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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김재엽 작·연출)를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오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160분 동안 관객은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일제강점기와 이후 대통령 9명의 시대를 지나온 아버지는 한국 정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이상을 갖고 저항하지도, 현실에 완전히 적응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가운데의 삶'을 선택한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극단적인 인물들 대신, 언제나 이방인의 경계에 있고자 했던 한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번민에 주목한다. 그리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각자의 알리바이는 무엇인지,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 묻는다.
작가는 딱딱한 사실의 나열보다는 잔잔한 웃음을 택한다. 작·연출가인이기도 한 극 중 인물 '재엽'은 내레이터로서 관객들의 길잡이가 된다. 재치 있게 써내려간 한 가족의 이야기 속에 우리 현대사의 뒤엉킨 실타래는 한 올 한 올 풀어진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경북대와 주인공의 대구 집 등은 극장에 맞게 스케일이 더 커진다. 무대 위 영상으로 구현되는 1960~70년대 풍경 역시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묘미다. 연출가 김재엽은 "이전 세대를 무대 위에 오롯이 불러냄으로써,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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