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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BIFF] "부끄럽지 않고파"…'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도전 멈추지 않는 이유(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10-05 16:35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0.05/
[스포츠조선 부산=조지영 기자]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20여년간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꿈을 이뤘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가운데 감독, 배우 등이 직접 참석해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으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아시아에서는 부산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가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록을 발간하면서 그녀와 딸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그린 작품이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 등이 가세했고 '바닷마을 다이어리'(15) '세 번째 살인'(17) '어느 가족'(18)을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 영화가 아닌 첫 글로벌 프로젝트로 전 세계 관심이 쏠린 화제작이다. 앞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바, '어느 가족' 이후 차기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중이다.

또한 전작 '세 번째 살인'으로 제22회 부산영화제에 참석하며 부산과 특별한 인연을 쌓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로 2년 만에 부산을 찾았고 특히 올해는 부산영화제에서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출중한 업적을 남긴 아시아 영화인 및 단체에 수여 하는 상인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더욱 의미 있는 해를 만들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오늘(5일) 김해공항에서 여기 기자회견장으로 바로 오게돼 정신이 없는 상태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게 됐다고 들었는데, 무엇보다 올해 한국영화 100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에 받게된 상이라 더욱 기쁘다. 부산영화제는 내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함께 걸어오고 발전해온 영화제다. 이런 부산영화제에서 상을 받게돼 영광이다. 여러분과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평소 영화를 만들 때 일본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않는다. 프랑스 영화를 만들 때도 프랑스 영화를 만든다고 의식하지 않는다.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한다. 나와 동시기에 아시아에서 영화를 만드는, 이창동 감독 같은 아시아 동지들의 작품에서 늘 영감을 받는다. 그들에게 보여줄 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20여년간 영화를 만든 것 같다. 아시아 영화인이라는 의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소신을 밝혔다.

또한 "나는 일본어밖에 몰라 의사 소통에 있어서 과제로 느껴지기도 했다. 뛰어난 통역사를 만났고 그 분과 6개월간 함께했다. 통역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평소보다 더 의식했던 것은 가능한 글로 디렉션을 전달하려고 했다. 손편지를 써서 내 의견을 전달하려고 했다. 일본에서도 평소 작업했던 방식인데 외국 배우와 작업할 때는 의식적으로 더 많이 편지를 썼다. 또 하나 예를 들자면 10여년전 배두나와 작업을 했을 때도 그랬다. 서로 공통 언어가 없는 가운데 작업을 이어갔는데 서로 어떤 부분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느 방향을 원하는지 글로 이해하게 됐다. 서로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보조를 맞출 수 있고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작품에도 그런 상황이 생겼다. 언어가 충분히 뛰어 넘은 작업으로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첫 해외 프로젝트 작업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해외 올 로케이션 촬영에 있어 가장 어려웠던 지점을 언어가 아닌 집을 꼽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내가 평소 살고 있지 않은 이국땅의 촬영을 앞두기 전 다짐했던 부분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촬영할 때 에펠탑, 개선문 등 주로 봐왔던 풍경은 가급적으로 피하려고 했다. 그것보다 일상적인 풍경들을 그려낼 수 있도록 신경 쓰려고 했다. 또 어려우면서 동시에 재미있었던 부분은 내가 선택한 로케이션 집이 굉장히 넓었다. 일본에서 촬영할 때는 집안 구조가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프랑스는 전혀 달랐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전 이틀 전 그 집에 누우면서 대사를 직접 읊었다. 집안 안에서의 이동 거리가 일본에서 촬영할 때와 전혀 달랐던 부분이 내겐 가장 컸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를 캐스팅한 것에 "꿈을 이뤘다"고 말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줄리엣 비노쉬와는 10여년 전부터 교류가 있었고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줄리엣 비노쉬에게 '언젠가 만나 영화를 하고 싶다'고 배우에게 제안을 받았다. 이번에 보답할 수 있는 형태의 이야기와 스토리로 만들 수 있었다. 2015년 이 작품을 전달했고 내 노트 첫 페이지에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이름이 이미 적혀있었다. 내 꿈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어느 가족' 이후'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기획했다면 아마 부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가족' 전부터 기획했던 프로젝트였고 실제로 원래 부담감을 잘 안느끼는 타입인 것 같다. 칸영화제 수상 이후 미국에 가서 에단 호크 출연을 제안했는데 나를 보자마자 '축하한다'고 하더라. 그때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칸영화제 덕분에 에단 호크를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작에서 주로 다뤄온 가족에 소재에 대해서는 "이번 작품은 가족이라는 테마보다는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작됐다. 처음 시작부터 여배우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했고 여배우가 되지 않았던 딸의 존재와 라이벌에 대한 존재를 등장시키면서 영화를 그리려고 했다"며 "까뜨린느 드뇌브는 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인데 이런 배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싶었다. 그게 나의 과제였다"며 "영화 속에는 굉장히 다양한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 등장한다. 때로는 상황이 역전되기도 하고 때로는 라이벌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이 다양한 장소에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충적으로 묘사하고 싶었다. 까뜨린느 드뇌브라는 여배우의 충돌을 곳곳에 조명하고 싶었다. 어머니이자 할머니, 딸인 모습을 다충적으로 그려보는 시도였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내 우익 세력과 정부에 대한 압박 속에서도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이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제외 국가로 지정하는 등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조치가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반일 감정 또한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상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히려 첫 번째 준 질문(영화 속 진실에 대한 메시지)이 더 어렵게 다가온다"며 얼어붙은 장내 분위기를 유연하게 풀어냈다.

모더레이터 전양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질문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작품에 관한 질문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질문에 노코멘트 해도 괜찮다"며 게스트를 위한 배려를 당부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부담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5년 전 부산영화제가 정치적인 압력을 받고 개최가 어려울 수 있었던 상황에 직면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에 지지의 뜻이 담긴 목소리를 냈고 나 역시 연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서 부산영화제가 지금의 자리에 온 것 같다. 그 당시 부산영화제가 대응을 잘했고 잘 견딘 것 같다.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영화인들이 연대함으로서 이런 형태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이 자리에 왔다. 영화의 힘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와있다"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왜 영화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정말 어렵다. 이번엔 일본을 나가 프랑스, 미국의 스태프와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뛰어난 영화제에 초청받고 참여를 하게 됐다. 영화의 현장에서 만나게되는 영화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걸 느낀다. 내가 소속된 국가, 공동체보다 훨씬 더 크고 풍부한 것을 느끼고 실감할 수 있다. 국가와 전혀 무관한 지점에 있다. 서로가 같이 가치관을 교류하고 공감하는 부분을 느꼈을 때 정말 행복하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계속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3일 개막해 오는 12일까지 10일간 부산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6개 극장 37개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초청작 299편(85개국),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45편(장·단편 합산 월드프리미어 11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7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카자흐스탄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리사 타케바 감독)이, 폐막작은 한국 영화 '윤희에게'(임대형 감독)가 선정됐다.

부산=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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