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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격동의 역사를 살아낸 '평범한' 개인의 번민, 국립극단의 '알리바이 연대기'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9-10-06 10:54


◇국립극단이 5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사진제공=국립극단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김재엽 작·연출)를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오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201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었던 '알리바이 연대기'는 많은 이들이 재공연을 기다린 작품이다. 소극장 판에서 초연을 올린 '알리바이 연대기'는 백성희장민호극장을 거쳐 올해 명동예술극장에서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난다.

작가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쓰인 '알리바이 연대기'는 한 개인의 일생을 씨줄로, 우리 역사를 날줄로 하여 촘촘히 엮은 이야기로 한국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억 속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고백보다 은폐가 쉬웠던 세상을 살아낸 한 인물의 가장 사적인 연대기에 비친 대한민국 현대사를 짚어낸다.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160분 동안 관객은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선택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각자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작가는 딱딱한 사실의 나열보다는 잔잔한 웃음을 택한다. 작·연출가인이기도 한 극 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 있게 써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초연을 빛낸 주역들이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다시 뭉친다. 2013년, 아버지 '태용' 역을 호소력 있게 담아낸 남명렬을 비롯해 관객을 이끌며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재엽' 역의 정원조, 방황하던 지식인 형 '재진' 역의 이종무와 실제 나이를 한참 거슬러 모든 아역을 도맡으며 작품에 재미를 더하는 지춘성 등 탄탄한 내공을 자랑하는 출연진들이 고스란히 돌아온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경북대와 주인공의 대구 집 등은 극장에 맞게 스케일이 더 커진다. 무대 위 영상으로 구현되는 1960~70년대 풍경 역시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연출가 김재엽은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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