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준한 "구남친 권기석..남들은 욕해도 저만은 공감했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19-07-18 08:00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준한(36)이 '봄밤'의 권기석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김준한은 2005년 밴드 이지(izi)의 드러머로, 정규앨범 'Modern Life...And...With Izi...'로 데뷔한 후 '응급실'이라는 히트곡을 남겼고, 2007년까지 활동하다 배우로 전향했다. 배우로 전향한 후에는 장권호 감독의 '내비게이션'(2014)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자로서의 삶을 알았다. 영화 '공조'(김성훈 감독, 2017), '박열'(이준익 감독, 2017), '군함도'(류승완 감독, 2017), '허스토리'(민규동 감독, 2018), '변산'(이준익 감독, 2018), '마약왕'(우민호 감독, 2018)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에서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신원호 PD의 작품이던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로 처음 드라마 연기에 도전했던 김준한은 해롱이 한양(이규형)의 연인인 송지원 역을 맡아 열연했고,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됐다. 그러나 이후에는 이미지를 바꿔 MBC '시간'(2018), OCN '신의 퀴즈 : 리부트'(2018)에서 연이어 악역을 선보였고 최근 종영한 MBC '봄밤'(김은 극본, 안판석 연출)에서는 이정인(한지민)의 전 남자친구이자 유지호(정해인)과 대립각을 세우는 권기석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김준한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봄밤'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준한은 '봄밤'을 끝낸 뒤 아쉬운 감정을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는 "너무 아쉽다. 촬영하면서 너무 좋아서. 감독님께서 연기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시니까 배우로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연기한다는 것이 기쁜 일이다. 또 기회가 된다면, 감독님과 또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가 이렇게 느낄 수 있던 것은 안판석 PD의 작업스타일 덕분. 한 번에 모든 신을 촬영하고 원테이크로 촬영한다는 점이 안판석 PD의 특징이다. 이를 처음 경험해봤던 김준한은 "많이 달랐다"고 했다. 일반적인 촬영 현장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간직했던 '봄밤' 촬영장이었다는 얘기다.

김준한은 "일단은 많이 안 찍는다는 것이 달랐다. 컷 자체도 많이 안 찍을 때가 있다. 동시에 양쪽에서 찍어서 한번에 끝난다. 그 연기를 딱 한번만 하는 거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가고 기술적인 오류가 없다면 무조건 한 테이크다. 배우들이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했다. '좀 아쉬운데?' 했는데, 감독님이 확고한 기준을 갖고 가셨다. 그 경험이 되게 좋았다. 마치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처럼. 조그만 실수, 이런 것들도 다 받아들이면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배우가 좀 완벽한 장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실수나 그런 것들 안에서 극복하고 어떻게든 가야 한다는 태도. 그 안에서 좋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설명했다.

안판석 PD의 작품을 찍으며 깨우친 것은 완벽하기 위한 강박이나 준비가 아닌, 배역 속에서 살다가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김준한은 " 완벽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어설픔을 만들 수 있고, 그래서 좀 놓고 한번 살아보자 그런 마음이었다. 산다는 마음으로. 글서 드라마 끝나고 나서 더 좀 진짜 좀 뭔가 살다 나온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헛헛하고 그랬다. 여운이 남았다"고 했다.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사진=씨엘엔컴퍼니 제공
'봄밤'의 세상 속에서 살다가 나온 덕분일까. 김준한은 자신이 연기한 권기석의 마음을 100%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지질한 구남친의 표본'이 될지라도, 김준한에게 권기석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 저는 어쨌든 드라마라고 해서 제가 함부로 이 인물에 대해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이 행동은 착한 짓이다 나쁜 짓이다.' 이런 평가를 내리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누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살지 않지 않나. 자기방어적 형태를 띠고 산다. 인생을 사는 1인칭의 인간이 자기 자신을 나쁜사람이라고 평가하겠나. 그래서 저는 그냥 오히려 기석이의 입장을 완전히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왜 이렇게 행동하고 뭘 느끼고', 그런 것에 대해 정말 1인칭으로서. 남들은 다 욕해도 저는 공감하려고 했다."


촬영장에서도 김준한의 1인칭 시점은 유효했다. 상대 역이던 한지민, 정해인과 의견을 나누며 촬영에 열중했다. 김준한은 "촬영장에서 배우들끼리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감독님이 워낙 한번에 가시다 보니, 배우들끼리는 먼저 나와서 리허설도 좀 해보자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편한 분위기다 보니 우리끼리 장난도 치면서 많이 친해졌고, 우리끼리 장난으로 '기석이는 왜 그럴까'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 저도 '나는 화가 나!'라고 하면서 항변도 하고, 두 사람(한지민, 정해인)이 친한 모습을 보면서 '에잇 화나! 꼴 보기 싫어!'라고 하며 장난도 쳤다"고 말했다. 배우들 속에서도 권기석을 적극 변호한 것은, 그만큼 김준한이 권기석에 깊게 빙의됐기 때문일 것.

그렇다면, 권기석은 김준한에게 어떤 캐릭터로 남게 될까. 김준한은 "저는 아프다. 어?든 당사자로서 연기하려고 했다. 남에게도 고통을 주면서 자기 스스로 완전히 망가져가는 거였다. 굉장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피폐해졌다고 생각한다. 기석이는 맨날 술을 먹는다. '꽐라'가 될 때까지. 그게 참 되게 떠올리면 힘들 거 같다. 본인 스스로는 힘들 거다. 저에게는 아픈 추억. 아픈 추억이다. 마치 그런 이별의 아픔처럼. 그렇게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진짜 이별한 거 같다. 그래서 이제 나이를 먹으며 그렇게까지 고통스럽게 안 하려고 하고, 자기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추세인데, 기석이는 그렇지 못했던 거 같다. 남에게도 상처주고 자기 스스로도 상처받고, 어린시절을 보는 거 같은 느낌이라 힘들었다"고 말하며 권기석을 기억에 담았다.

김준한이 출연한 '봄밤'은 현실적인 연애를 그려낸 드라마로, 자체 최고 시청률인 9.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준한은 '봄밤' 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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