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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중간결산] "윤아→고레에다X깐느박"…반환점 돈 BIFF, 韓영화 저력 입증하며 순항(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07 09:57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진행됐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0.0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일 개막해 오늘(7일)까지 어느새 닷새를 맞으며 반환점을 돌았다. 성대한 축제를 열기도 전 제18호 태풍 미탁의 습격으로 호된 신고식을 겪은 올해의 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스타와 전설적인 거장들의 활약으로 전반전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부산영화제는 한국영화 100주년의 해를 맞아 한국영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조명할 수 있는 세미나와 포럼을 더해 내실을 다지는 등 정상화를 넘어 글로벌 영화제로 재도약에 성공했다.

"전야제 취소"…태풍 액땜한 영화의 바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예상치 못한 태풍 미탁으로 시작 전부터 위기를 맞았다. 한반도를 강타한 미탁은 부산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 강력한 바람과 많은 비를 쏟아냈고 결국 전야제가 열리는 당일 오전 안전 사고를 우려해 급히 행사를 취소해야만 했다. 더불어 다음날 열릴 개막식 참석 게스트들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고속철도(KTX) 1편 중 5량의 열차를 전세하는 등 긴박하게 태풍을 대비했고 그 결과 사고 없이 무사히 개막을 맞게 됐다.

부산영화제 측 관계자는 스포츠조선을 통해 "사실 날씨 변수는 대응하기가 정말 어려운 사안이다. 올해는 태풍이 개막식 직전에 찾아와 더욱 난감했다. 실제로 영화의전당에 설치된 모든 입간판과 포스터, 시설물을 빠르게 처리했지만 그럼에도 건물 외벽의 유리창이 깨지는 등 적지 않게 피해도 있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한 축제였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 사고가 우려돼 전야제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 영화제 측 주요 관계자는 실제로 태풍이 무사하게 빗겨가길 바라는 마음에 전야제 취소 후 영화의전당 앞에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우리의 절실했던 마음이 통했는지 큰 사고 없이 개막식을 개최하게 돼 안도했다"고 전했다.


"소녀시대 아닌 배우"…열일한 임윤아

올여름 941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엑시트'(이상근 감독)의 임윤아가 올해 부산영화제 전반전을 달굴 핫스타로 떠올랐다. 청년 백수와 대학동아리 후배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작품 '엑시트'. 극 중 학교 산악부 당시 타고난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연회장 직원으로 취업 후 퍽퍽한 회사원 생활을 해나가는 의주로 완벽 변신한 임윤아는 현실적이고 코믹한 연기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이제는 소녀시대 출신 연기돌이 아닌 어엿한 배우로 입지를 굳힌 임윤아는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을 받은 주연배우로 올해 영화제를 참석,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화제를 얻었다.

특히 임윤아는 3일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진한 엘로우 컬러의 꽃 자수 벨라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사로잡았다. 마치 영화 '미녀와 야수'(17, 빌 콘돈 감독) 속 벨(엠마 왓슨)을 연상케하는 드레스를 완벽히 소화한 임윤아는 올해 부산영화제 베스트드레서로 꼽히며 눈도장을 찍었고 이후 무대인사, 오픈토크, GV(관객과의 대화), 각종 시상식 및 파티 참석 등 3일, 4일 이틀간 눈코뜰새 없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열일했다.


"찐사랑 과시"…초미의 관심 받은 연인 치타·남연우 감독


올해 부산은 멋진 사랑꾼 커플이 '초미의 관심'을 받으며 관객을 사로잡기도 했다. 바로 가수 치타(김은영)와 그의 연인 남연우 감독. 지난해 12월 공개 열애를 선언한 치타와 남연우 감독은 열애 인정 후 처음으로 동분 부산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을 밟아 관심을 끌었다. 오픈 시네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초미의 관심사'(남연우 감독)의 주연배우와 감독 자격으로 부산영화제를 찾은 두 사람은 개막식 외에도 무대인사, 오픈토크,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물론 서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사랑을 과시해 부러움을 자아냈다.

