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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엑시트' 감독 "피·욕 보다는 소소한 유머가 좋아…재난 영화 女주인공, 특별한거 아냐"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7-27 10:0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상근 감독이 올 여름 텐트폴 영화 '엑시트'로 여름 극장가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 '엑시트'(외유내강 제작). 메가폰을 잡은 이상근 감독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되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이상근 감독의 데뷔작인 '엑시트'는 송강호 주연의 나랏말싸미(조?현 감독), 박서준을 내세운 '사자'(김주한 감독), 유해진의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과 함께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을 공략하는 텐트폴 영화다. 아직 한국 영화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탈출 재난 액션 장르를 용기 있게 내세운 '엑시트'는 전형적인 클리셰와 캐릭터가 쏟아진 할리우드 재난 영화와 완전히 결을 달리하는 신선함으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이상근 감독은 과하게 오버스럽지도, 또 아쉽게 부족하지도 않은 '엑시트'의 유머 밸런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원래 제가 소소하면서조 잔펀치 같은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한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재난과 유머라는 게 대척점에 있어 양립하기 힘든 부분이기에 어떻게 유머를 구성을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억지 설정과 대사로 웃음을 짜내며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휘말렸을 때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수 있는 블랙코미디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투머치한 유머를 가장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만에 영화 스타일에 대해서 묻자 "기조를 코미디와 유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둡고 잔인하고, 또 욕이 많이 나오는 영화도 좋아하지 않는다. 모두의 공감을 일으키는 소위 잔잔바리(?) 스타일의 유머가 녹아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조금 마이너할 수도 있지만 상업영화에 스며든다면 신선한 재미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미디 영화의 대표적 감독인 이병헌 감독과 비교하자 "이미 이병한 감독님은 코미디 영화로 최고의 평가를 받고 계신 분 아니냐. 이병헌 감독님의 영화들의 캐릭터라이징, 그리고 말에서 오는 유머 같은 건 제가 감히 흉내낼 수 있는 깜냥도 되지 않는다"며 "모든 감독이 각각이 스타일이 있듯 이병헌 감독님과는 다른 지점의 유머 스타일을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엑시트'는 현대 사회의 트렌트와 색깔을 적절히 녹여낸 작품.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사용되는 드론과 유튜버, 개인 방송 등의 설정에 대해 "제가 6~7년전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에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면서 참 낳은 미디어가 창출됐더라. 크리에이터들, 유튜버와 같은 인플로언서 들의 영향력도 굉장히 커지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시의적절하과 영화에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엑시트'는 여성 캐릭터의 사용도 돋보인다. 기존의 재난 영화에서 상황을 헤쳐 가는 인물들이 남성 캐릭터로만 구성되거나 남성 버디물 위주로 기획되는 것과 달리 '엑시트'는 용남 역의 조정석과 의주 역의 임윤아를 투톱으로 내세운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너무 슈퍼히어로 같은 상황을 가진 캐릭터가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건 카타르시스가 줄어든다고 생각했다. 영웅적이고 숭고한 모습만 보여준다면 관객이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하기도 힘들다고 판단했다. 중요한 건 공감대다"라며 "'이 작품에서는 여성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를 맡게 됐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그런 말을 하는것 조차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말을 하는 거라고 여겨지는 시대가 올거다. 의주(임윤아)는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설정한 캐릭터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고 의주는 영화에서 앙상블을 만들어내는 캐릭터일 뿐이다. 재난영화에 여성을 주인공으로 택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고 설명했다.

신인 감독임에도 올 여름 극장가 최대 텐트폴 영화를 선보이게 된 이상근 감독. "주변에서 '텐트폴 영화 텐트폴 영화'라고 하니까 우리 엄마는 제가 텐트 영화를 찍으신 줄 알더라. 텐트가 나오냐고 물으시더라.(웃음)"라고 입을 연 이 감독은 "사실 신인이기에 어떤 생각도 못하고 그냥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그런 건구나 싶다. '엑시트'는 정말 주변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제작사의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가 있었고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주셨다. 그렇기에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엑시트'는 조정석, 윤아,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이 출연한다. 오는 7월 31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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