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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게임적 요소 활용하는 인재 만들자"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9-07-29 08:58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사진제공=게임문화재단

"'게임적 요소'를 활용하는 인재로 키워야 합니다."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 코드로 등재하겠다고 나서면서 게임업계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다. 게임을 학습의 '방해물'로 생각하며 강제 셧다운제 도입에 힘을 실었던 많은 학부모들은 이번 논란에서 역시 찬성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질의, 지난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7개 교육청이 질병코드 도입에 찬성 의견을 나타낸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6개 교육청은 향후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 의견을, 그리고 4개 교육청만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논란에 대한 부담과 함께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최근 만난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게임을 모르는 부모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요즘 아이들은 텍스트가 아닌 동영상으로 대부분의 것을 받아들인다. 즉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오감을 모두 쓰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게임과 유튜브 콘텐츠 등이 대표적"이라며 "따라서 지금의 아이들이 메타포(은유)를 받아서 '섭취'할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라는 얘기다. 그런데 게임을 무작정 '악'으로 규정하고 막으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게임적 요소'는 사회 전반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에는 게임적 요소가, 갤럭시에는 산업적 요소가 있다고 한다. 흥미요소가 풍부한 아이폰 충성 유저가 절대적으로 많은 이유"라며 "게임으로 은유하고 비유하고 유추하고 바꾸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다.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 하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을 게임적 요소를 잘 활용하는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듯 게임의 본질을 알아야 하는 것이 부모들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이 게임문화재단이 수년간 꾸준히 실시하고 있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게임 리터러시(literacy) 교육'에 직접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자녀를 잘 알기 위해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노력없이 문제가 생길 경우 손쉽게 게임을 '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방기라 할 수 있다"며 "따라서 부모가 게임을 가장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의 게임 이해도에 대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갭을 좁히려는 것이 리터러시 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정작 가장 흥미로운 게임을 너무 재미없게 설명하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기존 교육이 너무 진지하고 직설적이며 딱딱한 것 같다. 은유가 없으면 너무 무미건조하다. 말 그대로 게임처럼 흥미롭게 교육을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인지심리학자로 아주대 심리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TV 교양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을 통해 어려운 인문사회지식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명강사이기도 한 김 이사장의 장기가 충분히 발휘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재단을 맡고 있다. 앞서 2년간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김 이사장이 게임과 연을 맺은 것은 다소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심리부검'이란 자살 사망자의 유족과 전문가의 면담을 통해 사망자의 삶을 살펴보고, 향후 이를 예방하는 정책까지 만드는 일"이라며 "책임감이 넘치는 사람들이 자신을 소진하다 관계가 무너지고 단절이 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관계가 중요하고 계속 연구해야 하는 과제다. 게임을 둘러싼 학부모와 자녀의 부정적 관계 해소와 더불어 재단에서 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예방교육을 하는 것에 관심이 컸기에 선뜻 이사장으로 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사들이 각자의 재단을 만들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 더불어 게임과몰입힐링센터처럼 단일 회사가 하기 힘든 공익사업이 있으며 균형감각을 가지고 게임에 관련한 각종 사회문제에 대응해야 할 때가 많다. 바로 게임문화재단의 존립 이유이다. 게임계에서 '싱크탱크'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재단이 자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겠지만, 이와 함께 재단에 참여하는 게임사들이 현재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재단에 재직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김 이사장은 "이미 언급했듯 게임적 요소를 아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며 "'넛지(nudge)'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말이다. 이런 넛지 효과가 바로 게임적 요소이다. 작은 것이라도 이런 요소와 환경이 반영된 사회적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그럼 분명 게임에 대한 인식은 확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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