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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지니·울버린 어땠나"…'인어공주' 흑인 캐스팅 논란, 영화는 까봐야 안다(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7-04 16:0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영화는 캐스팅만으로 판단 할 수 없다. 모든 영화는 '까봐야' 안다.

월트 디즈니 측은 4일(한국시각)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배우 할리 베일리가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실사 영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을 영화화한 '알라딘'(가이 리치 감독)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실사화를 발표한 '인어공주'의 캐스팅에도 전 세계 디즈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발표에 앞서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여주인공 MJ 역의 젠다야 콜먼이 유력한 후보로 언급됐으나 최종적으로 인어공주 타이틀롤은 할리 베일리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캐스팅 발표 이후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흰 피부와 붉은 머리카락으로 대표되는 원작 애니메이션 속 인어공주와 달리 캐스팅된 할리 베일리는 흑발의 검은 피부를 가진 흑인이기 때문. 고정관념을 탈피한 새로운 캐스팅을 환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원작 애니메이션의 팬들은 덴마크 작가 한스 엔데르센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점임을 고려할 때 이는 '색다른 시도'가 아닌 '원작 파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디즈니가 과도한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근거한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하는 것)에 함몰돼 작품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향한 '미스캐스팅 논란'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전 세계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인 디즈니의 또 다른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알라딘'이다. '알라딘'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아이코닉한 캐릭터인 램프의 요정 지니 역에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윌 스미스와 지니와의 공통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흑인 배우 역시 지니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예고 영상이 공개됐을 때도 마찬가지. 온 몸에 파란칠을 하고 등장하는 윌 스미스를 조롱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영화의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윌 스미스를 향해 "지니 그 자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영화의 제목을 '알라딘'이 아니라 '지니'로 바꿔야 한다는 반응까지 넘쳐났다. 현재 '알라딘'은 국내에서만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2019년 전 세계 흥행 순위 3위를 달리며 초대박 흥행을 기록중이다.

'엑스맨'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울버린 역의 휴 잭맨 역시 미스캐스팅 논란의 주인공이었다. 미국에서 압도적인 팬층을 이끌고 있는 코믹스인 '엑스맨'이 영화화를 발표한 후 수많은 엑스맨 캐릭터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울버린에 휴 잭맨이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그야 말로 들고 일어났다. 원작 속 울버린은 170cm대의 작은 체구를 바탕으로 민첩함을 내세우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데에 반해 휴 잭맨은 키가 190cm 가까운 건장한 체구의 배우이자 무명에 가까운 호주인이었기 때문.
하지만 '엑스맨' 캐릭터가 개봉하자 휴 잭맨에게는 원작의 파워풀하고 스피드한 울버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휴 잭맨만의 새로운 울버린을 탄생시켰다는 극찬이 쏟아졌다. 원성을 환호로 바꾼 휴 잭맨은 2000년 개봉한 첫 번째 시리즈인 '엑스맨'(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시작으로 '로건'(2017, 제임스 맨골드 감독)까지 총 9편의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했고 최장 기간(16년 228일) 슈퍼히어로로 활동한 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히어로 무비뿐만 아니라 역대 모든 영화 중 최고의 악역으로 평가받는 전설의 캐릭터 '다크나이트'(2008, 크리스토퍼 놀란)의 조커, 히스 레저 역시 캐스팅이 발표했을 당시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당시만해도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했던 히스 레저가 DC코믹스의 최강의 빌런 조커 역을 맡게 됐다는 것에 대해서 팬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되고 히스 레저에게는 유례없는 극찬과 찬사가 쏟아졌고 히어로 영화 출연 배우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의 캐스팅 디렉터들이 기존의 이미지에 고착돼 안일한 캐스팅을 했다면 영화 팬들은 윌 스미스의 지니도 휴 잭맨의 울버린도 히스 레저의 조커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지니, 울버린, 그리고 조커 이들의 놀라운 성취가 단순히 캐스팅만으로 섣불리 영화의 성패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인 셈이다.

smlee0326@sportshc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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