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이상한 일들의 연속"…유재명, '응답'하고 '비숲'을 지나 만난 '비스트'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6-20 13:4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부산에서 연극을 했을 때, 제가 했던 작품 중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라는 연극이 있었어요. 요새 제 삶이 바로 그 '이상한 일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범죄 영화 '비스트'(이정호 감독, 스튜디오앤뉴 제작). 라이벌 형사의 살인 은폐를 눈치 챈 형사 민태 역의 유재명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 불의를 택한 복잡한 인물 이창준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시청자의 극찬을 이끌어낸데 이어 JTBC '라이프', tvN '자백', 영화 '명당', '악인전' 등 TV와 영화를 오가며 존재감을 각인시킨 배우 유재명. 매 작품 마다 극중 캐릭터와의 혼연일체 되는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그가 영화 '비스트'를 통해 또 한번의 명품 연기를 예고한다.

극중 민태는 원칙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반 2인자인 형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검거하는 한수(이성민)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을 빚는다. 한수를 견제하며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던 그는 우연히 한수의 사건 은폐를 눈치 채고 그를 제치고 올라설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이날 유재명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봤다. 긴장을 많이 하면서 봤다. 그런데 기대 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난후 배우들과 영화 중간 중간에 몽타주로 표현된 부분이 참 좋았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각자 자기의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조금씩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배우들이니까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이나 색감 같은 것들은 '엣지'있게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비스트' 스틸
또한 유재명은 '비스트'를 기존의 한국에서 나온 많은 범죄 수사물과 결이 다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범죄 수사물이 한국 영화에서 많이 나오지 않았나. 절대적인 악을 쫓는 형사들의 좌충우돌을 그리는 휴머니즘도 담긴 영화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악을 쫓으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흔한 형사의 회식 자리도 없고 강력반 형사들의 애환도 없다. 오로지 누군가를 쫓고 쫓는 그런 형사의 집요함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는 영화가 참 새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민태와 한수의 심리와 본성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비스트'가 가진 세계관 자체가 기존 영화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누가 괴물이냐, 물론 범인 괴물일 수 있지만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들이야 말로 괴물이지 않냐고 묻는 내용이 참 좋았다"고 덧붙였다.

15세 관람가 치고 높은 수위의 폭력을 보여주는 영화 '비스트'. 유재명은 이에 대해 "영화를 만드신 많은 분들이 여러 판단 하에 지금의 영화 수위에 대해 결정하신 것 같다. 배우는 작품 안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액션 연기에 대해 "사실 연기할 때 (액션적인 면에서) 어려운 면은 없었다. 날 것 같은 액션이라서 뭔가 정교하고 화려한 액션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액션적인 면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며 웃었다.

