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 "역시 '연기가 체질!'"…'멜체→버티고' 천우희가 돌아왔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14 17:5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번아웃 증후군을 앓던 그때 '버티고'와 '멜로가 체질'로 '연기가 체질'임을 알게 됐죠. 하하."

고공 감성 영화 '버티고'(전계수 감독, 영화사도로시·로렐필름 제작)에서 비밀스러운 사내연애를 하며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 서영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32). 그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버티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아찔하게 높은 고층 빌딩이라는 장소와 그 안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는 인물들, 그리고 유리창 밖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담은 '버티고'. 지난 12일 폐막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돼 부산을 뜨겁게 달군 '버티고'는 도심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빌딩숲, 고층 빌딩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도 발생하는 극한 감정 속 버티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묵직한 울림과 위로를 전했다.

특히 '버티고'는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천우희의 압도적인 감성 연기로 시선을 끈다.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완벽히 변신한 천우희는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임진주와 또 다른 청춘의 자화상을 그려 관객을 사로잡을 전망. 천우희로 시작해 천우희로 끝난, 그야말로 천우희를 위한 감성 멜로 '버티고'가 가을 극장가를 촉촉히 물들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포츠조선을 만난 천우희는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이 작품은 특히 내가 감정선을 끌고 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내 연기만으로 이 작품을 전체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일단 영화를 보고 스스로 만족해서도 안 되는 것 같고 만족할 수도 없다. 완성된 작품을 보고난 뒤 내 부족한 모습만 보이더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지난해 극심한 슬럼프를 겪어야만 했던 천우희는 올해 '버티고' '멜로가 체질'로 많이 극복했다고. 그는 "올해 3월 개봉했던 '우상'(19, 이수진 감독)은 촬영 기간이 무려 7개월 정도 됐다. 평소 나는 멘탈이 건강한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우상' 때는 캐릭터가 정말 센 역할이었다. '우상' 때 실제로 나를 걱정한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로 배우치고 작품 속 캐릭터를 내 개인적인 삶에 잘 안 끌어들이는 편이다. 그럼에도 '우상'은 7개월간 가지고 있어서 실제 삶과 작품을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촬영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그때 또 스스로 자격지심 같은 것도 느껴져 많이 힘들었다. 연기하면서 부족한 면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고 계속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랐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상'을 끝내고 나서 번아웃 증후군이 생겼다. 어떤 일에도 의욕을 갖기 쉽지 않더라. 연기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소속사에서도 이런 나를 걱정해 연기 외적인 것들로 환기를 시키라며 많은 부분을 제안했다. 유튜브나 애니메이션 더빙 등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올해는 진짜 많이 극복했다. '우상' 개봉도 하고 '버티고'도 선보이게 됐고 최근 '멜로가 체질'로도 활동을 해서 그런 부분에서 힘을 받는 것 같다. 결국엔 '배우는 연기로 가장 위로받고 치유 받는구나' 싶다"고 털어놨다.


천우희는 "'버티고' 속 대사는 마치 나에게 한 이야기 같았다. 많이 지쳐있던 것을 조금이나마 알아주는 것 같아 힘이 됐다. 지쳐있던 마음을 다시 치유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처음 임할 때도 흥행이나 완성도를 떠나 스스로 연기적인 의욕을 찾은 것만으로도 됐다고 여겼다. 자신감 떨어져 있던 때고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던 첫 작품인데, 물론 매 작품 쉽지 않은 작품이 없지만 이 작품은 의욕도 찾았지만 그만큼 유난히 겁을 많이 냈던 작품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버티고'에서 나온 서영처럼 내겐 모든 작품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하고 매달리게 만들기도 한다. 또 구원받기도 하는 것 같다. 매번 '이 캐릭터는 나밖에 할 수 없어'라며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나락 끝까지 떨어진다. 또 스스로 엉망진창이라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연기가 지긋지긋한 순간도 찾아오고 무섭고 못 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매 순간 현장이 즐겁다. 그래서 다음 작품을 찾게 되고 계속 연기가 하고 싶다. 아무래도 '연기가 체질'인 것 같다. 실제로 다른 흥미 거리가 없다. 연기를 하면서 그 외에 재미있는 흥미를 찾았다면 좀 더 균형감 있는 배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너무 연기만 좋아하고 연기 자체가 내 인생의 가장 주된 중심이 된 것 같다.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기가 제일 재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동안 센 캐릭터 전문으로 감정 소모가 컸던 천우희는 첫 로맨틱 코미디인 '멜로가 체질'로 다시금 연기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멜로가 체질'은 요즘 들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 같다. 장르적으로도 첫 도전인 데다 드라마도 오랜만이었다. 항상 밝은 캐릭터,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코미디를 한다며 정말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있었다. '멜로가 체질'은 작품을 하면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 쪽대본이 아닌 어느 정도 대본 분량이 나와 있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었다. 이병헌 감독 글 자체도 재미있었다. 분량과 대사가 많았지만 등장인물이 많아서 다른 작품 보다 지치지도 않았다. 서로 의지하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실제 인생에서 알게 모르게 로맨스를 하고 있다. 평소 만남을 이어가기까지 의심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그래도 누군가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바뀌는 성격이다. 스스로 평하기 부끄럽지만 성격이 나쁘지 않아서 연애할 때도 상대와 싸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멜로가 체질'에서 임진주가 김환동(이유진)과 싸우는 신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연기가 체질'이었던 자신에게 조금이나마 '멜로도 체질'임을 각인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천우희는 "최근 '우상'(19, 이수진 감독)의 한석규, 설경구 선배와 이수진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미성숙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다. 바로 사랑에 대한 감정에 관심이 없었다. 사랑이라는 이야기는 내게 흥미가 없는 그다지 좋지 않은 소재였다. 한석규 선배가 '멜로를 할 수 있을 때 마음껏 연기하라'며 조언해줬다. '인간에서 가장 섬세한 부분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사랑이다'고 하더라. 사랑이 인간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는데 그걸 너무 외면한 것 같다. '버티고' '멜로가 체질'을 연기하면서 누구나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도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 앞으로 작품을 선택할 때도 어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 물론 그 외적인 것들도 취향도 있지만 좀 더 사랑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져보고 싶다. 물론 실제 삶도 '멜로가 체질'인 것처럼 애정을 쏟아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여자가 창밖의 로프공과 마천루 꼭대기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등이 가세했고 '러브픽션' '삼거리 극장'의 전계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트리플픽쳐스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