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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바위같이 묵직하고 단단한 영화 '봉오동 전투'. 배우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로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을까.
극중 그가 연기하는 황해철은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칼솜씨를 지진 독립군.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문구가 새겨진 항일대도를 지니고 다니는 그의 명성은 독립군 뿐만 아니라 민촌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을 정도. 친동생처럼 아끼는 이장하(류준열)와 함께 일생일대이 봉오동 작전에 매달린다. 이날 유해진은 완성된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묻자 "사실 저는 언론시사회 때 보는 영화는 기자간담회와 인터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는 거다. 예전 같았으면 시사회가 훨씬 지난 후 혼자 극장에 가서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함께 봤을 거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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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하나 안 보태고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 진짜로 너무 너무 긴장이 된다. 아마 시사회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을 못 잊어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제 인생의 첫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데 그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미칠 것 같더라. 아직까지도 시사회 때 느낌은 그때와 흡사하다. 객관적으로 보지도 못하겠고 불안하다. 그래서 시사회 때는 보지 않길 원하는데 (기자간담회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가 없지 않나. 원래는 일반 관객들이 있는 자리에서 보는 게 마음이 편하긴 하다. 전 제 연기를 보며 저의 연기에 대해 부족함을 느낀다. 하지만 '봉오동 전투'는 감독님이 전하고 싶었던 것들과 메시지와 스태프들과 모든 배우들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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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의 시나리오에 대해 "바위 같이 묵직하고 단단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 '승리의 역사'라는 통쾌함이 있었다. 그런 게 관객들에게도 보여졌으면 한다. 승리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보여 진다는 것도 정말 좋았다. 결과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희생들이 있었다는 게 잘 보여져서 좋았다"며 "영화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겠지만, 반면에 영화이기 때문에 덜 보여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어떤 부분은 전투신에서 잔인하게 비춰질 수 있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더 심한 것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근현대사의 아픔을 다룬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고 있는 유해진. 그는 "시나리오를 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끌림'이다. 사실 어떤 사명감으로 인한 선택이라기엔 너무 거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이가 있는 배우로서 약간 책임감이라는 게 생긴다"며 "단순히 상업적인 오락성도 영화의 한 부분으로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오락적인 면을 넘어 꼭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만한 이야기는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더라. 이 작품 역시 '끌림'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승리에서 오는 통쾌함, 그리고 재미와 감동 그 모든 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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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는 산 속에서의 전투가 그려지는 것만큼 많은 배우들에게 체력적 한계를 느끼게 했던 작품. 유해진은 평소 취미인 등산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류준열을 비롯한 모든 배우들 역시 유해진의 '산타기 실력'에 감탄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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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산 촬영에 직접 셀프캠 촬영 아이디어까지 냈던 유해진. 그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내는 선택은 감독님의 선택이다"라며 "복대 같은 걸 차고 카메라를 달고 촬영을 했다. 그런데 찍고 나니까 너무 민첩하진 못한 것 같더라. 그래서 카메라를 한 손에 들고 한손으로 칼을 휘두르는 방식으로 촬영했다. 그날 참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감독님도 굉장히 흡족해 했다"며 웃었다.
격렬하고 비장한 전쟁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밸런스의 유머까지 갖춘 '봉오동 전투'. 유해진은 배우로서 유머의 '정도'를 잡는 것도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심을 잘 잡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다고 무게만 잡는다고 중심이 잡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밸런스라는 건 치우쳐서도 안 되고 과해서도 안 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건 '정도'인 것 같다. 전투를 그린 영화라고 해서 계속 무겁게만 갈수도 없다. 영화로서 지루하지 않는 그 적당한 수준의 코드를 찾는 게 어려운 부분이었다. 조금 과하면 '저 분위기에서 저 웃음 이 나와'가 될 수도 있고 덜 하면 '저건 웃기라고 하는 거야 뭐라'라는 게 된다. 중요한 건 균형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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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는 돌려서 이야기 하는 화법의 작품이 아니다. 직접적인 영화다. 인물들도 굉장히 직접적인 캐릭터다. 돌려서 곱게 얘기해서 될 상대도, 분위기도 아니 였다고 생각했다. 특히 황해철이라는 인물은 일본에게 동생을 잃은 분노와 자행되고 있는 일본의 행태에 대한 분노로 휩싸여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표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이 가세했고 '살인자의 기억법'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8월 7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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