
'도깨비'에서 보여주었던 로맨틱하고 판타지적 인물과 정 반대인 현실적 인물로 대중을 만나게 된 그는 "일단 관객분들이 보고 이야기를 해주시겠지만 그런 연기를 한 저를 향한 관객들의 모든 이야기를 겸허하게 들을 생각이다"고 전했다. 이어 "바람이 있다면 저를 향한 대중의 우려 같은 것들이 '어? 생갭다 그렇지 않네'라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란다는 거다. 그런 반응을 듣게 된다면 가장 기쁠 것 같다"며 "도깨비'로 인한 기존의 이미지가 너무 세서 이런 일상적인 역할을 맡기에는 부족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도 그것 또한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무드의 캐릭터와 작품을 절대 피하지 않을 거다. 더 잘해낼 거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전 관객의 입장에서 '82년생 김지영' 같은 컨텐츠를 좋아한다. 원래 현실과 닿아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킬 수 있는 작품을 참 좋아한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그런 이야기에 더욱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단편 영화 연출작 '자유연기'로 제17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연기자 출신 연출자 김도영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다. 정유미, 공유가 주연을 맡았다. 오는 23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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