특히 치타는 지난 5일 열린 '초미의 관심사' 오픈토크에서 "남연우라는 배우 내지는 남자친구로만 보다가 이렇게 작품을 같이 하면서 감독의 예민함을 보게 됐다. 가까이 못 다가가기도 했고 감독으로서 아우라가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멋있었나?' 싶기도 했다"며 남자친구이자 감독으로서 무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칸 이어 부산 장악"…끝나지 않는 '기생충' 신드롬

지난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 100년사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올해 부산영화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상 릴레이를 예고했다. 부산영화제 시즌 개최되는 영화상인 제28회 부일영화상이 지난 4일 열린바, '기생충'이 14개 주요 부문 중 무려 6관왕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했다. 칸에 이어 부산까지 장악한 '기생충'은 끝나지 않은 신드롬을 입증하며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갱상, 남우조연상(박명훈), 여우조연상(이정은) 촬영상(홍경표), 음악상(정재일)까지 무려 6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특히 '기생충'에서 가장 충격의 임팩트를 남긴 '지하실 남자' 박명훈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기생충' 촬영은 모든 순간, 1초마다 내겐 기적이었다"고 뭉클한 소감을 말해 모두의 박수를 받았다.


"전성기 맞은 한국 콘텐츠"…한국영화 도전 나선 마이크 피기스 감독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사랑받고 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의 저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라스베가스를 떠나며'(95)를 통해 명감독의 반열에 오른 영국 출신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한국영화 연출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다양한 감정을 그려낸 옴니버스 프로젝트 '셰임'의 메가폰을 잡게된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영화 제작사이자 배우 매니지먼트인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한국영화를 봤을 때 그냥 봐도 이야기가 너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알고 싶은 부분이 많았고 또 한국 제작진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아는 지식과 스킬을 전하고 싶다. 또 한국 여배우를 보면 정말 환상적인 것 같다. 한국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다"며 한국 콘텐츠와 배우들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불어 이하늬의 할리우드 진출 역시 부산영화제를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하늬는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윌리암모리스엔데버의 필립 선과 베테랑 매니지먼트사인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의 대표 데이비드엉거와 각각 에이전트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을 알린 것. 이하늬는 "한국 특유의 특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남다른 포부를 드러냈고 또 그를 영입한 데이비드 엉거 아티스트인터내셔널그룹 대표는 "현재 한국의 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관심받고 중심에 있는 것 같다. 예술뿐만이 아니라 건축 등 다양한 곳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콘텐츠는 황금기를 맞았다"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거장의 품격"…정일성, 고레에다 히로카즈, 박찬욱 감독의 소신

부산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첫 주말에는 화려한 스타보다 전설적인 거장들을 대거 투입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올해 부산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 주인공으로 선정된 '격조와 파격의 예술가' 정일성 촬영감독은 만 90세의 나이에도 관객, 취재진과 소통하며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50년간 수많은 한국영화 촬영 역사를 일궈온 장인인 정일성 촬영감독은 "후배 영화인들을 보면, 기술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영화적 질이 더 나아져야 하는데 우리들의 정신을 이어받은 좋은 작품이 없다"며 매너리즘에 빠진 한국영화계에 일침을 놨다.

또한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열린 제71회 칸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후 차기작이자 데뷔 이래 첫 글로벌 프로젝트로 전 세계 많은 관심을 받은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부산영화제를 통해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아시아에서는 부산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던 전작들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다양한 위치를 심도있고 위트있게 조명해 또 한 번 명작 탄생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내 우익 세력과 정부에 대한 압박 속에서도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것에 대해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얼어붙은 분위기를 위트있게 풀어냈고 제19회 부산영화제 당시 세월호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14, 이상호·안해룡 감독) 상영으로 정부로부터 외압을 받은 사례를 빗대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함으로써 이런 형태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증명됐다. 영화의 힘을 믿는다"며 흔들림 없는 소신을 드러내 감탄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부산영화제 첫 주말 대미를 장식한 박찬욱 감독도 자신의 인생작을 곱씹으며 거장이 될 수 있었던 노력과 연출 자부심을 밝혀 많은 씨네필을 사로잡았다. 지난 6일 '코스타 가브라스&박찬욱 감독' 오픈토크와 '필름메이커 토크: 박찬욱과 대화'를 소화한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05)의 진짜 주인공은 금자씨(이영애)가 아닌 백선생(최민식)에게 한맺힌 복수를 하는 유가족들이라고 밝혔고 또 '박쥐'(09)를 언급하며 뱀파이어가 된 신부(송강호)가 태주(김옥빈)와 키스로 자신의 피를 먹이고 태주 역시 뱀파이어로 만들게 되는 명장면에 대해 "미친 광기의 사랑이 하나의 피로 합쳐진다는 궁극적인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야 말로 키스 중의 키스가 아닐까. 영화 역사상 최고의, 궁극의 키스가 아닐까 상상했다"고 재치있게 설명했다. 또 후배 감독들에 대한 좋은 연출의 방법으로 "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면 안 된다"며 동료 스태프들과의 팀워크를 강조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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