그 어떤 캐릭터보다 어려운 감정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민태. 유재명은 "매 촬영 마다 어려웠다. 육체적인 신은 며칠 쉬고 나면 해결되는데 감정을 극단의 밑바닥을 쳐야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첫 촬영 때도 굉장히 힘들었다. 첫 번째 슛이 들어갔을 때 내가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엔딩 장면도 어려웠다. 사실 여러 가지 버전이 있었다"며 "좀 다양한 각도에서 인물의 내면을 바라보려고 했다. 감독님은 NG가 나서 다시 가는 게 아니라, OK가 나와도 다른 느낌을 원해서 다시 촬영을 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인이 해석한 복잡한 민태라는 인물에 대해 묻자 "감독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 '2인자' '경쟁심' '질투' 같은 것에 대한 개연성에 대해 어떻게 풀어내냐는 것이었다. 민태는 감사과 출신이고 좌천을 받아서 강력반에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한수와 파트너였지만 한수와 수사 방식과 신념이 방향이 달라서 멀어진 상태다. 그 상태로 영화가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태가 한수에게 '범인을 잡아야지 잡고 싶은 놈이 아니라'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에서 민태의 전사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민태는 성격적 결함일 수도 있는데 속으로 남에게 잣대를 대버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며 "행동에 대한 선택에는 한수 못지않은 짐승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되게 외로운 인간이다. 한수는 웃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악수도 하는데 민태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런 것조차 없이 폭탄을 안고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연극 연출자 출신인 그는 연극 연출이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그는 영화 연출에 대한 꿈이 없냐는 질문에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마음을 전부 접었다. 영화감독은 너무 힘든 일이다. 사람이 한일이 아닌 것 같다. 연극을 기회가 된다면 동료들과 작은 무대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상업 영화에서 처음으로 이성민과 투톱 주연을 맡은 유재명은 부담감에 대해 묻자 "함께 하신 선배님이 엄청난 내공을 가진 배우기 때문에 함께 어깨를 나란히 맞춰서 할 수 있을까 부담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괜찮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시사회를 하기 전까지는 흥행에 대해서도 걱정이 컸는데, 지금은 제게 이런 일이 처음이다보니까 잘 모르겠다. 조금 얼떨떨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께 주연을 맡은 이성민에 대해 감탄하며 "저도 배우로서 긴 시간을 한 것 같은 편인데, 배우들은 서로 첫 만남에 칼을 맞대면 기운 같은 게 느껴진다. 이성민 선배는 정말 그 기운이 달랐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의 기운을 받기만 해도, 받아서 제가 리액션만 하더라도 뭔가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리허설 할 때 특별한 걸 짜지 않아도 합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재명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앞으로 주인공을 하면 안되겠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저에게 주어진 롤이 너무 크니까. 저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아직은 조금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영화를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앞으로 어떻게 내 자신을 컨트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아직도 부족한 배우인 것 같다"고 전했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이 아빠로 이름을 알린 이후 '비밀의 숲'을 거쳐 '비스트'까지 최근 몇 년간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유재명은 "몇 년 사이에 새로운 일을 너무 많이 겪었다. 그런데 여전히 저는 멈춰 있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부산에서 연극을 했을 때 작품 제목이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라는 작품이다. 그런데 제가 요새 이상한 일들의 연속 속에 사는 것 같다. 그리고 계속해서 잠시라도 멈춰보려 느긋해지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있는 이 이상한 일들을 잘 씹어 삼키려고 노력중이다. 그렇지 않으면 체할 것 같은 느낌이더라. 잘 소화해서 이 시기를 잘 보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삶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적응해가는 것'이라는 유재명은 "한 예로 저는 불편한 입을 잘 못 입는다. 저는 연극을 할 때 무대 청소를 하고 조명을 달아야 했다. 그래서 늘 트레이닝복만 입고 20년을 살았다. 양복 한 벌 가지고 독립 영화 단편 영화를 20개를 찍었다"며 "그런데 어느 날 작품 속에서 수트를 입으니까 낯설더라. 익숙해져야겠더라. 목적이 있다면 익숙해지는 게 되게 중요하더라. 촌스러운 이 사람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세련되질 수 있을까 싶더라"고 말했다.
tvN '비밀의 숲'
수트 이야기가 나온김에 '비밀의 숲'에서 화제가 됐던 멋진 수트핏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극중 캐릭터인 이창준의 수트핏이 화제를 모았던 걸 알고 있냐고 묻자 "알고 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는 "팬들이 예쁜 옷을 많이 입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제가 생각하기에 예쁜 옷은 내가 가장 편한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비밀의 숲'의 수트를 입으니 좀 멋있긴 하더라.(웃음) 그래서 그 드라마에서 입었던 옷을 제 사비를 내서 샀다. 그래서 그 수트를 입고 결혼식도 가고 경조사도 그런다"며 웃었다.

한편, '비스트'는 '방황하는 칼날'(2013)의 이정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성민, 유재명, 전혜진, 최다니엘 등이 출연한다. 오는 6월 26일 개봉.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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