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전전긍긍, 노심초사'…연예계, 韓日관계→숨죽여 지켜보는 이유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9-07-18 07:59


스포츠조선DB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총성없는 전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 보이콧' 등 국민적 공분이 점점 커지면서 연예계에도 전방위적으로 그 파장이 미치고 있다. 한류와 혐한류의 경계선에서 외줄을 타듯 복잡, 미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타들의 '놀이터'인 SNS에선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 일본 관련 게시물은 지극히 조심해야한다. 자칫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배우 이시언은 이달 초 자신의 SNS에 일본 여행 글과 함께 현지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게시물을 삭제한 후 "여행이 아니라 초대를 받아간 것"이라고 해명까지 했다.

반면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고 SNS에 밝힌 개그맨 김재욱이나 라디오에서 "요즘엔 맥주 먹으면 안 된다. 국산 소주 마시자"고 말한 개그맨 양세형은 네티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배우 정준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비판하는 네티즌과 날선 대립을 벌여 큰 관심을 모았다.

반면 인기 메이크업 유튜버 이사배는 일본 제품을 PPL했다고 팬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결국 이사배는 "현재 이슈와 맞물려 해당 제품을 프로모션하는 것은 질책의 말씀처럼 적절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그런가하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해당 상품 모델로 나선 스타들까지 난처하게 하고 있다. 올해 의류브랜드 유니클로 에어리즘의 모델이 된 지성이나 뷰티브랜드 시세이도의 전소미 측도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트와이스 사나, 모모, 미나(왼쪽부터)
가요계는 더 심각하다. 특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그룹에는 일본인 멤버들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BTS의 일본 공연은 '무풍지대'였지만 다른 팀들의 소속사에서는 일본 관련 게시물을 SNS에 올리는 것조차 자제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인 멤버가 있는 팀들은 바짝 엎드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그룹 트와이스는 사나 모모 미나 등 3명의 멤버가 일본인이다. 특히 사나는 지난 4월말 일본의 연호가 바뀌는 것에 대한 심경을 자신의 SNS에 썼다가 논란 아닌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사나는 5월말 트와이스 콘서트 현장에서 "이제는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란 걸 깨달았다"며 눈물의 사과를 하기도 했다.


활동의 부담감 때문인지 미나는 '월드투어'에 불참을 발표했다. 소속사는 "현재 미나는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해 갑작스러운 극도의 심리적 긴장 상태와 큰 불안감을 겪고 있다"며 "전문적인 조치,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일정에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예정된 개봉이지만 현 상황과 절묘하게 떨어져 더 주목받고 있다. 다음달 7일 문을 여는 '봉오동 전투'와 24일 개봉하는 '나랏말싸미'가 그렇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일본 정규군에 대항해 승리를 거둔 독립군 전투를 그린 작품으로 일본 배우 기타무라 가즈키, 다이고 고타로,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이 출연한다. 특히 기타무라는 이 영화로 인해 일본 우익매체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스틸컷
'나랏말싸미'에서는 일본 승려들이 세종대왕(송강호) 앞에서 팔만대장경 원판을 달라고 떼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신미스님(박해일)이 막아선다. 이 작품에서는 야마노우치 다스쿠라는 일본 배우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방송가에서는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 최근 항일 작품에 출연한 한 배우는 라운드 인터뷰에서는 한일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난처해하며 "그것에 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웃으며 넘기기도 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연예인들도 최근 들어서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 이들에 대한 비판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무너진 한일 관계로 인해 연예인들까지 일본 관련 움직임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은 기획사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한류의 영향력이 가장 큰 일본에서 얻는 수익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다.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현재의 상황, 연예계는 숨죽이는 수밖에 없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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